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에서 정한 유치권과 별개로 상법에는 상사유치권제도가 인정되고 있는데, 민법상의 유치권에 비해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민법상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피담보채권과 목적물 사이에 견련관계가 있어야하지만, 상사유치권에 있어서는 이러한 견련관계는 불필요하고, 단지 쌍방적 상행위(양당사자가 모두 상인인 경우의 상행위)로 점유를 취득하기만하면 된다. 따라서, 직접 그 점유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라도 상행위를 통하여 점유를 취득하면 그 물건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상사유치권의 특징은 상인들 간의 신용보호와 상사채권의 물적인 보호를 목적으로 민법상 유치권의 중요한 성립요건인 견련성을 완화한데 있다. 다음의 사례들을 비교하면서 상사유치권의 특징을 이해해보기로 하자(구체적인 수치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일부 변형하기로 한다).
★ 먼저,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다16942호 건물명도 판결 사안이다.
10세대의 다세대 주택신축공사 중에서 창호, 기타 잡철 부분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도급받은 사람이 공사대금 1억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공사한 다세대 주택 중 1세대를 점유하면서 유치권 주장을 하자, 이 주택의 소유자가 건물명도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사안에서 하도급업자인 피고가 점유하는 1세대의 주택과 견련성있는 채권이 얼마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1,2심 법원은 '비록 채권자가 적법한 권원에 기하여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행사범위는 공평의 원칙상 당해 채권과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는 특정한 물건과의 견련성이 인정되는 범위로 엄격히 제한될 필요성이 있는 점, 민법 제320조 규정의 문언 자체의 해석에 의하더라도 타인 소유의 특정한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자는 그 특정한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에 대하여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 사건 주택은 구분건물로서 다른 9세대의 주택과는 구별되어 독립한 소유권의 객체가 되는 특정한 부동산인 점 등에 비추어, 독립한 특정물로서의 이 사건 주택을 담보로 성립하는 피고의 유치권은 피고가 시행한 이 사건 공사에 대한 나머지 공사대금 전부인 1억원이 아니라, 피고가 점유하고 있는 이 사건 주택에 대하여 시행한 공사대금 1천만원(1억원 *10)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에 대하여 1천만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주택을 인도할 것을 명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민법상 유치권에 있어서의 채권과 목적물과의 견련관계 및 유치권의 불가분성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인정 사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계약은 위 다세대주택에 대한 재건축공사 중 창호와 기타 잡철 부분을 일괄적으로 하도급한 하나의 공사계약임을 알 수 있고, 또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계약 당시 공사대금은 구분건물의 각 동호수 별로 구분하여 지급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공사 전부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었고, 그 공사에는 각 구분건물에 대한 창호, 방화문 등뿐만 아니라 공유부분인 각 동의 현관, 계단 부분에 대한 공사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 중 일부지급도 특정 구분건물에 관한 공사대금만을 따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 전체에 관하여 지급하였다는 사정을 엿볼 수 있는바, 이와 같이 이 사건 공사의 공사대금이 각 구분건물에 관한 공사부분별로 개별적으로 정해졌거나 처음부터 각 구분건물이 각각 별개의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였던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가지는 이 사건 공사 목적물(10세대 주택) 전체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은 하도급계약이라는 하나의 법률관계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그 공사대금채권 전부와 공사 목적물 전체 사이에는 견련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주택은 이 사건 공사로 인한 공사대금채권 잔액 1억원 전부를 담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게 보는 것이 우리 민법상 공평의 견지에서 채권자의 채권확보를 목적으로 법정담보물권으로서의 유치권 제도를 둔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내세운 사정만으로 피고의 유치권이 피고가 이 사건 주택 한 세대에 대하여 시행한 공사대금 1천만원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민법상 유치권에 있어서의 채권과 목적물 사이의 견련관계 및 유치권의 불가분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 다음은 부산고등법원 2007. 8. 29. 선고 2007나2862(본소)【점유방해배제 등】,
2007나2879(반소) 부동산명도 등 판결사안이다.
이 사안 역시, 위 대법원사안과 비슷하게 모 아파트 13개호실의 도배 및 마루장판시공을 한 공사업자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근거로 아파트 중 1개 호실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주장한 사안인데, 이 재판에서 상대방은 '공사업자가 주장하는 유치권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지출한 공사대금, 즉 전체공사대금을 13개호실로 나눈 금액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상법 제58조 규정에 의한 상사유치권은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이면 충분하고 유치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임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주장은 이유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민사유치권으로 논의된 위 대법원 사안의 경우 결론적으로는 상사유치권으로 다루어진 부산고등법원 사안과 비슷한 결론이 선고되었지만, 상사유치권의 경우에는 민사유치권과 달리 채권과 점유하는 목적물간의 엄격한 견련성을 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교해서 살펴볼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성립여부 판단에 있어 민사유치권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치권으로 문제되는 채권이 상인간의 상거래채권이라면 반드시 상사유치권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상-
※민법 제320조 (유치권의 내용) ①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
※민법 제321조 (유치권의 불가분성)유치권자는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전부에 대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상법 제58조(상사유치권)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채권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하여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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