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털사이트 뉴스 면에서 유명 재테크저서 저자, 구속이란 뉴스를 접했다. 자세히 클릭해 읽어보니 필자가 잘 아는 선배 컨설턴트임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회사 이름, 책 이름도…. 게다가 TV 토크쇼 출연? 그 선배가 맞다.

필자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 분을 선배라 칭하는 이유는 몇 차례의 만남이 있는 데다 나이와 경력이 십 년 정도 앞서기 때문이다. 그 분을 직접 알게 된 것은 지금부터 10년이 넘는 오래전이었다. 필자는 모 부동산컨설팅 회사에 근무할 때였는데 그 분의 긴급한 호출을 받고 직접 선배 사무실로 찾아갔다.

선배는 당시 출판에 필요한 가이드를 정리한 원고를 집필하고 있었는데 책 내용에 추가로 필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내 주요상권의 임대료 및 권리금 시세표’를 정리해주면 책에 게재하겠단다.

당시 나름대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제공했고 책에 자랑스럽게도(?) 필자의 이름과 소속처가 표와 함께 삽입되었다. 그러면서 선배와는 자주 인사를 나누게 됐고, 강남 요지에 위치한 그 분의 사무실에 가끔 방문해 식사도 같이 하면서 업계소식을 나누는 친분관계로 발전했다.

1990년 후반에 발간된 이 책은 불티나게 팔려 줄곧 경제경영서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분의 책 소개 글처럼 ‘소액으로 시작해 수 십 억 원을 벌어들인’ 저자의 노하우를 책으로 정리한 탓에 책은 발간 즉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선배의 승승장구를 보면서 나도 빨리 성공한 컨설턴트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믿음직스런 언행과 행동, 전문가다운 식견과 안목이 느껴져 앞으로 귀감이 되는 멋진 선배로 생각됐다.

출간 몇 개월이 지나면서 신문과 방송에서 선배는 그 업계의 1인자로 부각됐고 얼마 있다가는 방송사 여러 곳에 유명 인사 여러 명과 함께 경제 및 연예 프로그램, 토크쇼에 고정출연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후속으로 발간되는 책들은 계속 베스트셀러에 올라섰다. 라디오와 TV에서는 목소리 뿐 아니라 얼굴 보는 게 너무 흔해졌다.

대단한 유명세 덕에 찾는 사람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시작했다. 선배가 바빠지면서 만나줄 것 같지 않아(?) 필자가 연락을 끊어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 가끔 부동산 개발사업과 함께 인터넷사업에 손을 댔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야 그 선배의 소식을 우연찮게 접하게 된 것이다.

비록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 분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 구속사건이 나의 일인 양 가슴이 아려왔다. 특히 그 기사 내용에 수년째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했다는 내용과 일반투자자 30여명의 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하니 더욱 우울했다. 요즘 경기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필자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업계 최고 경지에 올랐던 그 컨설턴트 선배에겐 피치 못할 어려운 사정이 있었음을 직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선배는 매체를 타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분양과 개발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중심지에 있는 대형 상가 건물의 일부 층을 매입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유치해 분양사업을 했다가 큰 손해를 입게 된 것이다.

그쪽 관련업도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을 잘 알고 있는 유능한 선배가 황금 알을 낳는다는 상가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입지와 상권분석의 실패 때문에 분양사업도 어려워지면서 자금난을 겪게 된 것이다. 게다가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들인 수 십 억 원의 투자금과 이익금을 되돌려주지 못하면서 신뢰는 깨지고 지지부진해져 사업은 쇠퇴일로에 접어들고 만 것이다.

유명세 덕에 투자금은 쉽게 모았지만 벤처사업처럼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사업 때문에 사업성 분석에 애를 먹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더 돈 되는 사업지를 물색하면서 이번의 대형사고가 터진 것임에 틀림없다.

더 큰 문제는 자기자본으로 투자하지 않고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으면서 마음이 급해지자 더 많은 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면서 무리하게 고수익 투자대상을 찾게 된 것이다. 남의 자금의 돈을 굴리는 간접투자자금의 운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잘해보자는 욕심도 화를 불러들였을 것이다. 시장은 자꾸 어려워지고 사람은 믿어주지 않고 그래서 말이 앞섰을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더 포장된 언변을 이용했을 것이다. 기사에는 '특별한 조건 없이 연 100%의 수익을 보장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광고까지 냈다고 한다. 기자가 허위 광고라고 기사를 썼지만 그 분의 인격으로 봐서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필자는 믿는다.

“사업은 잘하면 영웅이고, 못되면 사기꾼”이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업계 뿐 아니라 다른 쪽 분야도 한번 잘하면 대박이지만 잘못되면 그대로 사기꾼 소리를 듣기 딱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도 몇 해 전 제법 규모 있는 개발사업을 했던 경험이 있어 그 유명한(?) 격언을 익히 알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이든 창업, 주식 쪽이든 투자에 참여할 때에는 되도록 직접 투자를 기본으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전문가나 컨설턴트에게 돈을 맡기거나 간접투자에 사람 하나만을 믿고 몰빵 투자를 하면 위험천만하다.

또 자신에게 맞는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부동산은 특히 자기 몸에 맞는 투자처를 찾아 공부를 꾸준히 한 다음 자신 있는 분야에만 뛰어들어야 한다.


부동산이 돈 된다고, 또 주식과 창업투자가 돈 된다고 무리하게 자기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서 억지로 용을 쓰며 투자와 사업처를 찾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최소한 ‘내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자신 있고 안전한 곳에 돈을 묻어둔다는 마음으로 투자에 임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을 당한 선배로부터 투자의 기본을 깨닫는 소중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