오는 7월 13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개최하는 대전지방변호사연수에 “부동산 등기공신력과 경매의 공신적 효력에 대한 실무상 이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실무상 자주 발생하는 문제지만 이해가 쉽지 않은 주제인데, 수강자가 같은 직종 변호사인지라 긴장감(?)을 가지고 관련 판결을 폭넓게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목 차


1. 등기공신력 관련 사례들


사례 1>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의정부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6가단130325 【소유권이전등기】


사례 2> “개명절차를 이용한 천안 대출사기사건”
대법원 1981.8.25. 선고 80다3259 판결 【소유권보존등기말소】
대법원 1999.11.9. 선고 99다46096 판결 【건물명도등】
대법원 1992.3.13. 선고 91다44667 판결 【토지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대법원 1996.10.25. 선고 96다29151 판결 【토지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대법원 1993.12.24. 선고 93다44319,93다4432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토지거래허가신청동의】
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다3982 판결【소유권이전등기말소】
대법원 1993.5.25. 선고 92다15574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대법원 1976.10.26. 선고 75다2211 판결 【가옥명도】
대법원 2009.2.26. 선고 2006다72802 판결 【가등기및본등기등말소】


2. 등기 공신력과 경매의 공신적 효과


1) 강제경매
대법원 1985.11.26. 선고 85다카1580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대법원 1988.9.27. 선고 84다카2267 판결 【제3자이의】
대법원 1990.12.11. 선고 90다카19098(본소),19104(참가),19111(반소)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유권확인소유권이전등기말소】
대법원 1991.10.11. 선고 91다21640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2) 임의경매
대법원 1999.2.9. 선고 98다51855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대법원 1976.2.10. 선고 75다994 판결 【손해배상】
대법원 1992.11.11. 자 92마719 결정 【경매개시결정에대한이의】
대법원 2001.2.27. 선고 2000다44348 판결 【사해행위취소등】


3. 무효인 저당권에 기한 경매에서의 배당금수령과 사기죄 성부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도564 【사기】


4. 임의경매절차가 무효된 어느 의뢰인 사례
대법원 1991.2.26. 선고 90다6576 판결 【손해배상(기)】
대법원 1995.6.29. 선고 94다41430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대법원 2001. 11. 13. 선고 99다32899 판결 【청구이의】








1. 등기공신력 관련 사례들


사례 1 >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니코틴원액으로 살해하여 언론에 회자된 일명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의 형사재판 2심에서 2018년 7월 공범 두 사람 모두에게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후인 2018년 10월 선고된 이 사건 관련 민사재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니코틴 살인사건이라는 끔찍한 사건과 맞물려 우리 제도상 등기공신력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을 살해하기 직전 그 여자는 위조된 혼인신고서로 혼인신고를 한 다음, 남편 사망 후 남편 소유의 부동산을 상속받았고, 그 직후 해당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는데,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등기부를 믿고 부동산을 취득한 선의의 제3자에 대해 남편의 조카가 적법한 상속인 자격으로 부동산을 반환해달라는 소를 제기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등기부를 믿은 선의의 제3자라고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피고에게 부동산반환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의정부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6가단130325 소유권이전등기
1. 인정사실
가. 송00은 2016. 2. 28.경 오00의 동의를 받지 않고 송00과 오00이 혼인한다는 취지의 혼인신고서를 위조하여 행사함으로써 오00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배우자 송00, 혼인신고일 2016. 2. 29.이라는 내용이 입력되게 하였다.
나. 한편 송00은 2016. 4. 22. 내연남인 황00과 공모하여 오00에게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 등을 투여하여 사망하게 하였다.
다. 한편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은 원래 오00 소유였는데, 송00이 2016. 5. 10. 상속을 원인으로 자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피고에게 2016. 6. 30.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라. 한편 원고는 오00의 유일한 상속인이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에서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관련 법리
상속회복청구는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임을 전제로 그 상속으로 인한 소유권 또는 지분권 등 재산권의 귀속을 주장하면서 참칭상속인 또는 참칭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거나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를 상대로 상속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고, 여기서 참칭상속인이란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재산상속인임을 신뢰케 하는 외관을 갖추거나 상속인이라고 참칭하면서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유함으로써 진정한 상속인의 재산상속권을 침해하는 자를 말한다(대법원 1992. 10. 9. 선고 92다11046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다91855 판결 등 참조).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임을 전제로 그 상속으로 인한 소유권 또는 지분권 등 재산권의 귀속을 주장하면서 참칭상속인 또는 참칭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거나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를 상대로 상속재산인 부동산에 관한 등기의 말소 또는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등기의 이전 등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소유권 또는 지분권이 귀속되었다는 주장이 상속을 원인으로 하는 것인 이상 그 청구원인 여하에 불구하고 이는 상속회복청구의 소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574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6694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4다5570 판결 등 참조).
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 사정, 즉 원고는 오00의 유일한 상속인으로서 이 사건 아파트를 오00로부터 상속받은 점, 그런데 송00은 혼인신고서를 위조하여 외관상 재산상속인인 것처럼 한 참칭상속인인 점, 피고는 참칭상속인인 송00로부터 상속재산인 이 사건 아파트를 취득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는 상속회복청구를 구하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할 당시 송00이 참칭상속인인지 알지 못하고 매수한 선의의 제3자이므로 원고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가 참칭상속인인 송00에게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상속등기의 공신력이 없어 진정한 상속인인 원고의 상속회복청구의 효과에 따라, 피고의 선, 악의를 묻지 않고 피고는 상속재산을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초 이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에는 원인무효된 이유가 자세히 나타나지 않았었는데, 판결문 열람 결과 “혼인무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론보도만으로는 피상속인을 살해하여 상속받은 “상속결격”으로 잘못 생각했었는데, 결국 이 사건은 상속결격 이전에 혼인신고 자체가 무효라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애초부터 상속인 자격이 없는 셈이었다. 만약 혼인신고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속결격을 이유로 마찬가지 결론, 즉 원인무효로 매수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점에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대법원 69다135판결).


