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대책 발표 한달이 됐음에도 주택시장 회복은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5.1대책이 주택거래 활성화보다는 건설경기 연착륙 내지 주택공급 활성화에 주안점을 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주택시장 불안 요인(실물경기, 금리, 미분양, 정책 불신 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5월 마지막 주 닥터아파트(www.drapt.com) 시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25개구 중 23개구가 보합 내지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0.02%가 하락했고, 경기와 인천도 각각 -0.01%씩 하락했다. 신도시는 -0.03%로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수도권 전반적으로 11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5차 보금자리지구가 지정된 강동구와 과천시는 그야말로 보금자리 폭탄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5차 지구가 지정된 지난 17일 이후 첫 주간(5월 셋째 주) 매매가 변동률이 강동구 -0.21%, 과천시 -0.13% 큰 폭 하락했고, 둘째 주간(5월 넷째 주) 역시 강동구 -0.10%, 과천시 -0.12%를 기록하면서 수도권 평균 -0.02%보다 5~6배 이상의 하락률을 보였다.

MB정부 들어 굵직한 서너개 사안을 제외하고 규제란 규제는 모두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주택거래가 활성화되고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숱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하기는 필자도 마찬가지지만 뭔가 단추를 채워도 단단히 잘못 채워진 것 같은 느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이유 불문하고 주택구입을 꺼려하고 있다면야 어느 대책이 나와도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잘못 채워진 단추로 인해 문제가 불거졌다면 단추를 다시 제대로 채우면 되지 않을까?

단추를 제대로 채우기 위한 첫 작업은 우선 소비자들이 선택해서 살 수 있는 물건이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고객들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상품이 다양하고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할인 폭도 다양한 만큼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부동산시장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시장에 적정량의 다양한 매물이 흘러야 주택 수요자들의 선택권이 강화되고 매도자 중심이 아닌 매수자 중심의 정상적인 시장이 조성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있다고 해도 매물이 그리 많지 않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에서 비롯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임대사업요건 완화 등 매물이 나올 수 있는 구조보다는 부동산 보유의지를 더 강화시키는 요인만 수두룩하다.

매물이 부족하니 매수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가격 결정권 역시 매도인에게 있다보니 아직도 매수인이 느끼는 가격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미분양이 숱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되레 올라가는 기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당을 중심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2012년 말이 다가올수록 매물이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다주택자의 보유의지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매물이 적정량 흐르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 오히려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주택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가격 형성도 가능해진다.

다음으로 부동산시장이 과열될 때에는 규제를 통해 과열분위기를 잠재울 필요가 있지만 불황기에는 규제보다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 분양가 상한제와 DTI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에 미분양이 산적해 있고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분양가가 대폭 올라가지는 못할 것이고, 설령 분양가가 상승한다고 해도 이제는 소비자들이 이를 냉정하게 평가해 선택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충분히 형성됐다. 어느 매체에서 수요자들이 주택을 선택하는 제일의 선택 기준이 가격으로 조사됐다고 한 것이 바로 이를 뒷받침한다.

DTI도 마찬가지다. DTI규제는 그 존재만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나마 실수요자의 경우는 장기대출을 이용해 원리금 상환 가능 범위에서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덜하지만 중복 투자자는 제2, 제3의 주택에 대한 담보가치가 전혀 인정되지 않아 투자수요를 꺾는데 매우 비중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DTI규제다.

시장이 호황일 때에는 무리할 정도의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시장이 침체기이고 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시점에는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도 대출을 최소화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더군다나 금융권 자체적으로도 구매자의 소득, 신용, 담보가치 등을 기준하여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괄적인 규제보다는 금융권의 자율규제에 맡길 때도 됐지 않았나 싶다. 특히 DTI 자율 규제는 실수요자의 주택거래는 물론 일정 부분 투자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끝으로 정책 혼선부터 바로 잡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과연 거래 활성화에 있는지 아님 주택시장 안정에 있는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다고 해놓고 정작 DTI규제를 부활한다거나 대책이 나옴과 동시에 거의 시차 없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이 그 예이다.

보금자리주택도 마찬가지다. 저가 또는 반값아파트 공급 차원에서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비록 주택시장 침체를 불러오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 점은 있지만 일반주택이나 분양가를 끌어내림으로써 소비자들의 가격 눈높이에 맞는 주택공급 내지 매물을 유도해왔다는 긍정적인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조금 더 일관되게 보금자리정책을 유지했더라면 주택시장 안정은 물론 저가의 매물, 저가의 분양물량이 확산되면서 거래가 나름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을 텐데 보금자리지구 지정 축소, 반값 보금자리주택 정책 폐지를 통해 그런 절호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애당초 해왔던 것처럼 저가의 보금자리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택시장 안정을 꾀하던지 아니면 보금자리 분양 방침을 전면 재수정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주택 거래 및 민간 분양시장을 활성화시키던지 양단간의 결정을 내렸어야 할 일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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