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의 일방적인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판단의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판결이 최근 선고되어 소개한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9157호 판결이다.
이 사안은, 차임을 연체하고 있는 임차인 2명에 대해 취해진 임대인의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업무방해죄 공소사실에 대하여, 정당행위이론을 근거로 임차인 1명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반면, 다른 1명에 대해서는 유죄판단을 하고 있어, 임차인에 대한 임대인의 일방적인 단전․단수조치와 관련해서 정당행위판단의 기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호텔 내에 각각 주점을 운영하고 있던 임차인 甲과 乙에 대하여 차임연체를 이유로 단전단수조치가 행해졌는데, 임대차계약서상에 ‘차임 2개월 이상 연체시 단전단수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는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장기간 차임연체로 호텔경영이 어려워져 대출금융기관으로 독촉을 받다가 급기야는 경매예정통지서까지 받고 있는 상태에서 차임연체 임차인들에 대해 단전단수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이 임대인에게 매우 궁박한 상태라는 점은 법원에 의해 수긍되었지만, 임차인에 대한 권리침해 정도가 합리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임차인 甲, 乙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즉 대법원은, (1) 피해자인 임차인 甲에 대한 단전․단수조치의 경우, 단전․단수조치 당시 약정 임대차기간이 이미 만료되었고, 임대차보증금도 연체차임 등으로 공제되어 모두 소멸한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주점이 월 1,000만원씩의 차임지급을 연체하고 있어 약정 임대차기간 만료 전부터 계약해지의 의사표시를 하고, 약정 임대차기간 만료 후에는 2회에 걸쳐 연체차임의 지급을 최고함과 아울러 단전․단수조치를 예고한 후에 1회의 단전․단수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이는 궁박한 상황에서 임차인의 부당한 의무 불이행에 대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로서, 임차인의 권리를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그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그와 같은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2) 다른 피해자인 임차인 乙에 대해서는 단전․단수조치 당시 약정 임대차기간이 7 내지 9개월 이상 남아있고, 임대차보증금이 7,000만원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영업을 하고 있는 주점이 월 300만원씩의 차임지급 등을 연체하고 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의 의사표시와 단전․단수조치의 경고만을 한 후에 2회에 걸쳐 단전․단수조치를 행한 것은, 비록 자신의 궁박한 상황에서 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임차인의 권리를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이어서, 그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그와 같은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하여,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편 원심은, 피고인 甲, 乙 모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 이유를 형법 제16조 즉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으나, 대법원은 이런 원심의 논리를 인정치 않았다. 즉 대법원은, 형법 제16조는 단순히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였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인 바, 임대를 업으로 하는 자가 임차인으로 하여금 계약상의 의무이행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약서의 조항을 근거로 임차물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단전․단수조치를 함에 있어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오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임차인 甲에 대하여 취해진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원심의 무죄판단은 무죄의 이유를 달리해서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무죄로 판단된 반면, 임차인 乙에 대하여 취해진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원심의 무죄판단은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이 변경된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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