★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
1.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2.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례 2 > “개명절차를 이용한 천안 대출사기사건”
사기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소재 150억원 상당의 홍길동(76세, 가명)의 땅 9,900㎡를 가로채기 위해 사기 관련자 중 한명의 이름을 같은 이름인 “홍길동”으로 개명한다. 사기범 일당이 이 땅을 먹이감으로 삼은 이유는, 해당 토지가 저당권과 같은 권리설정이 전혀 없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다가 등기부상 이해관계인에 대한 조사도 불가능해서 사기적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등기부등본에 소유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보도되고있다. 지금과 달리 과거의 등기부등본에는 주민번호가 기재되지 않았는데, 그 결과 등기소유명의자와 동일한 이름으로 개명하는 것만으로도 동일인처럼 보이게 된다. 이들은 이 토지를 담보로 새마을금고에서 37억원을 대출받게 되는데, 완벽한 범행을 위해 홍길동에서 자신들이 만든 법인 앞으로 한차례 이전등기를 넘기는 수법까지 사용하였다. 홍길동 명의 상태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진실한 소유자인지 여부에 대해 금융회사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자신들의 법인 앞으로 이전등기하는 방법으로 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명허가가 어렵지않게 가능하고, 주민번호표시가 없는 등기부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형사절차와 별개로 해당 토지의 이전등기나 저당권과 같은 민사적인 문제의 처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실제 소유자인 홍길동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법인 앞으로의 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이고, 따라서 그에 바탕을 둔 새마을금고의 저당권도 당연 무효가 된다. 새마을금고로서는 등기부를 믿고 거래했지만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은 현 제도하에서는 보호되지 못한다. 그 결과, 향후 홍길동의 재판 등의 절차를 거쳐 저당과 이전등기는 말소되어 다시 홍길동 앞으로 복귀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 판례 >
★ 대법원 1981.8.25. 선고 80다3259 판결 【소유권보존등기말소】
부동산에 관하여 등기용지를 달리하여 동일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중복되어 있는 경우에는 시간적으로 뒤에 경료된 중복등기는 그것이 실체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여부를 가릴 것 없이 무효이므로 뒤에 된 등기에 터잡아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자가 먼저 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다.


