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대책이 발표된 지 1개월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8.31대책의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일반부동산시장에서는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강남권 재건축대상 아파트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이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 토지시장은 어떤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의 토지거래는 그야말로 한산하기 그지 없다. 거래를 이렇게 막아놓으면 누가 토지를 구입하려 하느냐, 이제 무얼 먹고 사느냐는 등 경매물건 답사차 현지에서 만난 중개업종사자들의 볼멘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부동산시장의 냉각 기운은 정부 의도대로라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의 정도는 8.31대책의 여론이나 입소문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단계라면 향후 후속대책이 가시화되고 실행 시점에 이르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부터는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 또는 비사업용 나대지 등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에 대한 부담으로 매물들이 급증하고 부동산가격 급진적 하락세를 직접 체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매물증가세는 보이지 않지만 매물의 증가와 부동산 가격의 하락, 이것이 바로 8.31대책을 통해 정부가 얻고자 하는 바다. 매물유도를 위해 양도세 중과를 1년간 유예하여 2007년부터 시행한다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다만 거래세를 인하하여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의 실현성은 다소 의문시된다. 전매제한 강화로 인해 토지거래허가에 대한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각종 세부담의 확대강화로 누군들 쉽사리 부동산을 구입하려 하겠느냐 말이다.
경매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일반부동산 시장의 매물증가와 거래의 실종이다. 8.31대책 영향으로 매물은 증가하였으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곧 담보대출을 이용한 투자자의 금융부담으로 이어지고, 채권은행은 채권회수를 위하여 경매처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매물건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거래 활성화에 대한 대책을 수반하지 못하고 시행하는 단순 세제부담 증가를 통한 부동산시장 억제정책이 나을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둘째 요인으로서 금리인상을 들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3년 5개월만에 콜금리를 0.25% 올리고 내년 상반기에 1,2차례 추가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지 않느냐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대출금리는 실세금리를 반영하여 9월에만 0.5% 정도 올랐기 때문에 이번 콜금리 인상이 그리 큰 영향은 없겠지만 문제는 추후 금리인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를 통해 서민층이고 중산층이고 할 것 없이 내 집 마련을 하거나 중소규모의 부동산에 투자한 사례가 적잖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외환위기 당시의 경매물건 증가가 경기침체 외에도 고금리의 부담 가중에 기인하였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경매에 대한 송달특례조항의 연장은 경매물건을 증가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다. 경매에 대한 송달특례조항(금융기관 부실자산의 효율적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 45조의2)은 금융기관이 신청한 경매물건에 대한 경매절차를 상당히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지난해 1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었으나 금융연합회의 연장 요구로 다시 올해 5월말부터 내년 6월말까지 연장됨에 따라 이 기간동안 금융기관의 경매신청이 집중될 것임은 뻔한 이치이다. 경매신청된 물건이 경매시장에 등장하기까지 6~8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2006년 하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수준 이상으로 경매물건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어렵사리 짐작할 수 있다.
끝으로 외환위기 당시의 90% 수준에 이르는 지금의 경매물건 증가는 금리요인 보다는 장기화된 경기침체가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상당한 저금리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그 저금리마저 감당할 수 없어 경매시장에 내몰릴 정도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행에서 콜금리 인상의 이유를 경기회복의 자신감에서 찾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그들과 판이하게 다르다. 유가급등, 세계정세 불안, 내수경기침체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의 금리인상은 부동산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담보가치의 하락에 따른 원금 상환 압력, 거래실종으로 인한 자금 부담 등으로 부동산재테크에 올인하였던 서민들은 결국 또다시 경매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일반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많이 등장하고 이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것이 정부의 바라는 바라면 경매시장에서는 경매물건이 줄어들고 낙찰가율 역시 하향안정세를 유지하는 것이 그 바람일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반거래 물량이 쏟아져 나오되 그 매물들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대책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작금의 대책은 엎진데 덮친 격의 세금정책으로 거래를 아예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투자가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더욱 광역화되고 대중화되었다는 점도 억제 일변도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부동산투자를 재테크 시각으로 보지 않고 투기로만 보는 시각에서 세워진 편향적인 정책은 대중화된 재테크 수단을 활용하고자 하는 선량한 부동산투자자마저 투기꾼으로 전락시키고 부동산시장의 경직과 경매물건의 증가라는 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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