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하였듯 경매는 그 특성상 물건선정에서부터 입찰, 소유권이전, 명도 및 입주하기 까지 각 단계마다 도사리고 있는 숱한 함정들이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그 중 입찰 전(물건선정~현장조사)이나 입찰 후(낙찰~소유권이전~명도)의 단계에서는 초보나 전문가 할 것 없이 함정에 빠져 사고를 칠 수 있지만 – 물론 그 강도나 빈도수 또는 함정에 빠졌을 때의 대처능력에서 차이가 있음 – 입찰단계, 즉 매각기일 당일에 발생하는 사고들은 십중팔구 초보경매자들에 의한 것들이다.

한번쯤 입찰법정에 가본 사람이라면 입찰 당일 법정내에서 신기한 듯 또는 기념비적으로 법정내 입찰광경을 촬영하다 추방(?)을 당하는 예, 법정 안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제지를 당하는 예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사고는 입찰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제지 당한 사람이 무슨 금전적 손해를 본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냥 볼 거리, 웃음거리를 제공할 뿐이다. 굳이 사고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그렇다면 매각기일에 발생하는 사고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을까? 일반적 사고와 경매제도변경에 따른 사고 및 입찰가액 잘못 기재로 인한 사고로 나누어 보기로 하자.

입찰 당일의 일반적 사고

먼저 입찰마감시간을 맞추지 못해 입찰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일부 법원을 제외한 대부분 법원의 입찰시간은 오전 10시 10분부터 11시 10분까지로 정해져 있는데 눈치 작전에 너무 몰입하다 입찰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입찰보증금 을 인출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거나 교통체증으로 늦게 도착하여 입찰마감시간을 놓친 경우이다.

만약 입찰마감시간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 보증금이나 입찰관련 서류가 당도하였거나 입찰자가 도착한 경우에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무조건 입찰기재대로 뛰어들고 – 물론 입찰표는 배부받고 – 볼 일이다. 입찰기재대 안에서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는 동안에는 마감시간이 경과하여도 어느 정도 묵과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당일 진행되지도 않는 물건에 입찰한 경우이다. 경매물건은 법원에서 공고후 2주가 지나서 입찰에 부쳐지기 때문에 그간 변경, 연기되거나 취하되는 물건이 흔하게 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입찰에 응한 결과다. 입찰전 대법원경매정보 또는 경매계 문의를 통해 미리 확인하거나 최소한 입찰 당일 경매법정 출입문 쪽에 게시된 사건목록 확인을 통해 입찰하고자 하는 물건의 진행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입찰서류 미비로 입찰이 무효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대리입찰의 경우 입찰표와 보증금 외에 본인의 인감증명서, 위임장 및 법인이 입찰하는 경우의 법인등기부등ㆍ초본을 첨부하여야 하는바, 이들 서류를 빠뜨리고 하는 입찰은 무효사유가 된다. 물론 이 경우에는 최고가매수신고인 결정전까지 현장에서 즉시 제출이 가능한 경우에는 유효한 입찰로 처리되고 있다.

경매제도 변경에 따른 사고

새로 제정된 민사집행법이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경매제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는바, 민사집행법(신법)과 구민사소송법(구법)과의 사이에서 오는 혼돈으로 나타나는 사고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입찰보증금 미달 사고다. 즉 신법의 적용을 받는 물건의 입찰보증금은 최저매각가의 10%인 반면 구법의 적용을 받는 물건에 입찰하고자 할 때에는 아직도 자신이 입찰한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구법사건에 입찰하면서 바뀐 경매제도에 따라 최저매각가의 10%만을 보증하여 입찰이 무효로 되는 사례를 가끔씩 볼 수 있다.

구법과 신법적용물건을 나누는 기준은 등기부등본상의 경매개시결정등기일로 이 등기가 2002년 7월 1일 이전에 이루어졌다면 구법이 적용되는 물건이고, 2002년 7월 1일 이후에 이루어졌다면 신법이 적용되는 물건이다.