★ 대법원 1999.11.9. 선고 99다46096 판결 【건물명도등】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 적합한 물리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건물의 일부는 그에 관한 구분소유권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어서, 건축물관리대장상 독립한 별개의 구분건물로 등재되고 등기부상에도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등기되어 있어 이러한 등기에 기초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이를 낙찰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는 그 자체로 무효이므로 낙찰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 대법원 1992.3.13. 선고 91다44667 판결 【토지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갑이 도시계획사업자로서 토지를 협의매수하고자 하였지만 그 소유자 을의 주소 및 거소가 불명하여 협의를 할 수 없었으므로, 토지 소재지에 을이 그 관내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두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던바 관할 동장은 그 관내에 을의 주소 또는 거소가 없지만 연고자 1인이 있음을 회신하였고, 한편 위 토지의 토지대장에는 을이 1912년에 이를 사정받았다고 기재된 경우, 을은 갑이 위 주소 확인을 의뢰한 1985.말경에는 이미 사망하였을 개연성이 매우 높았다고 보이므로, 갑으로서는 마땅히 위 동장의 회신에 연고자로 기재된 자의 주소나 거소를 추적하여 본 후 동인도 주소불명으로 밝혀진 다음에야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소정의 공시송달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도, 이러한 조치 없이 곧바로 공시송달 절차를 밟았으니 위 공시송달은 효력이 없고, 따라서 이에 터잡은 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라고 한 사례.


★ 대법원 1996.10.25. 선고 96다29151 판결 【토지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부동산의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중매매계약은 절대적으로 무효이므로, 당해 부동산을 제2매수인으로부터 다시 취득한 제3자는 설사 제2매수인이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 것으로 믿었더라도 이중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 대법원 1993.12.24. 선고 93다44319,93다4432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토지거래허가신청동의】
☞ 토지거래를 회피하기 위해 실제 매매계약 대신 증여라고 신고하여 거래허가를 받아 이전등기까지 마친 매도인이 태도를 바꾸어서 거래가 무효임을 이유로 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한 사안


가. 매수인들이 국토이용관리법상의 규제지역에 속하는 임야를 매수하였음에도 관할관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바 없이 위 임야에 관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면, 적어도 매수인들이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를 잠탈하기 위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로 한 때로부터는 매매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로 되었고, 이에 터잡은 매수인들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이 없게 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나. 강행법규인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 제7항을 위반하였을 경우에 있어서 위반한 자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서 이를 배척한다면 투기거래계약의 효력발생을 금지하려는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거래당사자 사이의 약정내용과 취득목적대로 관할관청에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였을 경우에 그 신청이 국토이용관리법 소정의 허가기준에 적합하여 허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다른 급박한 사정으로 이러한 절차를 회피하였다고 볼만한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는 한, 그러한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다.


★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다3982 판결[소유권이전등기말소]
[1]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가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전전매매되고 그 당사자들 사이에 최초의 매도인으로부터 최종 매수인 앞으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로 하는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있는 경우, 이러한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란 부동산이 전전매도된 경우 각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함을 전제로 그 이행의 편의상 최초의 매도인으로부터 최종의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로 한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불과할 뿐 그러한 합의가 있다고 하여 최초의 매도인과 최종의 매수인 사이에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최종 매수인은 최초 매도인에 대하여 직접 그 토지에 관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의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설사 최종 매수인이 자신과 최초 매도인을 매매 당사자로 하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최종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더라도 그러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적법한 토지거래허가 없이 경료된 등기로서 무효이다.
[2]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하여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계약이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의 계약인 경우에는 허가 여부를 기다릴 것도 없이 확정적으로 무효로서 유효화될 여지가 없는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가 거래허가를 받거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의사 없이 중간생략등기의 합의 아래 전매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소유자 갑으로부터 부동산중개업자인 을, 병을 거쳐 정에게 전전매매한 경우, 그 각각의 매매계약은 모두 확정적으로 무효로서 유효화될 여지가 없고, 각 매수인이 각 매도인에 대하여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 협력의무의 이행청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정이 이들을 순차 대위하여 갑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 협력의무의 이행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도 없다.


