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에도 그렇겠지만 부동산(경매) 분야에도 언뜻 들어서는 이해하기 곤란한 용어들이 참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 11월 3일 경매가 예정됐었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재 토지(대지) 경매물건(매각기일이 변경됨)에 대한 세부정보를 살펴보면 주의사항에 ‘토지이용계획확인서상 비오톱1등급(저촉)토지로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 행위허가를 요하며, 그 밖의 제한사항 등은 관할 행정기관에 확인을 요함’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경매로 세상얻기] 비오톱1등급이 무슨 말?
* 자료: 부동산태인(www.taein.co.kr)

비오톱1등급? 비오톱1등급(저촉)토지? 무슨 말인지 쉽게 와닿지도 않지만 뭔가를 연상해서 떠올리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혹시나 해서 토지e음을 통해 토지이용계획을 열람해보니 마찬가지로 해당 토지는 ‘비오톱1등급(2021-09-30)(저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 행위허가를 요함’이라고 표시돼 있다.
[경매로 세상얻기] 비오톱1등급이 무슨 말?
* 자료: 토지e음, 토지이용계획

비오톱(biotope)이란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의미의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로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 즉 군집을 이루는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서식지를 말한다.

도시화의 가속에 따라 도시지역 내 생물군집의 종과 수가 급속히 줄어들자 그 보존 및 복원의 시급성이 제기되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위임한 사항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도시계획조례에 ‘지속가능한 도시·군기본계획의 수립에 필요한 기초조사 내용에 도시생태현황 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라는 근거를 두고 도시생태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지도화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제작된 도시생태현황도(비오톱지도)를 활용해 도시기본계획 수준에서 산림이나 공원, 대규모 녹지를 대상으로 하는 녹지축의 설정뿐 아니라 단지계획 수준에서 가로망과 하천, 개인 주택의 정원, 소규모 공공녹지 등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녹지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 더불어 생태계에 대한 진단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물리적인 녹지네트워크 구축과 훼손된 도시생태계에 대한 복원대책 등을 병행하여 세울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보존함으로써 동식물과 인간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개발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비오톱 유형으로 평가된 토지는 그 등급에 따라 일정기간 개발이 전면 금지되기도 한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시행규칙에 의하면 도시생태현황의 조사결과는 비오톱유형평가와 개별비오톱평가로 구분된다. 비오톱유형평가는 보전의 필요성에 따라 5개의 등급으로 구분하여 평가하고, 개별비오톱평가는 보호가치의 우선에 따라 3개의 등급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만약 어떤 지역 또는 토지가 도시생태현황조사 결과 비오톱유형평가 1등급, 개별비오톱평가 1등급으로 지정되었다면 그 토지는 현생태계의 보전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개발행위허가가 제한된다.

다만 비오톱으로 지정되더라도 무한정 개발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개발행위허가를 제한하더라도 한 차례만 3년 이내의 기간으로 제한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에 역시 한 차례만 2년 이내로 개발행위허가 제한을 연장할 수 있으므로 비오톱으로 지정된 후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간 개발행위허가를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위 사례의 경우 비오톱1등급토지로 지정된 시점이 2021년 9월 30일이므로 이로부터 최소한 3년, 길게는 5년간 개발이 금지된다. 지형, 지세, 가격 등 다른 사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런 사유가 곁들여져 최초감정가액의 절반 수준으로 최저경매가가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사실 비오톱이라는 용어가 도시계획상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도시생태현황조사는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서 오래전부터 명시돼왔으나 도시계획조례시행규칙에서 도시생태현황조사 결과를 등급별로 세분화해서 비오톱이라 명명한 것은 2009년 11월 11일 조례개정을 통해 이듬해 6월 1일부터 시행하면서 비롯됐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고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보전한다는 취지는 십분 공감이 간다. 다만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도 많은데 왜 굳이 비오톱이라는 아주 생소하고 낯선 용어를 도입했을까 하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비오톱이라는 말 대신 생태환경보전(지구) 또는 도시생태보전(지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어땠을까?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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