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만큼이나 부동산시장 관련한 사회, 또는 정책적으로 큰 이슈가 많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경기침체를 동반한 부동산경기의 침체, 행정수도이전예정지의 확정 및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충청권 부동산시장, 지난해 10.29주택안정대책 이후 급락하기 시작한 주택시장과 각종 개발호재를 안고 대체 투자종목으로 인기를 끌었던 토지시장, 성매매방지특별법시행으로 인한 숙박시설 및 관련 업종의 위기,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책과 이슈들이 쏟아져 나왔다.

부동산시장이 요동을 치면 경매시장 역시 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법. 다사다산했던 부동산 시장만큼이나 경매시장도 상당히 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생산해 냈다. 행정수도이전 관련 위헌결정으로 그간 고공행진을 해오던 충청권 경매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다세대ㆍ연립등 서민주택 경매물건이 급증하였다. 또한 기간입찰제가 시행되었고, 종합부동산세 도입여파로 강남권 고가주택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타워팰리스가 경매에 부쳐지는 등 그간 주변에 머물러 왔던 경매시장이 사회적으로 이슈의 중심에 놓였던 한 해였다.

2004년 한 해 동안 게재된 경매관련 뉴스 중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10대 뉴스를 알아본다.

1.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결정 여파, 충청권 경매시장 급랭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부동산시장 급랭과 더불어 경매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한때 공주ㆍ연기지역을 중심으로 토지 월평균 낙찰가율이 30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고가낙찰이 빈번하였고 경쟁입찰자들도 수십명에 달했으나, 위헌결정 이후 행정수도 이전예정지 및 주변지역 낙찰가율이 반토막이 났다. 심지어 최근에는 낙찰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납부를 포기하는 사례마저 늘었다. 위헌소송이 제기된 6월과 위헌결정이 난 10월만해도 대금미납으로 재경매에 부쳐진 공주ㆍ연기지역 토지경매건수는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하였으나, 11월과 12월에는 30%를 넘었다.

2. 타워팰리스 비롯한 강남권 고가주택 줄이어 경매

부의 상징, 강남불패 등 숱한 대명사를 낳았던 타워팰리스가 지난 9월 21일 C동 19층 72평형이 처음으로 경매에 부쳐진 후 11월 30일에도 A동 16층 72평형이 경매에 부쳐져 경매관계자들을 놀라게 하였다. 타워팰리스 외에도 기준시가가 20억원이 넘는 서초가든스위트 107평형을 비롯하여 압구정 현대 80평형, 방배동 메가트리움 111평형, 반포현대빌라트 108평형 등 강남권 대형아파트들이 경매에 부쳐졌으나 부동산경기 침체, 종합부동산세 도입 확정에 따른 세부담 등으로 입찰자가 없어 줄줄이 유찰되었고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회피 방안으로 공동입찰이 늘기도 하였다.

3. 입찰가 1억4천만원을 잘못 기재해 14억원에 낙찰

감정가 2억1천만원에서 2차례 유찰되어 1억3440만원에 경매진행된 성북구 정릉동 소재 우성아파트 36평형이 14억2170만원에 낙찰된 실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입찰표에 1억4217만원으로 기재한다는 것을 그만 실수로 ‘0’을 하나 더붙여 14억2170만원으로 기재하고 만 것. 낙찰자의 매각불허가신청에도 불구하고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졌고, 낙찰자는 앞뒤 생각할 겨를 없이 11월 22일까지 정한 대금납부기한까지 대금납부를 포기하여 결국 입찰시 보증으로 제공한 1천4백만원 마저 몰수당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마자 순식간에 350건 이상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단일 물건으로는 타워팰리스 다음으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다.

4. 연립, 다세대 등 서민주택과 생계형(영업용) 부동산경매 급증

올해 들어 경매물건이 한풀 꺾임도 없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다세대ㆍ연립 등 소위 서민형 주택의 경매물건이 급증하였다. 전국적으로 매월 1만건 이상이 경매에 부쳐졌으며, 연립ㆍ다세대가 주된 주거분포를 보이고 있는 인천, 부천 및 강서지역의 경우 경매에 부쳐지는 전체물건 중 75% 이상이 연립ㆍ다세대 물건이었다.

또한 서민들의 생계수단인 상가 또는 점포마저 경매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옴으로써 그야말로 서민들이 사면초가, 진퇴양난에 빠진 심각한 형국이 전개되었다. 상가의 경우 1월 4,368건이 진행되다가 3월에 5,500건 돌파후 11월에는 6,370건을 기록하는 등 연초 대비 1.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 외 영업용 부동산이라 할 수 있는 공장이나 숙박시설 경매도 상당수 늘었다. 공장의 경우 폐업하거나 일부만 가동한 채 경매로 나온 물건이 10월 이후 매월 1천여건 이상이 경매에 부쳐졌고, 숙박시설의 경우 지난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의 발효라는 메가톤급 충격으로 운영적자가 커지면서 연초 100건 내외였던 경매물건이 11월 289건까지 늘어나는 등 자영업자들 역시 상당히 힘든 한해를 보냈다.

