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부동산 컨설팅업자다. 부동산을 사고팔려는 사람에게 의견, 조언,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하다 보니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십 수 년 동안 내 집 마련 수요자에서부터 임대수익 또는 투자목적으로 부동산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을 만나 부딪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공통적인 투자관행을 알아낼 수 있었다.

부동산투자를 통해 자산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처음부터 돈을 많이 갖고 있지 않았다. 직업은 주로 개인사업자들이 주를 이룬다. 바쁜 직장일로 시간에 얽매이는 사람은 많지 않고 시간과 관심을 집중해 부동산투자에 할애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부동산정책을 적절히 이용(?)한다. 처음에는 규제가 적은 투자종목을 찾아 종자돈을 묻었다. 재개발과 재건축, 개발지 토지, 분양권 등 소액으로 투자할 곳을 찾은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처분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몇 번의 기회를 잡은 다음 바로 목 좋은 곳에 주택(다가구 또는 상가주택) 또는 건물(상가건물 또는 업무용) 등을 투자해 고정적인 월 수익을 얻어내는 방법을 택한다. 부동산 종목별 투자 장점을 철저히 익히고 부동산시장 전반에 대해 정보를 얻은 다음에 투자에 참여한다. 부지런함은 기본이며 좋은 인맥 쌓으려 노력하며 항상 고급정보를 얻으려는 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이 ‘투기 광풍’에 휩싸였을 때 그들은 투자의 위험이 따르는 종목은 자제하고 그동안 번 돈으로 임대용부동산에 관심을 집중했다. 은행권의 담보대출을 이용해 임대수익을 얻는 도심부동산과 개발용 부동산에 돈을 묻었다. 돌이켜보면 그들은 ‘운칠기삼’의 행운도 따랐지만 투자에 따른 ‘자기 확신’을 갖고 부동산에 투자했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부동산부자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들이 많지만 그들의 부동산투자에 대한 투자 자세와 마인드를 이해하면 투자 감각을 익히는 데 좋은 교훈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90년 초부터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현재의 투자환경이 맞지 않을 수 있고, 필자의 개인적인 선입견일 수 있지만 투자안목을 넓히는 차원에서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전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고 부동산을 믿는다 = ‘사람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고 사랑의 대상이다’라고 내게 말한 고객은 강남 요지에 상가건물 두 채를 갖고 있다. 사회초년생부터 부동산투자에 관심을 가졌던 이 고객은 부동산업자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부동산자체만을 믿고 투자한다고 했다.

대체로 부동산투자를 하려다보면 많은 컨설턴트를 만난다. 한 업자에게만 매수의향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업자들이 좋은 부동산이라며 매물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람을 믿지 않고 현장의 부동산물건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주변에 많은 부동산관련자들이 있을 것이다. 실패한 부동산투자자들 중에는 친한 관계의 사람 말을 믿고 덜컥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불신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부동산만큼은 절대적으로 부동산만 믿어야 한다. 귀가 얇으면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본인의 판단과 확신을 중시하고 비전문가의 투자권유는 피해야 한다는 것을 부동산부자들은 잘 알고 있다.
■ 자신만의 ‘주특기’ 투자종목이 있다 = 종자돈의 소중함을 알고 소액 유망종목에 몇 차례 묻은 다음에 그들만의 유망종목을 만들어 투자에 집중한다. 부동산부자들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목에 투자하지 않는다. 본인이 경험했고 자신 있는 투자처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짙다. 즉 문어발식 투자는 자제한다.
예를 들면 재개발 또는 재건축이나 개발지 인근의 토지 또는 상가주택 등에 집중한다. 어떤 고객은 지하다세대주택만 고른다. 이유는 재개발을 노리고 장기 투자한다는 것이다. 적금 들듯 놔두면 기회는 확실하게 올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투자한다. 한 고객은 남들이 투자를 외면하는 지하 다세대 연립매물 중에 재개발 또는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매물을 일정 기간 적금 묻어두듯 놔뒀다가 개발이 가시화될 때 미련 없이 되판다.
컨설턴트를 이용할 때는 유망지역에 대한 자문과 매물정보를 얻으려 할 때다. 이들이 생각하는 부동산투자는 ‘기다림’이다. 짧은 기간에 사고파는 것을 ‘투기’, 길게 보고 장기로 묻는 것을 투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수익(?)이 적은 고객이지만 투자관이 확실하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높음에 내심 놀란다. 몇 년은 임대를 놓고 이 후에는 미련 없이 되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투자하는 실력 투자자이다.

