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진행건수, 낙찰가, 입찰자수 등 경매시장규모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 가다가는 외환위기 당시 또는 직후에 견줄 정도로 시장규모가 확대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와 경매시장을 견준다는 것은 경매물건이 50만건 이상 등장하고, 낙찰가율이 60% 내외까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측면에서 바라보면 외환위기 이후 최상의 투자여건이 조성되는 셈이다.
올해 경매시장에서 이러한 제2의 투자전성기가 도래할 수 있을까? 경매통계가 공식 집계된 2000년을 제외하고 낙찰가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01년으로 62.51%를 기록하였다. 제2 투자 전성기가 도래한다 함은 2001년 당시의 낙찰가율 수준 내지는 낙찰가율이 이보다 더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총 48만6천여건이 경매에 부쳐졌고, 평균 낙찰가율은 66.58%를 기록하였다. 진행건수로는 이미 2001년의 46만건을 능가하였고, 낙찰가율도 2001년과 불과 4.07%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매진행건수는 2002년을 저점으로 3년 연속 증가하고 있고, 낙찰가율은 2003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만을 놓고 본다면 올해는 최소한 2001년 수준의 경매시장, 아니 그 이상의 경매시장을 형성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투자전성기가 도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매물건이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고, 8.31대책에 의한 부동산시장 침체로 경매 낙찰가율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경매투자전성기가 도래한다고 단언하지 않고, 위와 같이 의문부호를 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여 경매물건 증가세에도 낙찰가율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경매시장이 더 과열되는 등으로 투자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인중개사 입찰대리의 활성화이고, 다른 하나는 매물유도를 위해 올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 정부의 당초 의도와 달리 오히려 매물이 감소하는 경우이다.
첫번째 요인을 보자. 지난해 7월 중개업법 개정을 통해 올해 2월(지정교육기관에서의 경매실무교육 이수 후 가능하므로 사실상 4월)부터 가능해진 공인중개사의 입찰대리는 올해 경매시장의 가장 큰 이슈이자 경매시장에 영향을 미칠 제1의 요인이기도 하다. 즉 공인중개사 입찰대리 허용으로 그간 경매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취약하였던 일반인들이 이제는 일반중개를 의뢰하듯 이웃 같은 공인중개사에게 경매물건 취득을 의뢰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공인중개사 역시 일반매물의 부족 또는 수익측면에서 고객에게 일반매물보다는 경매물건을 추천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등 경매투자인구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7월 1일 민사집행법 시행이 경매대중화의 초석이었다면 금번의 공인중개사 입찰대리 허용은 그 기폭제라 할 수 있다.)
경매가 대중화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는 경매물건은 넘쳐나는데도 지나친 입찰경쟁으로 낙찰가율이 상승하게 되는 기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매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순리인데 경험부족, 과욕에 의한 적정가 이상의 매수신청 등으로 낙찰가율이 이상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입찰대리의 활성화는 경매대중화라는 순기능적 측면보다는 낙찰가율의 하락을 필요 이상으로 저지하여 오히려 투자여건을 악화시키는 등 역기능적 측면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 또한 낙찰가율의 이상 상승은 곧 의도하지 않은 고가낙찰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입찰대리의 바른 정착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요인으로 든 매물감소도 경매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8.31대책의 하나로 정부는 부재지주 농지, 임야 등 비사업용토지와 1가구 2주택자에게 부과하기로 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2007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2006년 한해동안 유예기간을 두었다.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이 유예기간 동안 매물을 많이 내놓게 되면 그만큼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양도세 중과 방침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한다면 올해 내에 일반매물이 적체되어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굳이 경매물건에 그렇게 몰려들 이유가 없기 때문에 예상대로 낙찰가율이 하락할 것이지만, 투자자들이 이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즉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이전의 투자모습과는 달리 지금 투자자들은 정책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오히려 정책을 역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준전문가의 식견들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토지건 주택이건 투자매물의 대다수가 단순한 매물이 아닌 강남, 뉴타운, 신도시 인근, 경전철 등 각종 개발호재가 있는 소위 뜰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소재해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러한 물건들은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담하고도 투자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갖고 중ㆍ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더군다나 5%대의 저금리는 이러한 장기보유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매물이 쉽사리 쌓이지 않을 수 있다. 이에는 정권이 바뀔 때가지만 버티면 된다는 묵시적인 의사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일반매물이 감소하면 경매물건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더불어 치열한 입찰경쟁으로 낙찰가율이 상승할 것은 뻔한 이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매시장은 일반매물의 증감 폭에 따라 영향을 받는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올해의 경매시장은 일반매물 및 경매물건 증가와 낙찰가율의 하락으로 제2 투자전성기를 구가할 것이냐, 아니면 입찰대리 과열 및 정부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일반매물의 감소로 오히려 낙찰가율이 상승하여 투자여건이 악화되느냐 하는 한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이 승부가 어떻게 판가름 나느냐 하는가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올해 경매시장을 보는 묘미중 하나라고 하겠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