★ 대법원 1993.5.25. 선고 92다15574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구건물 멸실 후에 신건물이 신축되었고 구건물과 신건물 사이에 동일성이 없는 경우 멸실된 구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무효이며 이에 기하여 진행된 임의경매절차에서 신건물을 경락받았다 하더라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 대법원 1976.10.26. 선고 75다2211 판결 【가옥명도】
기존건물이 멸실된 후 그곳에 새로이 건축한 건물의 물권변동에 관한 등기를 멸실된 건물의 등기부에 하여도 이는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것이고 비록 당사자가 멸실건물의 등기로서 신축된 건물의 등기에 갈음할 의사를 가졌다 하여도 그 등기는 무효이니 이미 멸실된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에 신축된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면 그 등기에 기하여 진행된 경매에서 신축된 건물을 경락받았다 하더라도 그로써 소유권취득을 내세울 수는 없다.


★ 대법원 2009.2.26. 선고 2006다72802 판결 【가등기및본등기등말소】
불실등기를 믿고 부동산을 매수하여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터잡은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효력(무효) 및 그 근저당권에 기하여 진행된 임의경매절차에서의 경락인이 위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이처럼 등기공신력이 없는 우리 제도 하에서는 원인무효의 등기를 믿었다고 하더라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등기부상의 표시에만 연연하지 말고 권리를 처분하는 상대방에게 과연 진실한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매우 세심하게 살펴야만 한다.




2. 등기 공신력과 경매의 공신적 효과


가. 경매채무자 앞으로의 경매대상 부동산 취득이 서류위조 등에 의한 것 때문에 경매채무자의 소유권취득 자체가 원인무효임에도 불구하고 그 후 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경매로 낙찰되더라도 매수자는 소유권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우리제도가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강제경매이건 임의경매이건 마찬가지이다.
나. 한편 등기공신력은 경매의 공신적 효과와 구별해서 이해될 필요가 있는데, 경매개시된 절차가 강제경매인지 임의경매인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1) 강제경매
강제경매는 판결과 같이 집행력있는 정본이 존재하는 경우에 국가의 강제집행권 행사의 작용이기 때문에 일단 유효한 집행력있는 정본에 근거해서 매각절차가 완결된 때에는 나중에 그 집행권원에 표상된 실체상의 청구권이 당초부터 부존재하거나 무효라고 하더라도, 또 중도에 변제 등의 원인으로 채권이 소멸되었다고 하더라도, 매각절차가 무효가 아닌 한 매수인은 유효하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다시말하면, 강제경매에는 공신적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들어, 대여금지급청구 소송의 1심 판결에서 패소판결받은 피고가 그후 상소심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하더라도, 상소심 선고 이전에 1심 가집행판결로 소유하던 부동산이 경매되면 낙찰이 유효하게된다.
하지만 법원은, 강제경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에는 경매절차를 무효로 판단하여 낙찰된 소유권이 다시 원소유자에게 회복될 수 있다고 예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은 관련사례들이다.


★ 대법원 1985.11.26. 선고 85다카1580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이중매매의 매수인이 매도인과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대신에 매도인이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가장채권에 기한 채무명의를 만들고 그에 따른 강제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이 경락취득하는 방법을 취한 경우, 이는 이중매매의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여 이루어진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이는 무효의 채무명의에 기한 집행의 효과도 유효하다는 논리와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88.9.27. 선고 84다카2267 판결 【제3자이의】
부동산을 갑이 은행으로부터 을의 이름으로 매수하고 을은 그 즉시 갑에게 그 소유권을 양도하여 주기로 약정하였는데, 을이 갑에 대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갑에 대한 양도절차의 이행을 거부하자 갑이 은행을 상대로 처분금지가처분을 하였는데도 을은 위 은행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하여 그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아서 병의 을에 대한 가장채권에 기한 병의 채무명의를 이용하여 을 명의로의 대위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과 동시에 강제경매를 하게 하기에 이르고 병이 이에 적극 가담한 것이라면 이는 법이 보호할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위로서 이중매매의 매수인이 매도인이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 등과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 무효이고, 갑은 위 강제집행절차에서 그 무효를 주장하고 제3자(소유권자)로서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 대법원 1990.12.11. 선고 90다카19098(본소),19104(참가),19111(반소)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유권확인소유권이전등기말소】
가. 강제경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에는 그러한 강제경매의 결과를 용인할 수 없다 할 것이나 약속어음의 소지인이 수취인란을 적법한 제시기간 내에 보충함이 없이 지급제시를 하였음에도 위 약속어음금 지급청구소송의 제1심법원에서 수취인란을 적법히 보충하여 지급제시한 것처럼 주장하여 가집행선고부승소판결을 얻은 다음 이를 채무명의로 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하여 임야를 스스로 경락받았으나 위 가집행선고부 제1심판결이 상소심에서 취소되었고, 또 그가 강제집행 신청당시 이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사유만으로서는 위와 같은 그의 행위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위와 같은 경우를 채무명의의 부존재 내지 무효와 동시할 수도 없다.
나. 가집행선고부판결을 채무명의로 하여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한 채권자가 스스로 경락인이 되어 경락허가결정이 확정된 다음 경락대금지급기일 이전에 채무명의가 된 가집행선거부 판결에서 표시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경락대금지급채무와 상계신청을 한 결과 민사소송법 제660조 제2항 소정의 이의가 없어 경락대금 지급기일에 그 상계의 효력이 발생하고 경락인이 경락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면 그 이후에 위 가집행선고부판결이 상소심에서 취소되어 위 상계에 있어서의 자동채권의 존재가 부정되었다 할지라도 위 상계를 비롯한 이미 완료된 강제경매절차의 효력이나 이로 인한 경락인의 소유권취득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1.10.11. 선고 91다21640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가.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은 매매의 일종인 경매에 있어서 그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경락인이 경락의 목적인 재산권을 완전히 취득할 수 없을 때에 매매의 경우에 준하여 매도인의 위치에 있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에게 담보책임을 부담시켜 경락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그 담보책임은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나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등의 하자로 경락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이를 잃게 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나.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납부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위 강제집행의 채무명의가 된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무효라는 이유로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 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 민법 제578조 제2항에 의한 담보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2) 임의경매


