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위반한 임차인에 대해서 단전, 단수조치를 하거나, 재판없이 임의로 명도(짐을 밖으로 끌어내는 행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차계약서상의 조항이 유효한지, 그러한 행위가 적법한지에 관해서, “재판없는 임의명도, 단전단수조치 적법한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최근에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대법원 2005. 3. 10. 선고 2004도341 판결인데, 사안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에 따라 임차인이 영업하는 점포를 임대인이 임의로 자물쇠로 잠그고 임차인의 간판을 철거해 버린데 대해 형사적인 업무방해죄 여부가 판단되었다.
중요한 점은, 판단 내용 중에서 임의명도계약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 판단이 이루어진 점이다. 위 판결에 따르면, “--강제집행은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사법권의 한 작용을 이루고 채권자는 국가에 대하여 강제집행권의 발동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므로, 법률이 정한 집행기관에 강제집행을 신청하지 않고 채권자가 임의로 강제집행을 하기로 하는 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 임의명도계약자체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즉 임의명도계약은 민사상으로 무효이므로, 이에 기한 임의명도행위는 민사상으로 불법행위, 형사상으로는 범죄로 인정되는 것이다. 비록, 종전에 대법원에서 상가번영회 등 집합건물 내에서 상가규약 등에 따라 이루어진 단전단수조치에 대해 정당행위로 판단한 사례가 있지만, 단전단수조치와 비교할 때 임의명도조치는 훨씬 법익침해가 크다는 점에서 임의명도계약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이 아닌가 사료된다. 앞으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할 것이다.

다음은 위 대법원 2005. 3. 10. 선고 2004도341 판결의 이유 전문이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차임연체를 이유로 이 사건 점포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피해자가 이 사건 점포를 점유하고 식당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2001. 11. 6. 간판업자를 동원하여 이 사건 점포에 설치된 피해자 소유의 간판을 철거하여 그 효용을 해한 것은 피고인이 손괴를 함과 동시에 위력을 사용하여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고, 피고인이 2001. 11. 7. 피해자가 아직 식당영업을 종국적으로 포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데도 피해자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이 사건 점포의 출입문을 자물통으로 채우고 창문에 폐업이라는 공고문을 붙인 것은 위력을 사용하여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위력, 손괴 또는 범의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강제집행은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사법권의 한 작용을 이루고 채권자는 국가에 대하여 강제집행권의 발동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므로, 법률이 정한 집행기관에 강제집행을 신청하지 않고 채권자가 임의로 강제집행을 하기로 하는 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임대차계약의 종료일 또는 계약해지통보 1주일 이내에도 임차인이 임차인의 소유물 및 재산을 반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의 물건을 임대인 임의대로 철거 폐기처분 할 수 있으며, 임차인은 개인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하등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이 사건 점포에 관한 임대차계약 제20조(강제명도)가 법률이 정한 집행기관에 강제집행을 신청하지 않고 채권자가 임의로 강제집행을 하기로 하는 계약이라고 한다면 이는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고, 또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인중개사가 입회하였다든가 간판철거 당시 피해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간판철거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그냥 돌아갔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간판철거 행위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간판철거, 출입문 폐쇄 및 폐업공고문 부착에 대하여 승낙하지 아니하였음이 분명하므로,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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