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던 탓일까? 지난 5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투기조짐이 보이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한 이후 부동산 규제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발언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더니 급기야 어제 금융감독원이 대출규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수도권지역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을 현행 60%이내에서 50% 이내로 하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7일)부터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은 강남3구를 비롯하여 수도권 도서지역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에서 만기 10년 이하의 아파트 담보대출이나 만기 10년을 초과하면서 6억원이 넘는 아파트 담보대출 시 LTV가 50% 이내로 낮아진다. 참여정부 때 강화됐던 LTV, DTI 규제가 지난해 11월 강남3구를 제외하고 전면 해제된 지 8개월만에 다시 대출규제가 이루어진 셈이다.

거래활성화를 통한 부동산시장 회복을 기본적인 정책기조로 삼았던 현 정부가 대출규제를 풀 것이라는 점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졌고 그 수순대로 대출규제가 풀렸다. 대출규제를 풂으로써 막혔던 거래 숨통을 트고자 했던 것. 이로 인해 집값이 상승하고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은 거래활성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쯤으로 치부됐다.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 풀었던 대출규제를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과연 바람직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의 주택시장이 투기를 염려할 정도로 과열되었는지 그리고 강남권이 오늘의 대출규제 강화보다 더 강한 수준의 LTV나 DTI 규제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대출규제는 2003년 이후 LTV 규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대출규제를 포함하여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갖은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한번 불붙기 시작한 아파트값 상승세는 좀처럼 꺼지질 않았다. 2005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강남권 22.49%, 버블세븐지역 26.05%, 서울 13.92%, 수도권 13.18%, 전국 11.08%가 말해주듯 아파트값 급등은 서울과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급기야 2006년 3.30대책을 통해 DTI 규제를 도입했지만 2006년 한해 역시 강남권 34.96%, 버블세븐지역 34.25%, 서울 33.25%, 수도권 33.10%, 전국 26.33%로 2005년보다 가격이 더 뛰었다. 2006년 말에 이어 2007년 초까지 추가대책을 통해 DTI 규제를 확대(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 3억원 초과아파트에 대해서도 적용 등)하고 나서야 강남권 및 버블세븐지역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안정 조짐이 보였지만, 비강남권 및 기타 지역의 아파트값은 2008년 상반기까지 꺾일 줄 모르고 상승했다. 2008년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에 상륙한 후 비로소 주택가격이 전국적인 하락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참여정부와는 사뭇 다르다. 2005년이나 2006년과 달리 아파트값 상승은 전국적이라기보다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고 수도권 중에서도 버블세븐지역이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서울 전체를 놓고 볼 때에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나 용산, 목동 등 일부지역 상승세가 전체 상승률을 견인하고 있을 뿐이지 아직도 정체되어 있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 많다.

수치상으로도 올해 상반기 매매가 변동률이 강남권만 4.24%로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을 뿐 서울 전체 상승률(1.57%)이나 수도권(0.51%) 및 전국 상승률(0.28%)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분양시장 역시 송도나 청라지구, 광교도시 및 도심 재개발 단지 중심으로 청약열기가 뜨겁고 여타 지역은 3순위에서 간신히 청약이 마감되거나 수도권 일부지역 및 지방은 산적한 미분양 아파트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강남권은 오늘 시행되는 대출규제 강화 수준 이상의 강한 대출규제가 적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을 선도하고 있다. 이는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MB정부 들어 줄기차게 추진돼왔던 각종 규제완화는 물론 MB정부에 이어 서울시까지 그 보조를 맞추듯 경쟁적으로 출품하고 있는 개발호재가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고 있음을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집값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출규제가 최선은 아니며 대출규제보다는 무분별하게 내놓고 있는 선심성 개발정책들부터 거둬들여야 한다. 굳이 대출규제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강남권이나 버블세븐지역 및 재건축 단지가 소재한 일부 지역에 국한하여 선별적으로 실시하면 될 일이지 아직은 서울 또는 수도권 전역까지 확대하여 실시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할 상황이나 명분이 참여정부의 그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것도 그러려니와 거래활성화를 기본 정책기조로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실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대출규제 강화의 진정성을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전격적인 대출규제 단행이라기보다는 5월부터 예고됐던 규제의 정도치고 너무 솜방망 규제에 그쳤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강도 높은 LTV나 DTI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아파트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는데 겨우 LTV를 60%에서 50%로 내린다고 집값이 안정되고 투기가 근절되길 바랄 수 있을까? LTV가 완화되고 DTI가 폐지됐어도 그간 은행권 스스로의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실제 담보대출이 담보가액의 40~50% 정도밖에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규제 강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예상해볼 수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조치에서 DTI 규제를 다시 시작한 것도 아니요, 전 금융기관을 합산한 5천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 이주비ㆍ중도금 등 아파트 집단대출, 미분양 주택의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LTV 규제 강화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MB정부가 과연 진정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그간 현 정부의 규제 완화 과정에서 검증됐듯 시장 반응을 보고 추진하는 이른바 떠보기식 정책이 더 이상 추진돼서는 안 된다. 그러한 정책은 오히려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면역력만 길러주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정책을 펴느니 차라리 안하는 것이 낫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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