5. 아파트단지 통째로 경매

경기침체, 부동산시장의 침체, 건설경기의 위축 등으로 임대아파트를 소유한 건설회사가 부도나면서 수십 또는 수백 세대씩 통째로 경매에 부쳐지는 임대아파트가 유독 많은 한 해였다. 올해 1월 초에 진행된 이천시 부발읍의 이화아파트 36세대를 필두로 최근 12월에 진행된 시흥시 거모동의 동보아파트 72세대까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중소건설회사의 임대아파트가 무더기로 경매에 부쳐졌다.

6. 경매시장 침체 속 토지경매 활황

2003년 10.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 발표 이후 쏟아져 나온 각종 정책들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큼이나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를 동반하면서 그간 아파트에 투자해 왔던 투자자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토지시장으로 옮겨졌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대형 호재를 비롯하여 신도시건설, 택지개발, 도로건설, 고속철 개통, 경전철 계획, 복선 전철화 등 각종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십대 일의 입찰경쟁에서 연평균 낙찰가율(79.85%)이 아파트(77.72%)를 앞지를 정도로 토지에 대한 인기는 대단하였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예정지 였던 충남 연기군의 경우 올해 8개월 정도가 월평균 낙찰가율 200%를 넘었다. 전반적인 경매물건 증가 추세와 달리 올해 9월까지 지속적으로 물건수가 감소하였던 것도 토지였다.

7. 기간입찰제 시행

2002년 7월 1일 시행된 민사집행법에 기간입찰제 도입을 명문화한 뒤 지난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창원지방법원에서 처음으로 기간입찰제를 도입하여 경매를 실시하였다. 이후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도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1월 3일부터 10일까지 기간입찰을 실시하였고, 북부지원에서도 새해 1월 3일부터 1월 10일까지 기간입찰을 실시하는 등 기간입찰제 도입이 본격화 되고 있다.

8. 부동산경매 월 4만건, 낙찰가 규모 연 10조원 돌파

올 부동산 경매시장의 특징은 한마디로 ‘경매물건의 급격한 증가’로 대변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의 지속, 경기회복 및 부동산경기의 활황에 힘입어 경매물건이 계속 감소하였으나, 2002년 30만건을 저점으로 2003년 33만여건, 2004년 12월 최근까지 46만여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의 46만여건과 비슷한 수준이며, 2005년에는 2000년 당시의 54만여건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월별 경매건수에서도 올해 8월 4만8백건을 기록한 이래 매월 4만건 이상 경매에 부쳐졌고, 경매를 통해 매각된 낙찰가 규모도 연 10조원을 돌파하였다.

9. 민경찬씨 소유 김포푸른솔 병원 경매

노대통령의 사돈으로 잘 알려진 민경찬씨 소유 김포시 통진면 서암리 소재 푸른솔 병원과 주택이 2003년 5월에 감정가 56억원에 첫 경매에 부쳐진 후 5회의 유찰과 3회의 변경을 거듭한 끝에 지난 4월 13일 23억원에 낙찰되어 세간에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물건은 당시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화 되었던 민경찬펀드의 시발점이 되었던 것으로 첫 경매후 1년이 지나 낙찰은 되었으나 그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1/3 수준밖에 안되어 손해를 보는 채권자와 임차인만 무수히 양산되었던 사건이다.

10. 광주시 목현동 임야 경매, 토지경매사상 최고 낙찰가율 기록

지난 10월 4일 성남지원 경매에서 광주시 목현동 소재 240평 임야가 감정가 793만원에 첫 경매에 부쳐져 29명의 입찰경쟁 끝에 1억518만원에 낙찰되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무려 1,326.4%로 지금까지의 토지경매사상 최고의 낙찰가율에 해당한다. 그러나 낙찰자는 고가낙찰에 대한 부담으로 결국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이후 10월 4일 재경매에서 22명이 입찰경쟁하여 감정가의 1,046.6%인 8천3백만원에 낙찰되었다. 두번의 경매에서 두번 모두 경쟁입찰자가 20명이 넘었고 낙찰가율이 1,000%를 넘은 물건으로 업계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사건이다.

이상과 같은 이슈 외에도 지난 3월 영월지원에서 경매가 장장 13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일,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소유 강남 개포동 소재 토지 7천여평이 경매에 부쳐져 223억원에 낙찰된 일 및 개그맨 김국진과 탤런트 조한선, 명계남 등이 임차해 있던 건물이 경매에 부쳐지는 등 아주 풍성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왔던 한해였다. 2005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경매물건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만큼 이슈도 많을 것이고, 올해의 각종 기록들이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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