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와 관련해서 자주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임대차기간 도중에 임차인 사정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경우 새로 들어오게 되는 임차인을 구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임대인이 아니라 계약기간 전에 나가게 되는 임차인이 부담해야하는 것인지이다. 중개업소에 문의하면 의례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고 물어보면, 당연한 관행이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선뜻 수긍하지 못하면 오히려 성격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답은 따지고 보면 정확한 대답이 아닐 수 있다. 임차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속한 임대차기간 이전에 임차인이 나가게 되는 경우가 아니라, 약정된 기간을 모두 채우고 임차인이 나가게 되는 일반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다음 임차인을 구하기위해서 필요한 중개수수료는 응당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계약기간 이전에 임차인이 나가게 되는 사정이 생기면 임대인이 아니라 왜 계약기간 이전에 나가는 임차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관행이기 때문에 부담할 의무가 발생한다?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만약,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관행”때문이라고 하면, 임대기간 24개월 중에서 12개월만 사용하다가 나가는 임차인과, 22개월을 살다가 불과 2개월 정도 일찍 나가게 되는 임차인의 경우 모두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인가? 관행에서 그 대답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 관행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비용은 임대차목적물을 임대하기 위해 중개업소에 의뢰하는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임차인의 사정으로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게 될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임차인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개업소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임대인으로서는 임대차기간 이전에 임차인이 계약을 종료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즉, 임대차기간이 만료하기 이전에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는 것이다. 결국, 임대차기간 이전에 임차보증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종료시키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을 설득할 수 밖에 없고, 그 설득의 일환으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비용을 임대인 대신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합의”할 수가 있다.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면, 중개수수료는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결국,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관행이 아니라 두 사람간의 “합의”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합의가 없었다면 원칙대로 중개수수료부담은 임대인의 몫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케이스를 살펴보자. 임대차기간 24개월 중 18개월을 남겨두고서 임차인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약을 빨리 종료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서, 너그러운 마음의 임대인은 ‘다음 임차인이 구해지는대로 보증금을 돌려주마’라고 구두로 약속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에 인근 중개업소의 도움으로 새로운 임차인이 입주하게 되었고, 임차인으로서는 4개월 일찍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임대인은 응당 관행대로 중개수수료 50만원을 임차인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는데, 임차인은 불과 4개월 일찍 나가게 되는데 중개수수료를 자신이 부담해야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결국, 두사람은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재판까지 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재판에서는 어떻게 판단될까? 이런 사정이라면 일단 판사가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만약 조정이 성립되지 않고 판결로 갈 수 밖에 없다면 임대인이 패소할 가능성이 더 크다. 위에서 본바와 같이 임차인이 먼저 나가게 되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비용인 중개수수료는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임대인으로서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중개수수료를 임차인이 대신 부담하기로 약속했다는 입증을 해야만 승소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이러한 비용에 관한 합의없이 임차인이 먼저 나가는 것에만 임대인이 합의해 준 결과, 중개수수료는 원칙대로 임대인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지 않고, 비록 임차인은 이러한 합의를 한 바는 없지만 계약기간보다 먼저 나가게 되는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 아니냐고 임대인이 주장하면 무조건 재판에서 지게 되는 것이다.
다만, 실제 재판과정에서는 중개수수료 부담약속에 관해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서로 상반되게 주장되는 경우가 많아, 재판이 쉽지 않다. 임대인 주장은, 중개수수료를 부담하기로 임차인이 합의했다는 것이고, 반면에 임차인 주장은 그러한 합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주장이 서로 상반되기 일쑤이다. 결국, 이렇게 주장이 상반되면 사건의 해결은 민사소송법상 증거법리에 따라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임차인이 먼저 나가게 되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는 것이어서, 중개수수료 부담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있어서, 임대인 대신에 임차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는 점에 관한 약속이 있었다는 입증을 임대인이 하지 못하면 입증책임의 법리상으로 임대인이 패소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런 입증자료없이 서로간에 주장이 다르다면 임대인이 패소하는 것은 명백하다. 반면에, 이러한 입증을 시도하기 위해 임대인이 증인을 신청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결과, 다행히 임차인의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임대인이 승소하게 된다. 증거를 믿느냐 여부는 법관의 자유심증에 달려있게 되는데, 법관으로서는 임대차기간을 상당부분 채우지 못하고 나가게 되는 임차인의 경우에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하고서라도 조기에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보다 높은 것으로 보아서, 임대인의 입증을 믿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고, 반면에 임대차기간을 거의 다 채우고 나가는 임차인의 경우에는 과연 임대인이 부담할 중개수수료를 임차인이 부담하면서까지 먼저 나가겠다고 했을까라고 의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어서, 임대인의 입증을 믿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결국, 계약기간 이전에 나가게 되는 임차인은, 다음 임차인을 구하는 중개수수료를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 결과 역시 정확하지 못하다.

이와 같이 부동산거래 가운데는 단순히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의문없이 통용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러한 잘못된 관행 중에서 다행히 재판꺼리가 되어서 법원에서 판결로써 판단을 받게 되면 관행이 개선되어지지만, 사례와 같이 재판으로 가기에는 사소한 문제는 관행처럼 해결되는 것이 태반이고, 분쟁이 되더라도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식의 해결은 다른 케이스에서도 다시 본이 되어, 잘못된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장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하게 된다. 그 결과,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잘못된 관행간에는 계속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을 시정하는 책임은 법을 다루는 법조인과 해당 분야 종사자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조그만 부분이라도 원칙과 사리에 맞게 관행을 다듬어 가는 것이야말로, 먼저 배우고 조금 더 아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사회봉사가 아닐까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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