임의경매는 저당권자와 같은 담보권자의 담보권에 기한 경매실행을 국가기관인 집행법원이 대행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담보권에 이상이 있다면 그것이 매각허가결정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결과, 강제경매와 달리 임의경매의 경우는 경매의 공신적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임의경매에 있어서 집행법원은 담보권 및 피담보채권의 존재여부를 심사하여 담보권의 부존재, 무효, 피담보채권의 불발생, 소멸 등과 같은 실체상의 하자가 있으면 경매개시결정을 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이런 사유는 매각불허가사유에 해당하게 되며, 이를 간과해서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고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매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다.


★ 대법원 1999.2.9. 선고 98다51855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피담보채권의 소멸로 저당권이 소멸되었는데도 이를 간과하고 경매개시결정이 되고 그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경락허가결정이 확정되었다면 이는 소멸된 저당권을 바탕으로 하여 되어진 무효의 절차와 결정으로서 비록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완납하였다 하더라도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현행 민사소송법 제727조는 “대금의 완납에 의한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의 소멸에 의하여 방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경매개시결정 후에 담보권이 소멸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경매개시결정 전에 이미 담보권이 소멸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 대법원 1976.2.10. 선고 75다994 판결 【손해배상】
경매개시결정이전에 피담보채권이 소멸됨에 따라 소멸된 저당권을 바탕으로 한 경매개시 결정을 비롯한 일련의 절차와 경락허가결정이 모두 무효인 경우에는 비록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완납하였다고 해도 저당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 담보부동산 소유자인 채무자는 이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할 리가 없으므로 피담보채권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임의경매에 있어서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경매의 공신적 효과가 인정될 수 있다. 즉, 실체상 존재하는 저당권에 기해서 경매개시결정이 있었다면 그 후 저당권이 소멸되었거나(예컨대, 저당권설정계약이 해지된 경우), 변제 등에 의하여 피담보채권이 소멸되었더라도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 또는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항고에 의하여 매각절차가 취소되지 않은 채 매각절차가 진행되면서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고 매각대금이 완납되었다면 매수인은 적법하게 매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 대법원 1992.11.11. 자 92마719 결정 【경매개시결정에대한이의】
채무자가 경락인의 대금완납 이전에 채무를 변제하여 담보권을 소멸시켰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이의신청을 하고 나아가 경매절차를 정지시키지 아니하여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납부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로써 경락인은 경매목적물의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


