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경매시장도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경매펀드의 등장, 기간입찰제 적용 법원의 확대, 공인중개사 입찰대리의 허용 등 제도적 이슈에서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 2기급 신도시, 기업도시 등 각종 개발 이슈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낙찰가율, 낙찰률이 급등하였던 상반기 경매시장을 결산하고 하반기 경매시장을 조망해보기로 한다.

[경매물건] 2002년 상반기의 1.62배, 외환위기 당시의 90% 수준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진행된 경매물건수는 지난 해 21만2,954건보다 20.44% 증가한 25만6,48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위기 막바지로 경매진행물건이 가장 많았을 것으로 추산되는 2000년 상반기 28만3,187건의 90.57%에 해당하며, 부동산가격 급등 영향으로 경매물건수가 급감하였던 2002년 상반기의 15만8,293건 보다 무려 62.03%가 증가한 것이다.

종별로 볼 때 아파트의 경우 올해 상반기 진행된 경매물건은 총 7만2,693건으로 2000년 상반기 대비 41.99%가 증가하였으며, 다세대ㆍ연립 역시 14.72% 증가한 6만2,593건을 기록하여 외환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서민주거의 불안을 반영하였다. 특히 아파트는 전년도 상반기 대비 1.46배, 2002년 상반기 대비 무려 2.3배 이상의 대폭적인 증가세를 기록하였다.

이외에도 그간 공급과잉 되었던 오피스텔을 비롯한 업무시설과,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이후 줄곧 영업난을 겪어왔던 숙박시설도 2000년 상반기 대비 각각 20.73%, 70.75% 증가한 6,494건과 1,699건의 경매가 진행되었다.

반면 토지경매물건은 전국단위의 개발호재에 힘입어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감소하였다. 올해 상반기 진행된 토지 경매물건은 총 4만4,093건으로 전년도 상반기 대비 8.62%가 감소하였으며, 2000년 상반기 7만983건에 비해서는 무려 37.88%가 감소하였다. 토지가격의 급상승으로 경매시장에 나왔던 물건이 회수되는 사례가 많아졌고, 낙찰률이 증가하여 토지경매물건이 빠르게 소진되는 등 경매시장에서의 토지에 대한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낙찰가율] 2003년 11월 이후 19개월만에 70%대 회복, 토지는 사상 유례없는 최고낙찰가율 기록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의 특징을 한마디로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토지 낙찰가율의 폭등’을 들 수 있다. 지난 6월 전체 평균 낙찰가율 72.07%로 2003년 11월 이후 19개월 만에 70%를 회복한 것도 기록적이지만 토지낙찰가율은 91.94%로 지난 5월 90.24%에 이어 경매사상 최고의 낙찰가율 기록을 경신하였다.

낙찰가율이 90%대라지만 이는 토지전체물건 평균치에 해당하는 것이고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의 물건을 개별적으로 들여다 보면 200%~300% 낙찰가율은 기본이다. 심지어 500% 이상 또는 1,000%가 넘는 물건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더불어 경쟁입찰자수도 20~30명은 보통일 정도로 토지경매시장이 과열되었다.

아파트 역시 강남, 서초 등 강남권역을 비롯하여 뉴타운, 판교신도시 등 개발호재지역 주변을 중심으로 낙찰가율이 급등하여 지난 6월에는 83.26%로 2003년 10월 86.1%를 기록한 이래 20개월만에 최고낙찰가율을 기록하였다. 그밖에 연립ㆍ다세대를 비롯하여 주택, 근린, 공장 등 대부분 종별에서 낙찰가율 상승추세를 보였으나, 유독 숙박시설만은 주5일제 근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발효된 성매매알선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영향으로 지난해 6월 한때 63.66%를 기록했던 낙찰가율이 4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월별 낙찰가율은 상승추세에 있지만 상반기를 놓고 보면 올해 상반기 낙찰가율은 66.47%로 지난해 상반기 68.65%보다 오히려 2.21% 가량이 낮았다. 아파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낮았으며, 토지만 81.51%에서 84.50%로 2.99% 상승하였을 뿐이다. 물건수가 많아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많아졌다는 데에서도 이유를 들 수 있지만, 낙찰가율 급등이 모든 종목에서가 아니라 개발호재를 안고 있는 토지 및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낙찰률] 토지 낙찰률 아파트 추월, 근린 및 숙박시설 낙찰률은 10%대로 저조

낙찰가율과 달리 낙찰률은 그리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지는 못하였다. 다만 줄곧 20% 후반대를 기록하였던 낙찰률이 2005년 상반기 평균 30%대에 진입하였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는 있겠다. 개별 종목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평균 31.06%를 기록하였던 토지가 올해 상반기 37.50%로 6.44% 상승하였고, 줄곧 10%대에 머물던 숙박시설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2.28% 상승한 21.18% 낙찰률을 기록하였으며, 주택을 비롯한 연립ㆍ다세대, 공장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1%~3% 정도 상승한 27%~31%의 낙찰률을 기록하였다.
반면 근린 낙찰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20.94%에서 18.63%로 곤두박질쳤고, 아파트 역시 지난해 상반기 32.81%에서 31.93%로 0.88% 하락하였다. 개발호재 주변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나 낙찰률이 폭등하고 있는 점과는 상당히 대조적으로 이것 또한 우량물건과 비우량물건의 인기도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하반기 경매시장 전망] - 하반기 경매물건 2000년 하반기 수준 이를 듯
경매물건 증가세에 있는 경매시장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경매물건은 2000년 하반기에 버금가거나 이를 추월할 가능성이 많다. 무엇보다 내수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경매에 대한 송달특례규정의 연장여부가 불확실하였던 지난해말 금융기관이 무더기로 경매신청하였던 물건들이 7~8개월 걸려 올 7월 이후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압력, 투기지역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비율 인하 등도 내년 상반기 경매물건 증가에 대한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단위의 개발호재가 산재해 있고, 더불어 최근 발표한 기업도시 관련 지역내 토지 낙찰가율이나 낙찰률 상승에 힘입어 토지 또는 개발호재지역 주변의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중심으로 낙찰가율이나 낙찰률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매물건의 증가, 투자물건의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전체 평균 낙찰가율이나 낙찰률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해나 올해 상반기와는 또다른 양상의 개발호재(양주 옥정, 남양주 별내, 고양 삼송 등 2기급 신도시 개발 및 무주, 무안, 원주, 충주 등 기업도시 개발 등)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투자물건이나 투자지역의 양극화가 조금은 희석될 가능성은 있다. 즉 개발호재가 올해 상반기보다 더욱 더 광범위하게 전국화 되었기 때문에 개발호재지역 소재 물건의 낙찰가율 또는 낙찰률 상승이 전체 낙찰가율이나 낙찰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인천지역에 불고 있는 도심재생사업 추진 영향으로 그간 찬밥신세나 다름 없었던 연립ㆍ다세대의 낙찰가율이나 낙찰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더불어 아파트 못지 않는 입찰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일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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