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경매로 보는 서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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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침체된 국내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4%로 점쳐지고 있는가 하면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가면 경제성장률이 2%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경기 역시 침체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일부 지역의 일부 물건을 제외하고는 아예 거래가 끊길 정도다.
경매시장은 어떤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물건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는 외환위기 당시를 훨씬 웃돌 정도로 많은 물건이 경매에 부쳐졌다. 그만큼 낙찰가율이나 낙찰률 및 입찰경쟁률 면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낙찰가율이 상승하고 입찰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지만 이는 일부 지역의 특정물건에 한하는 현상이고 전반적인 경매시장은 아직 되살아 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경매물건이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고 낙찰가율이나 낙찰률 역시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등 최근의 경매시장을 외환위기 때와 유사한 것으로 대조하여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경매물건이 많이 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의 경매시장 동향은 분명 외환위기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의 경매물건 증가는 금융기관에 따라 20%까지 치솟았던 높은 금리가 주된 원인이었던 반면 요즘 들어서는 3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 동안 연5% 내지 7% 정도의 저금리가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금리요인이 주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최근의 경매물건 증가는 금리보다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부동산 자산가치의 하락과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소득의 감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즉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또는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금융권으로부터의 추가담보요구나 대출원금에 대한 상환 압력, 임대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인하에 대한 압력 등으로 임대용 부동산 소유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또한 저금리 담보대출을 통해 주택, 상가 등을 구입했던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경기침체로 소득이 감소하자 그 저금리마저 감당하지 못한 채 부동산 거래시장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물건규모면에서도 외환위기 당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외환위기 당시에는 개인, 기업을 불문하고 범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이었던 만큼 경매물건 역시 개인형(서민형)이라 할 수 있는 소형물건은 물론이고 기업형 중대형 물건도 상당수 쏟아져 나왔다.
기업이 연쇄 도산하고 기업이 소유한 중대형 규모 이상의 상당수 부동산들이 경매에 부쳐지거나 매매시장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급기야 기업의 부동산 매각을 통한 원활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2001년 7월 부동산투자회사(REITs)의 설립을 제도화 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기업들 조차 버티기 힘든 때였다.
그러나 지난 한해 진행된 경매물건은 기업형 물건보다는 서민형 소형물건이 주를 이루었다. 대표적인 서민들의 주거공간이라 할 수 있는 소형아파트나 연립ㆍ다세대를 비롯하여 소규모 상가(점포)나 토지 등 감정가 1억원 미만의 경매물건이 부지기수로 쏟아져 나왔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득의 감소가 기업보다는 우선적으로 자영업자나 급여생활자를 비롯한 서민계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진행된 경매물건은 총 46만4,850건으로 2000년 54만4,546건의 85.36% 수준이지만 1억원 미만 물건은 총 36만134건으로 2000년 37만6,882건의 95.5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구성비 면에서도 2000년에는 1억원 미만 경매물건이 전체의 69.21%를 차지하였지만, 지난해에는 77.5%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 1억원 미만 물건만 놓고 보면 이미 거의 외환위기 당시 수준에 달한 것으로 이른바 서민들의 가계와 생계가 상당히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심각하였음을 보여 주고 있다.
1억원 미만 물건중 아파트와 다세대ㆍ연립 등 공동주택이 19만7,933건으로 전체의 54.96%를 차지하여 2000년의 45.47% 보다 심각한 서민가계의 부실을 반영하였고, 다음이 토지 8만2,253건(22.84%), 근린 3만8,110건(10.58%)의 구성비를 보이는 등 서민주택과 더불어 영세자영업자나 소규모 부동산 보유자들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정가 50억원 이상의 기업형 물건은 지난해 총 1,020건이 경매에 부쳐졌지만, 이는 2000년 2,488건의 40.99%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전체 구성비에서도 2000년 당시의 0.46%에서 2004년에는 0.22%로 오히려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금의 상황이 기업 입장에서는 외환위기 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처럼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경기침체가 더욱 장기화되면 기업형 물건도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초에 진행되는 경매물건을 보면 이미 그러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체 보유 부동산이 대거 경매에 부쳐지고 있고, 그 종류도 공장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근린, 대지 등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등 연초부터 기업형 중대형 부동산의 경매동향이 예사롭지가 않다.