★ 대법원 2001.2.27. 선고 2000다44348 판결 【사해행위취소등】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저당권설정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저당권설정계약이 취소되는 경우에도 당해 부동산이 이미 입찰절차에 의하여 낙찰되어 대금이 완납되었을 때에는 낙찰인의 소유권취득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르는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입찰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수는 없고, 수익자가 받은 배당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현재의 우리 법제하에서는 낙찰받아 이전등기까지 마친 이후에도 낙찰받은 부동산을 상실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공신적 효과의 면에서는 임의경매 보다는 강제경매절차가 낙찰자 입장에서는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3. 무효인 저당권에 기한 경매에서의 배당금수령과 사기죄 성부


무효인 저당권에 기해 해당 부동산에 대해 경매가 신청되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 낙찰되어 이전등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경매 자체가 무효이고 따라서 타인에 대한 이전등기 역시 무효이어서 당초 소유권자는 등기말소청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무효인 경매를 주도하여 배당을 받은 자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 최근 사건에서 대법원은, ‘낙찰자가 피해자인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도564 사기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윤00에 대한 20,000,000원의 대여금 채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명의의 차용증을 허위로 작성하고, 피해자 소유의 원심 판시 빌라(이하 ‘이 사건 빌라’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고인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다음, 그에 기하여 이 사건 빌라에 관한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하여 배당금 10,880,885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공소사실과 같이 원인무효인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기한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피고인이 배당절차에서 배당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매절차는 원인무효로서 피해자는 이 사건 빌라의 소유권을 상실하지 않고 매수인은 그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며, 피고인이 지급받은 배당금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매수인이 피고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법원의 임의경매절차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기소된 공소사실의 재산상 피해자와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가 다른 것이 판명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않는 한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 기재의 피해자와 다른 실제의 피해자를 적시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도2168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1도687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이상 그 피해자가 공소장에 기재된 윤00이 아니라고 하여 곧바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피해자를 가려내어 그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로 처벌하여야 할 것이다.
2.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의 경우 진정한 사기 피해자가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저당권자가 집행법원을 기망하여 원인무효이거나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근저당권에 기해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임의경매신청을 함으로써 경매절차가 진행된 결과 그 부동산이 매각되었다 하더라도 그 경매절차는 무효로서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지 않고, 매수인은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대법원 1975. 12. 9. 선고 75다1994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다7280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에 허위의 근저당권자가 매각대금에 대한 배당절차에서 배당금을 지급받기에 이르렀다면 집행법원의 배당표 작성과 이에 따른 배당금 교부행위는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의 재산을 처분하여 직접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는 행위로서 매수인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을 가진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른 실제 피해자는 이 사건 빌라의 매수인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지 않은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처분행위,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심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낙찰자의 손해가능성을 인정한 점에서는 대법원이나 원심 모두 사실상 차이가 없지만, 기망을 통한 “처분행위”라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 즉 경매법원이 진행한 일련의 배당행위를 기망행위에 따른 처분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다른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경매무효에 따른 민사적인 후속절차와 아울러, “처분행위”라는 사기죄의 추상적인 구성요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4. 임의경매절차가 무효된 어느 의뢰인 사례<부동산 경매사, 塞翁之馬>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한다. 새옹지마는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라는 뜻의 사자성어인데, 예상치 않은 변수가 많은 부동산 경매에서도 이런 새옹지마의 희비가 엇갈리기를 반복하곤 한다.


집합건물의 대지로 사용 중인 토지 일부 지분을 경매로 취득한 후, 구분건물(전유부분) 소유자들을 상대로 지료 내지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하여 1심에서 승소, 2심에서 패소, 3심에서 승소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후, 파기환송 후 재판에서 전혀 예기치 않은 새로운 쟁점이 부각되면서 낙찰 자체가 무효되어 토지 소유권을 최종적으로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 받은 의뢰인의 사연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이 사건의 소개는 법리적인 면에서 제기된 중요한 쟁점들을 다루어 왔는데, 곡절이 많은 에피소드 면에서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먼저, 낙찰자인 의뢰인의 입장에서 보자.


서울 핵심상권에 있는 토지이지만 건물이 존재하는 부지만의 경매, 그것도 대지 전부가 아니라 일부 지분만이고 금액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의뢰인은 시가 60억 원에 달하는 토지를 불과 9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가에 낙찰받았다.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하는 지료청구 재판의 조정과정에서 구분소유자들에게 매각가격으로 거론된 가격도 50억 원 정도였다. 조정을 통한 매각이나 지료판결 어느 것이든 간에 의뢰인으로서는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 거의 확실시 되었다.