다른 예로 하나의 물건에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입찰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사고가 발생한다. 즉 신법에서는 집행관의 사전허가 없이 누구나 공동으로 입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나 구법에 의하면 공동입찰시 집행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고 원칙적으로 공동입찰자간 상호간에도 친족관계나 임차인 등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을 것으로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도 구법 적용물건에 입찰하면서 이러한 신분관계 충족이나 사전허가를 거침이 없이 입찰에 참여하여 무효처리 되는 경우이다. 이들 두 가지 모습은 구법이 적용되는 물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항상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다.

입찰가액 잘못 기재로 인한 사고 - ‘0’ 의 행렬

이상 열거한 사고들은 그간 들였던 노력과 시간들을 헛되이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입찰무효 처리되는 경우 입찰보증금을 모두 반환받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예시한 각각의 경우가 만약 유효한 입찰이었다면 단독으로 낙찰받을 수 있었거나 경쟁하였더라도 최고가매수인신고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사고를 낸 입찰자가 바로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은 고객이었다면 그 신뢰를 어찌 회복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비록 금전적 손실은 없었더라도 치명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치명적인 사고는 입찰표에 입찰가액을 잘못 기재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즉 입찰가를 당일 법정 분위기에 떠밀려 예상액보다 다소 높게 쓰는 정도가 아니라 입찰표의 가액란에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여 기재하였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입찰표를 제출하는 형태의 대형사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필자가 이미 본 칼럼을 통해 언급한 바 있듯 지난 해 10월 서울중앙법원 경매에서 성북구 정릉동 소재 우성아파트 36평형이 1억4천만원으로 기재할 것을 잘못하여 ‘0’을 하나 더 붙여 14억원에 낙찰된 초대형 사고가 터진 바 있다. 당연히 낙찰대금을 못 내고 입찰보증금은 몰수를 당했다. 이후 잠잠하다 올해 들어 그러한 사고들이 부쩍 늘었다.

지난 1월 26일에 인천지방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진 남구 용현동 소재 다세대 10세대 중 1세대[물건번호 10번]가 최저가 777만원의 10배가 넘는 7,777만원에 낙찰되었다. 나머지 9세대 모두가 최저가 수준에서 낙찰된 것으로 보아 입찰표에 입찰가액 기재시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인 것이 분명하였다. 더구나 이 다세대의 입찰자는 2명에 불과했고, 경매할 지분도 1/2에 불과한 것이었다.

최근 3월 2일에도 인천지방법원 경매에서 옹진군 덕적면 울도 소재 대지 30.55평[물건번호 2번]이 1회 유찰되어 최저가 318만2천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무려 8,300만원에 낙찰되었다. 입찰자는 1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번과 [3]번 물건이 최저가 수준에서 낙찰된 것으로 보아 역시 830만원으로 쓰려던 것을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여 낙찰된 셈이다. 이들 입찰가액 잘못 기재로 인한 고가낙찰은 매각불허가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낙찰자들은 결국 대금납부를 포기할 수 밖에 없고 보증으로 제공하였던 금액은 몰수당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히도 앞의 두 사례는 최저매각가가 1000만원 이하로 몰수당하는 보증금 역시 100만원을 넘지 않는 것들이다.

이상 예시한 사고들 외에도 하나의 입찰표에 여러 개의 사건번호를 기재하여 입찰하는 경우, 하나의 사건번호에 여러 개의 물건번호가 있는데 그 물건번호를 기재하지 않고 입찰하는 경우, 입찰표상의 입찰금액을 수정한 채로 입찰표를 제출하여 무효가 되는 경우 등 입찰 당일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이 상당수 많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입찰 당일에 입찰자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입찰 당일에만도 이렇게 많은 함정들이 있는데 하물며 물건선정에서 취득후 명도하는 과정까지도 얼마나 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이들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 이는 비단 경매초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매전문가라고 하는 일명 ‘선수’들에게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야 할 과제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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