경매진행되는 물건규모의 77% 이상이 감정가 1억원 미만의 소형이라는 점이 보여주듯 경매물건 증가는 곧 서민경제가 위험하다는 신호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또 다시 범국가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루 빨리 경기를 회복시키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투자가 이제는 일부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계층에도 상당히 폭 넓게 뿌리 내렸다. 그런 만큼 부동산시장에 대한 억제 일변도는 다른 수익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종자돈 다 털어내어 대출 끼고 부동산에 투자하였거나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던 서민들의 시세차익이라는 소박한 꿈을 앗아가고, 결국 ‘부동산가격 하락 – 담보가치의 하락 – 금융부담 가중 – 경매물건 증가’라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임을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경매시장은 어떤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물건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는 외환위기 당시를 훨씬 웃돌 정도로 많은 물건이 경매에 부쳐졌다. 그만큼 낙찰가율이나 낙찰률 및 입찰경쟁률 면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낙찰가율이 상승하고 입찰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지만 이는 일부 지역의 특정물건에 한하는 현상이고 전반적인 경매시장은 아직 되살아 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경매물건이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고 낙찰가율이나 낙찰률 역시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등 최근의 경매시장을 외환위기 때와 유사한 것으로 대조하여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경매물건이 많이 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의 경매시장 동향은 분명 외환위기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의 경매물건 증가는 금융기관에 따라 20%까지 치솟았던 높은 금리가 주된 원인이었던 반면 요즘 들어서는 3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 동안 연5% 내지 7% 정도의 저금리가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금리요인이 주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최근의 경매물건 증가는 금리보다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부동산 자산가치의 하락과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소득의 감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즉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또는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금융권으로부터의 추가담보요구나 대출원금에 대한 상환 압력, 임대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인하에 대한 압력 등으로 임대용 부동산 소유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또한 저금리 담보대출을 통해 주택, 상가 등을 구입했던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경기침체로 소득이 감소하자 그 저금리마저 감당하지 못한 채 부동산 거래시장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물건규모면에서도 외환위기 당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외환위기 당시에는 개인, 기업을 불문하고 범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이었던 만큼 경매물건 역시 개인형(서민형)이라 할 수 있는 소형물건은 물론이고 기업형 중대형 물건도 상당수 쏟아져 나왔다.
기업이 연쇄 도산하고 기업이 소유한 중대형 규모 이상의 상당수 부동산들이 경매에 부쳐지거나 매매시장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급기야 기업의 부동산 매각을 통한 원활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2001년 7월 부동산투자회사(REITs)의 설립을 제도화 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기업들 조차 버티기 힘든 때였다.
그러나 지난 한해 진행된 경매물건은 기업형 물건보다는 서민형 소형물건이 주를 이루었다. 대표적인 서민들의 주거공간이라 할 수 있는 소형아파트나 연립ㆍ다세대를 비롯하여 소규모 상가(점포)나 토지 등 감정가 1억원 미만의 경매물건이 부지기수로 쏟아져 나왔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득의 감소가 기업보다는 우선적으로 자영업자나 급여생활자를 비롯한 서민계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진행된 경매물건은 총 46만4,850건으로 2000년 54만4,546건의 85.36% 수준이지만 1억원 미만 물건은 총 36만134건으로 2000년 37만6,882건의 95.5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구성비 면에서도 2000년에는 1억원 미만 경매물건이 전체의 69.21%를 차지하였지만, 지난해에는 77.5%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 1억원 미만 물건만 놓고 보면 이미 거의 외환위기 당시 수준에 달한 것으로 이른바 서민들의 가계와 생계가 상당히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심각하였음을 보여 주고 있다.
1억원 미만 물건중 아파트와 다세대ㆍ연립 등 공동주택이 19만7,933건으로 전체의 54.96%를 차지하여 2000년의 45.47% 보다 심각한 서민가계의 부실을 반영하였고, 다음이 토지 8만2,253건(22.84%), 근린 3만8,110건(10.58%)의 구성비를 보이는 등 서민주택과 더불어 영세자영업자나 소규모 부동산 보유자들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정가 50억원 이상의 기업형 물건은 지난해 총 1,020건이 경매에 부쳐졌지만, 이는 2000년 2,488건의 40.99%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전체 구성비에서도 2000년 당시의 0.46%에서 2004년에는 0.22%로 오히려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금의 상황이 기업 입장에서는 외환위기 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처럼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경기침체가 더욱 장기화되면 기업형 물건도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초에 진행되는 경매물건을 보면 이미 그러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체 보유 부동산이 대거 경매에 부쳐지고 있고, 그 종류도 공장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근린, 대지 등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등 연초부터 기업형 중대형 부동산의 경매동향이 예사롭지가 않다.
경매진행되는 물건규모의 77% 이상이 감정가 1억원 미만의 소형이라는 점이 보여주듯 경매물건 증가는 곧 서민경제가 위험하다는 신호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또 다시 범국가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루 빨리 경기를 회복시키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투자가 이제는 일부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계층에도 상당히 폭 넓게 뿌리 내렸다. 그런 만큼 부동산시장에 대한 억제 일변도는 다른 수익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종자돈 다 털어내어 대출 끼고 부동산에 투자하였거나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던 서민들의 시세차익이라는 소박한 꿈을 앗아가고, 결국 ‘부동산가격 하락 – 담보가치의 하락 – 금융부담 가중 – 경매물건 증가’라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임을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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