하지만, 두 번의 대법원 판단을 거치면서 결국 경매의 근거가 된 근저당권 설정 자체의 무효로 인해 낙찰에 기한 의뢰인의 소유권 취득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 후 의뢰인은 대박의 꿈을 완전히 접고 마지막 정리를 위해 납부한 매각대금을 배당받은 사람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배당은 은행과 모 개인에게 거의 절반씩 이루어졌다. 1심 재판 결과 의뢰인은 이들 모두에게 승소하게 되는데, 자력이 충분한 은행에 대한 집행은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개인에 대한 집행은 자력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보니 집행 결과에 따라 의뢰인의 명운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배당받은 개인의 희비 역시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소위 NPL[non-performing loan]이라고 부르는 부실채권, 그 중에서도 근저당권부 부실채권을 투자의 일환으로 양수한 이 사람은, 당초 채권자인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한 유동화회사로부터 재매입하였는데, 채권을 취득한 금액과 배당받은 금액과의 차액을 남기기 위해 경매물건인 이 건 토지 지분에 대한 시세 조사 등에 매진했다. 그 노력 덕분에, 유동화회사로부터의 채권매수 금액은 125,000,000원에 불과하지만 배당받은 금액이 무려 4억 원이어서 큰 차액을 남기게 되었다. 완전한 대박투자인 셈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느닷없이 경매 무효로 낙찰자의 소유권 취득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졸지에 이 개인도 배당받은 돈 전부를 낙찰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 때문에 성공하는 듯 싶었던 그의 투자는 실패로 돌아간다. 게다가, 이 사람이 부실채권을 매입한 곳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가 되어버린 유동화회사이다 보니, 유동화회사에 지급한 125,000,000원에 대한 반환마저도 불투명해져 버렸다. 자칫, 투자한 금액 전액마저도 손해 볼 처지에 놓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뢰인과 지료 재판을 했던 토지 지상 집합건물 구분소유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지료청구는 구분소유자 수십 명을 상대로 제기되었는데, 경매 무효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파기환송 전 1심 재판 단계에서는 피고 전부들에 대한 지료청구가 인정되었다. 이에 대해 다수의 피고들은 항소하였지만, 소수의 일부 피고들은 항소하지 않아 그들에 대해서는 지료청구가 확정되고 말았다. 그 후 두번에 걸친 대법원 재판 끝에 경매 무효라는 최종판단을 받기 이전에는, 패소 확정된 구분소유자들은 상대적으로 상소한 구분소유자들에 비해 분쟁에 따른 비용부담이나 갈등이 적었지만, 여러 번의 재판 끝에 상소한 구분소유자들의 최종 승소로 결론나면서 이들 간에도 희비가 엇갈리게 되었다.



결국, 이들 패소 확정된 구분소유자들은 의뢰인을 상대로 청구이의 재판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부정적이다. 동일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분소유자는 지료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반면, 다른 구분소유자는 패소하게 되면서 모순되고 부당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민사소송법상 변론주의하에서는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 대법원 1991.2.26. 선고 90다6576 판결 【손해배상(기)】
확정판결은 재심의 소 등으로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그 소송당사자를 기속하는 것이므로, 비록 그 뒤 관련소송에서 그 확정판결에 반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으로 교부받은 금원이 바로 법률상 원인없이 지급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 대법원 1995.6.29. 선고 94다41430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대여금 중 일부를 변제받고도 이를 속이고 대여금 전액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강제집행에 의하여 위 금원을 수령한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자가 그 일부 변제금 상당액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으로서 반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는 경우, 그 변제주장은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의 확정판결 전의 사유로서 그 판결이 재심의 소 등으로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그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이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그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으로 교부받은 금원을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대법원 2001. 11. 13. 선고 99다32899 판결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집행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하여는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 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체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여 집행을 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사정이 없이 확정판결의 내용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고 또한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 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집행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는바, 편취된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불법행위로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확정판결에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나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하여는 그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의 성립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되고,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불법행위로 되는 것은 당사자의 절차적 기본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된 상태에서 판결이 선고되었거나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등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여야 한다.


경매사 새옹지마 ! 운수소관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경매라는 분야가 그만큼 위험하고 변수가 많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뜻으로 이 말의 의미를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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