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소송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어느 의뢰인이 있다. 필자의 변호사 역사상 최장기간 대리하는 사건의뢰인이다. 15년간 분쟁하게 된 개략적인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이 의뢰인은 보유하던 두 필지 토지를 건축업자에게 매각했는데 매매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그 중 한 필지 토지는 보유하고 나머지 한 필지 토지만을 건축업자에게 매각하기로 계약을 변경했다. 하지만, 변경된 계약에서의 약속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게 되자, 결국 건축업자와 민·형사 소송을 하게 된다. 필자가 그 의뢰인을 처음 만난 시점은 지금부터 15년 전. 그 때 이미 그 의뢰인은 상대방 건축업자와 10년째 분쟁 중이었다. 그 때 당시에도 이미 의뢰인은 장기간 분쟁으로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사건이 너무 복잡해 보이고 갈등도 극심해 보여 수임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했었지만, 선량한 의뢰인 인품에 이끌려 도움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15년간 상대방 건축업자와 수십 건의 민·형사 소송을 계속 하고 있다. 재판도중에서 받게 되는 필자에 대한 숱한 협박은 물론, 소송대리인인 필자를 직접 상대로 하여 제기된 두 번의 민사소송과 한 번의 형사고소까지 당하다보니 너무 힘들고 화가 나서 포기할까하는 생각도 여러번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저런 사람에게 굴복해서 포기할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고, 자신들보다 더 사건을 많이 알게 된 필자를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 의뢰인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이렇게 이 의뢰인과 15년의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다.


이런 고생 끝에 복잡한 사건들도 거의 대부분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도 남아있는데, 다음에서 소개할 사건도 그 중 하나인 셈이다.


여러 재판 끝에, 매각하기로 한 토지 위 지상 건물은 건축업자의 원시취득으로 재판에서 판단되었다. 정상적으로는 건축업자가 준공검사를 받고 이전등기도 넘겨야하지만 자금사정 때문에 준공검사를 필하지 못한 채 건축주 명의가 여전히 의뢰인 앞으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불법건축물이라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사가 필요한데, 건축업자의 자금사정으로 이런 상황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건축주 명의를 근거로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이 의뢰인 앞으로 계속 부과되어 왔다. 게다가, 최근 강화된 세제로 의뢰인이 보유하는 다른 주택의 양도과정에서 문제의 미준공 건축물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중과될 수 있었다. 때문에 의뢰인은 다른 주택의 양도 전에 해당 미준공 건축물이 의뢰인 소유가 아니라는 공식적인 판단을 받기를 원했다. 과거 민사재판에서 건축업자의 원시취득을 판단한 적이 있지만, 재판의 쟁점이 아니다보니 판결이유에서 간단하게 언급되는데 그쳐, 민사법리에 밝지 못한 세무당국을 설득하는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뢰인의 이런 어려움을 듣고 해결방법을 고민하다가 의뢰인 앞으로 부과된 재산세부과처분취소청구라는 행정심판절차를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은 조세심판원에 제출된 취소청구심판서 요지이다(참고로, 당초 건축업자와 계약한 당사자는 의뢰인의 부친인데 오랜 전에 사망한 상태라 지금까지 대부분의 소송은 그 상속인들 명의로 이루어졌고 이 사건 청구인 역시 상속인 중 한명이다).




1. 청구인은 피청구인으로부터 서울 000구 00동 117-16 지상 건물(이하, 이사건 건물이라 함)에 대해 최근 증1과 같은 2020. 9. 16.자 재산세부과처분을 받았습니다.



2. 하지만, 이 사건 건물은 청구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건물이 건축된 경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전 망 김00와 청구외 하00는 당초 000구 00동 117토지(1토지)와 117-16 토지(2토지) 모두를 하00에게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그후 1998. 5.경 2토지만을 하00에게 매도하고 1토지는 망 김00가 그대로 보유하면서 그 지상에 건물을 시공하기로 하는 취지로 최종 변경되었습니다(증2 내지 4).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00가 차일피일 증4호증 약정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게되자, 청구인을 비롯한 망 김00의 상속인들은 1,2토지 지상 건물 점유자인 하00 등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재판 결과, 1토지와 지상건물에 대해서는 김00의 상속인들에게 소유권이 있음을 전제로 점유자들에 대해 명도청구가 인정된 반면, 2토지와 지상건물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즉, 증4 약정서상 합의에 의하더라도 2토지는 여전히 정산절차를 거쳐 하00에게 이전되어져야하고, 2토지 지상 건물은 하00가 원시취득자라는 판단이 된 것입니다(증5호증의 1 내지 3 각 판결).



