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전면적 규제완화, 아직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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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MB정부의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8.21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8.21대책은 재건축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폐지, 후분양제도 개선, 분양가상한제 완화, 전매제한 완화, 신도시 건설, 지방미분양 및 거래활성화를 위한 세제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급등한 부동산가격 안정 및 투기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MB정부의 부동산대책은 표면상으로는 전반적인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주택공급기반을 강화하고 거래활성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를 표방하고 있다. 시장안정, 거래활성화, 건설경기 부양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폐지하고, 분양가상한제의 유명무실화를 통해 어떻게 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전매제한을 완화하고도 투기적 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까? 지금도 미분양이 넘쳐나는데 신도시급 규모의 도시를 수요가 확실치 않는 특정지역에 편중하여 5~6개씩 개발한다면 이후 발생하게 될 미분양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부가 8.21대책을 내놓게 된 근거로 집값 안정세 지속과 수도권 거래위축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으니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할 당위성이 없고, 거래가 위축되고 있으니 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이다.
집값 하락 강남권, 버블세븐지역 등 일부 지역에 국한
부동산포털NO.1 닥터아파트(www.DrApt.com)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8.31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3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값은 평균 39.7%가 상승했으며,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도 3년전보다 17만8천여가구가 늘었다.
지난해부터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하락세로 반전됐지만, 서울 강북지역을 비롯한 개발호재지역, 인천, 경기북부지역의 대부분은 여전히 상승추세다. 아파트값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강남권 등의 아파트값 하락은 세부담, 금리부담 등으로 쏟아진 매물보다는 재건축 입주에 따른 갈아타기성 매물 적체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일시적 하락에 그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에 다시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강남권 등 대부분 지역이 입지가 우수한데다 가격하락이 적정껏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면 다시금 수요자가 몰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집값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데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나마 안정되기 시작한 집값에 대한 시장불안을 다시 초래할 우려가 있다.
상반기 거래건수, 지난해의 59.7% 수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두 번째 사유로 들고 있는 거래위축,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상반기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모두 50만1611건으로 지난해 총 거래건수 83만9727건 대비 59.7%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거래건수는 지난해 거래건수를 훨씬 추월할 전망이다.
이중 수도권에서는 총 19만2335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거래건수 37만5098건 대비 51.3%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우려한 대로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거래량도 늘어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다소 위축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수도권 거래 위축은 규제완화를 심각하게 고려할 만큼의 그간의 규제일변도 정책때문이라기 보다는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MB정부 들어 당정은 줄곧 규제완화를 주장해왔고, 또 규제완화를 암시하는 시그널을 시장에 수시로 보냈다. 추가대책이 예고되고 있는데 어느 누가 섣불리 정책에 순응하고 반응하겠는가? 대출금리, 종부세 및 재산세 부담 등으로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야 할 시점인데도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매물이 기대 이하다. 투자자나 실수요자를 비롯하여 주택보유자 역시 당정의 시그널을 기대하고 살 것 미루고, 투자시점 조율하고, 팔 것 당분간 보류하는 식으로 관망세를 유지해 온 이유다.
시장에 적정매물이 쏟아져야 가격하락이 이루어지고 그럼으로써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데 첫 번째 단계부터가 꽉 막혀 있다. 게다가 대내외적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등 모든 경제지표가 다 암울하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 거래위축의 주된 이유가 정책부재가 아니며, 또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가 규제완화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는 유지해야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지역 집값 하락은 이들 지역으로의 입성을 꿈꾸고 있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을 전반적인 추세로 보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가뜩이나 8.21대책으로 집값 불안 요인이 가득한데 추가대책을 내세워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면 또다시 강부자 내각이라는 오명을 씻을 길이 없게 된다.
집값 안정은 매물증가를 통해 달성될 수 있으며, 매물증가는 양도소득세제 완화나 종합부동산세 유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집값 상승으로 6억원 이상 주택이 3년전보다 18만가구 가까이 늘어난 만큼 매물을 내놓게 하는 유인책으로 양도세 면제 대상이 되는 1가구 1주택의 범위를 9억원까지 상향 조정할 필요는 있다. 있는 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반면에 종합부동산세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정에서 종부세에 대한 완화 내지 개선에 대한 시그널을 자꾸 보낼 것이 아니라 종부세를 현행대로 확고히 유지해나감을 천명함으로써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의지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매물 증가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수 있다.
