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약가점제가 본격시행되면서 점수계산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가점제는 각 항목에 부여된 배점 점수를 합산해서 점수가 높은 청약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것으로 지난 수십년간 시행되어 오던 추첨제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청약자들에게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
어쨌든 아파트 청약이 재테크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각자의 해당 점수를 기준으로 청약에서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라면, 점수의 배정방법은 대다수가 공감하는 합리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어야만 하는데, 현행 청약가점제하에서 35점으로 가장 큰 배점이 매겨진 “부양가족수”항목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현행 제도하에서 점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부양가족수는 기본적으로 주민등록을 함께 하는 것을 전제로하는데,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부양가족수를 산정하게 될 경우 점수를 높이기 위한 위장전입이 빈번할 수 있다는 것이 쉽게 예상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주민등록을 하고 있는 부모자식간에도 자주 왕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관계라면 주로 거주하는 주소가 어디인지를 밝히기란 쉽지가 않다. 쉽게 적발되지 않기 때문에 적지 않은 가족들간의 위장전입이 능히 예상될 수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도 전혀 없이 그것도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음은, “부양한다”는 의미를 주민등록으로 한정한 점이다. 부양하는 가족수 산정에 있어서는 직계존비속이 몇 명인지가 결정적으로 좌우될 수 있는데, 점수가 부여되는 직계존비속이 되기 위해서는 입주자저축가입자(내지 배우자)와 동일한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 결과 비록 다른 주민등록이지만 바로 지척에서 부모자식을 부양하더라도 전혀 득점할 수 없다. 가족부양하는 경우를 청약에서 우선대우하겠다는 본질 보다는 주민등록이라는 껍데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행정편의적인 발상인 것이다. 결국,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청약을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에 하나의 선택, 즉 이런 별개의 주거형태를 청산하고 주거를 합치거나, 아니면 예전과 같은 주거형태를 유지하면서 주민등록만 옮겨두는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부모자식간이지만 서로간의 개성이 다를 수 있어 함께 거주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일 수 있는데도 현행법은 이런 부분을 배려하지 못하고 결국 주민등록법 위반이라고 하는 범법을 선택하게 하는 있다.

결국 지금과 같은 행정력으로는 가족들간의 위장전입사례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가 곤란하고 오히려 위장전입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부양가족 수 배점방식은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에게 주택을 우선공급하겠다는 의욕만 앞서는, 현실적인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불합리하다고 본다. 주민등록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가족부양사실을 결정할 수 있게 되면 일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점수계산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그 결과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주택공급을 한다는 본질이 퇴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주민등록이라는 껍데기를 두르고 실제로는 부양하지 않는 영악한 사람들에게는 주택이 우선공급되고, 반대로 실제로 부양하지만 주민등록이 다르게 되어 있는 사람들은 차별하거나 법을 위반하도록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나아가서, 위장전입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현실에서 부양가족수 항목에 최고점수를 인정하게 되면, 다른 항목인 무주택기간이나 입주자 저축가입기간에서 점수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인 피해도 초래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부양가족수 항목에 대해서는 배점을 줄이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종전처럼 “뽑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점수에 따라 우선권을 부여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에서는 어떤 배점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일부에게는 부당한 특혜가 될 수 있기도 하고 부당한 차별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부양가족수에 대한 점수배정은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집을 배정하겠다는 이상에만 집착한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이상-

참고로, 청약가점제를 규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중 관련 내용과, 청약가점제 시행 이전에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과 관련해서 부양하는 의미를 굳이 주민등록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 하나를 소개한다.

■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별표 1

<부양가족의 인정 적용기준>
1) 부양가족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입주자저축 가입자의 세대별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된 세대원[배우자,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 직계비속(미혼인 자녀로 한정하며, 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에는 미혼의 손자녀를 포함한다)을 말한다]으로 한다. 다만, 입주자저축 가입자의 배우자가 동일한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주민등록이 분리된 배우자 및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도 부양가족으로 본다.
2) 입주자저축 가입자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은 입주자저축 가입자[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이 주민등록이 분리된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를 포함한다]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세대주인 경우로서 입주자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이상 계속하여 입주자저축 가입자 또는 그 배우자와 동일한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되어 있는 경우에 부양가족으로 본다.
3) 입주자저축 가입자의 30세 이상인 직계비속은 입주자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최근 1년 이상 계속하여 입주자저축 가입자 또는 그 배우자와 동일한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되어 있는 경우에 부양가족으로 본다