■ 저가매입에 관심이 많고 발품을 많이 판다 = 부동산부자들이 제값 주고 부동산을 살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짠 편이다. 아예 정상 시세수준의 매물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들은 값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투자법칙을 경험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값싼 물건을 잡는다.
급매와 경매․공매, 은행 유입물건, 공개입찰과 청약 정보를 수시로 얻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제값에 부동산을 사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지만 싸게 나온 우량 매물이라면 이른 새벽이라도 현장에 달려가야 직성이 풀린다.
초보 부동산투자들은 ‘남 따라 하기’식 성향이 있지만 부동산부자들은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시장상황이 나쁘다고 판단할 때 오히려 부동산투자에 열을 올린다. 불경기일 때 매물출현이 많아 매수자우위의 시장으로 바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가는 반대 길을 과감하게 택할 줄 아는 배짱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투자하는 반대 길을 찾는 게 성공투자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까다롭기 그지없고 귀찮지만(?) 고객의 안목이 남다르고 매수의지가 확실할 경우 투자결정이 빠르기 때문에 더 선호한다.

■ 수수한 옷차림에 밥을 빨리 먹는다 = 필자는 한 때 강남의 최고요지 주상복합아파트 분양마케팅 컨설팅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는 시기였음에도 분양 6개월이 지나도 미분양이 절반 이상이 넘었다. 이구동성으로 분양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볼 때도 그들은 확신에 찬 투자를 했다.
그들은 차별화와 고급화를 무기로 생각한다. 이 정도 입지와 브랜드라면 부동산 값이 ‘내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현재 이 아파트의 웃돈은 분양가 수준을 넘어서니 그들의 선택은 정확했던 셈이다. 최고입지의 현장 모델하우스에 근무하다보면 부동산부자들이 많이 방문한다. 수십억 자산가들의 옷차림은 점퍼차림에 수수한 평상복 차림이다.
유명브랜드로 치장한 사람은 몇몇 연예인들 빼놓고는 거의 본적이 없다. 부자들은 멋쟁이이고 돈 잘 쓰는 사치꾼으로 오해하면 착각이다. 같이 식사라도 할라치면 식사시간은 채 30분을 넘지 않는다. 가까운 식당을 이용해 설렁탕이나 찌개류를 순식간에 먹고 바로 자리를 뜬다.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있고 검소한 씀씀이가 특징이다. 수 십 억 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지만 흥청망청 써대는 부자들은 본 적이 없다.
■ 가까운 곳에 머니코치가 있고 좋은 인맥이 있다 = 머니코치는 부동산고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부인이나 남편 또는 한두 명의 경험 많은 컨설턴트를 말한다. 컨설턴트의 경우 현지 중개업자 또는 특정분야의 전문업체 직원이다. 예를 들어 상가주택을 매입한다면 반드시 그 종목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최종적으로 본인이 판단한다. 다양한 부동산종목을 매매하는 업자들을 믿지 않는 경향이 짙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정보는 직접 주말을 이용해 발품을 팔고 머니코치를 항상 동행해 투자마인드를 키운다.
외국의 유명 펀드업자 중 한 사람이 “사람들이 배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책에서 배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에게서 배운다”고 말한 바 있다. 즉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한두 명의 경험 많은 머니코치로부터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해본다는 것이다.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 부동산은 반드시 인근 영업자들을 찾아 자문을 구하거나 노하우를 충분히 익힌 다음 투자를 결정한다. 머니코치들은 각기 자신의 주력분야에서 다양한 부동산들을 사주고 팔아줬던 전문가이기 때문에 안목이 넓고 매물 비교분석의 기회를 제공해 투자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메트로컨설팅(www.metro21c.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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