종부세 대상을 9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거나 세대별 합산과세를 개인별로 분리과세하는 등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정도의 파격적인 완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의지를 견고히 함으로써 매물을 줄게 하고 오히려 시장을 더 경색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 가격이 적정선까지 내려갔다고 판단된다면 투자심리가 살아나게 된다. 매물이 적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면 그때 가서야 비로소 LTV나 DTI 등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터주면 된다. 대출규제 완화도 성급하게 실행할 것이 아니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분명 집값 안정과 거래활성화는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하여 정책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집값 안정과 거래활성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내집마련을 위한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MB정부의 부동산대책은 표면상으로는 전반적인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주택공급기반을 강화하고 거래활성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를 표방하고 있다. 시장안정, 거래활성화, 건설경기 부양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폐지하고, 분양가상한제의 유명무실화를 통해 어떻게 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전매제한을 완화하고도 투기적 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까? 지금도 미분양이 넘쳐나는데 신도시급 규모의 도시를 수요가 확실치 않는 특정지역에 편중하여 5~6개씩 개발한다면 이후 발생하게 될 미분양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부가 8.21대책을 내놓게 된 근거로 집값 안정세 지속과 수도권 거래위축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으니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할 당위성이 없고, 거래가 위축되고 있으니 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이다.
집값 하락 강남권, 버블세븐지역 등 일부 지역에 국한
부동산포털NO.1 닥터아파트(www.DrApt.com)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8.31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3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값은 평균 39.7%가 상승했으며,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도 3년전보다 17만8천여가구가 늘었다.
지난해부터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하락세로 반전됐지만, 서울 강북지역을 비롯한 개발호재지역, 인천, 경기북부지역의 대부분은 여전히 상승추세다. 아파트값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강남권 등의 아파트값 하락은 세부담, 금리부담 등으로 쏟아진 매물보다는 재건축 입주에 따른 갈아타기성 매물 적체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일시적 하락에 그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에 다시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강남권 등 대부분 지역이 입지가 우수한데다 가격하락이 적정껏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면 다시금 수요자가 몰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집값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데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나마 안정되기 시작한 집값에 대한 시장불안을 다시 초래할 우려가 있다.
상반기 거래건수, 지난해의 59.7% 수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두 번째 사유로 들고 있는 거래위축,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상반기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모두 50만1611건으로 지난해 총 거래건수 83만9727건 대비 59.7%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거래건수는 지난해 거래건수를 훨씬 추월할 전망이다.
이중 수도권에서는 총 19만2335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거래건수 37만5098건 대비 51.3%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우려한 대로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거래량도 늘어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다소 위축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수도권 거래 위축은 규제완화를 심각하게 고려할 만큼의 그간의 규제일변도 정책때문이라기 보다는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MB정부 들어 당정은 줄곧 규제완화를 주장해왔고, 또 규제완화를 암시하는 시그널을 시장에 수시로 보냈다. 추가대책이 예고되고 있는데 어느 누가 섣불리 정책에 순응하고 반응하겠는가? 대출금리, 종부세 및 재산세 부담 등으로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야 할 시점인데도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매물이 기대 이하다. 투자자나 실수요자를 비롯하여 주택보유자 역시 당정의 시그널을 기대하고 살 것 미루고, 투자시점 조율하고, 팔 것 당분간 보류하는 식으로 관망세를 유지해 온 이유다.
시장에 적정매물이 쏟아져야 가격하락이 이루어지고 그럼으로써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데 첫 번째 단계부터가 꽉 막혀 있다. 게다가 대내외적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등 모든 경제지표가 다 암울하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 거래위축의 주된 이유가 정책부재가 아니며, 또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가 규제완화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는 유지해야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지역 집값 하락은 이들 지역으로의 입성을 꿈꾸고 있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을 전반적인 추세로 보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가뜩이나 8.21대책으로 집값 불안 요인이 가득한데 추가대책을 내세워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면 또다시 강부자 내각이라는 오명을 씻을 길이 없게 된다.
집값 안정은 매물증가를 통해 달성될 수 있으며, 매물증가는 양도소득세제 완화나 종합부동산세 유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집값 상승으로 6억원 이상 주택이 3년전보다 18만가구 가까이 늘어난 만큼 매물을 내놓게 하는 유인책으로 양도세 면제 대상이 되는 1가구 1주택의 범위를 9억원까지 상향 조정할 필요는 있다. 있는 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반면에 종합부동산세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정에서 종부세에 대한 완화 내지 개선에 대한 시그널을 자꾸 보낼 것이 아니라 종부세를 현행대로 확고히 유지해나감을 천명함으로써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의지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매물 증가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수 있다.
종부세 대상을 9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거나 세대별 합산과세를 개인별로 분리과세하는 등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정도의 파격적인 완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의지를 견고히 함으로써 매물을 줄게 하고 오히려 시장을 더 경색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 가격이 적정선까지 내려갔다고 판단된다면 투자심리가 살아나게 된다. 매물이 적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면 그때 가서야 비로소 LTV나 DTI 등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터주면 된다. 대출규제 완화도 성급하게 실행할 것이 아니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분명 집값 안정과 거래활성화는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하여 정책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집값 안정과 거래활성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내집마련을 위한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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