■ 수원지방법원 2007. 8. 17. 선고 2006가합21791호 당첨자 지위확인 사건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성남시 판교택지개발지구 내 A6-1BL 구역에 공공분양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 2006. 8. 24.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모집공고’라 한다.), 위 모집공고 중 특별공급 우선순위 배점표란에는 세대구성이 3세대 이상으로 이루어지고, 세대주와 직계존속이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로부터 과거 3년 이상 계속하여 동일한 주민등록등본에 등재(직계존속은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된 경우 10점을 배점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는 2006. 9. 6. 당시 무주택세대주로서 피고가 분양하는 위 공공분양아파트에 ‘노부모분양 무주택세대주 우선공급’으로 청약신청을 하여, 2006. 10. 12. 성남시 판교택지개발지구 내 A6-1BL 성남판교 휴먼시아 공공분양아파트 [동호수 생략](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 당첨되었다.
나. 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장모인 A와 2003. 3. 24.부터 2006. 3. 2.까지 주민등록상 함께 등재되어 있지 아니하여 이 사건 모집공고 상의 특별공급 우선순위 배점을 받을 수 없는 자이므로 당첨 부적격자라고 하면서 원고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분양계약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호증, 갑 3호증의 1 내지 3,을 1, 2호증의 각 기재, 증인 A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9조의 2에 의하여 공공기관 건설 주택을 우선공급받을 수 있는 노부모부양 무주택자인지 여부를 이 사건 모집공고에서와 같이 주민등록등본만으로 입증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며, 원고가 실제로 장모 A를 3년 이상 부양하였으므로, 원고는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만 65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계속하여 3년 이상 부양하고 있는 무주택세대주에 해당하여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로 정당하게 당첨된 자임의 확인을 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노부모부양 무주택자 여부는 주민등록을 판단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위 기준에 의할 때 원고가 위 A를 3년간 계속하여 부양하지 아니하였음이 명백하고, 달리 원고가 위 A를 3년간 부양하였음을 소명할 자료를 제출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다툰다.
나. 판단
(1)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9조의 2는 공공기관건설주택의 우선공급에 관하여 “국가·지방자치단체·대한주택공사 및 지방공사인 사업주체가 85제곱미터 이하로 건설하여 공급하는 주택의 경우에는 제1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제1순위에 해당하는 자로서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65세 이상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을 3년 이상 부양하고 있는 무주택세대주(피부양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도 무주택자이어야 한다)에게 그 건설량의 10퍼센트의 범위 안에서 우선공급할 수 있으며, 제1순위 안에서 경쟁이 있는 때에는 제1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공급방법에 의한다. 이 경우 공급신청자중 입주자로 선정되지 못한 자에 대하여는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일반공급신청자에 포함하여 입주자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칙 제6조 제1항이 ‘세대주인정기간은 세대별 주민등록표상에 세대주로 등재되어 있는 기간에 의하여 산정한다’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위 규칙 제19조의 2는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65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3년 이상 부양하고 있는 무주택세대주’의 판단기준이 주민등록표에 한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위 규칙 제19조의 2의 규정 취지는 사실상 65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부양하는 자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규칙 제19조의 2에 의한 공공기관 건설 주택의 우선공급 기준으로서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65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3년 이상 부양’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 모집공고에서와 같이 일응 주민등록등본의 기재를 기준으로 하되, 반드시 그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그 밖의 증거에 의하여 실제로 65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3년 이상 부양하고 있는 점이 인정된다면 그 자격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원고가 장모인 A를 3년간 실제로 부양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갑 4, 5호증, 갑 6호증의 1 내지 3, 갑 7호증, 갑 8호증의 1, 2, 갑 9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증인 A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A는 1934년생의 만 73세로서 딴인 B가 1984.경 원고와 결혼한 이후 원고의 가족들과 함께 살아온 사실, ② A는 2002. 9. 13.부터 울산 남구 삼산동 소재 아파트에서 원고와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를 구성하다가, 원고의 장녀 C가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에 합격하자, 위 C의 통학과 그 뒷바라지를 위하여 위 B와 C가 울산에서 수원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2003. 3. 24.경 위 B, C의 주민등록을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번지 생략]’로 이전하게 되었는데, 그 때 위 A의 주민등록도 함께 이전하여 A의 주민등록이 원고의 주민등록과 분리된 사실, ③ A의 주민등록이 수원으로 이전된 이후에도 A는 울산에서 원고 및 원고의 차녀 D와 함께 거주하면서 거주지 인근에 있는 병원 및 보건소에서 관절염 치료를 받기도 하고, 2003. 3.부터 2006. 3.까지 매주 목요일에 노인대학에 다녔던 사실, ④ 원고는 2006. 3. 2. 위 B 및 C가 거주하는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번지생략]’로 주민등록을 이전하여 주민등록상 세대주가 되었고, 이에 따라 A는 다시 원고와 동일한 주민등록에 등재되게 된 사실 등을 이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장모인 위 A를 이 사건 모집공고일인 2006. 8. 24. 현재 3년 이상 계속 부양하고 있는 무주택세대주라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로 정당하게 당첨된 자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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