다. 그 결과, 2토지 지상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여러 점유자들에 대한 명도청구는 부당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라. 그후 하00는 2토지에 대한 이전등기와 2건물에 대한 건축주 명의변경을 구하는 소를 상속인들 상대로 제기하여 일정한 금전지급과 동시이행으로 승소하기도 하였습니다(증6).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 재산세부과는 과거 하00가 토지주인 망 김00 명의를 빌려 건축허가받았고, 청구인이 김00의 대표상속인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부과된 것으로 짐작됩니다(증7).


3. 이상으로 본 바와 같이 2건물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은 2건물 건축 이후부터 지금까지 청구인을 비롯한 김00의 상속인들이 아니라 하00에게 있다는 점에서,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재산세부과처분은 취소되어져야 합니다.



4. 관련 법령 및 판례

★ 지방세법 제183조(납세의무자)
①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는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다만, 공유재산인 경우에는 그 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지분의 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지분이 균등한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그 지분권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며, 주택의 건물과 부속토지의 소유자가 다를 경우에는 당해 주택에 대한 산출세액을 제111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의 시가표준액 비율로 안분계산한 부분에 대하여 그 소유자를 납세의무자로 본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개정 2005.12.31, 2008.2.29>
1. 공부상의 소유자가 매매 등의 사유로 소유권에 변동이 있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아니하여 사실상의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때에는 공부상의 소유자
2. 상속이 개시된 재산으로서 상속등기가 이행되지 아니하고 사실상의 소유자를 신고하지 아니한 때에는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주된 상속자
3. 공부상에 개인 등의 명의로 등재되어 있는 사실상의 종중재산으로서 종중소유임을 신고하지 아니한 때에는 공부상의 소유자
4. 국가·지방자치단체·지방자치단체조합과 재산세 과세대상 재산을 연부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재산의 사용권을 무상으로 부여받은 경우에는 그 매수계약자
5. 「신탁법」에 의하여 수탁자명의로 등기·등록된 신탁재산의 경우에는 위탁자. 이 경우 수탁자는 제37조의 규정에 의한 납세관리인으로 본다.
6. 「도시개발법」에 의하여 시행하는 환지방식에 의한 도시개발사업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주택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에 한한다)의 시행에 따른 환지계획에서 일정한 토지를 환지로 정하지 아니하고 체비지 또는 보류지로 정한 경우에는 사업시행자


③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소유권의 귀속이 분명하지 아니하여 사실상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용자가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5두15045 판결[재산세등부과처분취소]
[1] 구 지방세법(2005. 1. 5. 법률 제7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2조 제1항 소정의 ‘사실상 소유자’라 함은 공부상 소유자로 등재된 여부를 불문하고 당해 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진 자를 말한다.
[2] 토지 매수인이 매도인과 사이에 지상 건물을 매도인이 철거하기로 약정한 후, 그 철거의무이행의 담보를 위하여 매수인 앞으로 건물에 대한 무상양여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마친 경우, 매수인이 위 건물에 대하여 구 지방세법(2005. 1. 5. 법률 제7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2조 제1항에서 정한 ‘사실상의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6다28454 판결[건축주명의변경절차이행]
건축허가는 시장·군수 등의 행정관청이 건축행정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수허가자에게 일반적으로 행정관청의 허가 없이는 건축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 금지를 관계 법규에 적합한 일정한 경우에 해제함으로써 일정한 건축행위를 하도록 회복시켜 주는 행정처분일 뿐, 허가받은 자에게 새로운 권리나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건축허가서는 허가된 건물에 관한 실체적 권리의 득실변경의 공시방법이 아니며 그 추정력도 없으므로 건축허가서에 건축주로 기재된 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며, 건축중인 건물의 소유자와 건축허가의 건축주가 반드시 일치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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