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자는 중론이 일고 있다.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돼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아예 영구적으로 폐지하자는 움직임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의 과도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조치로 2003년 10.29대책과 2005년 8.31대책을 통해 시행된 사안이다.

양도세 중과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양도세 중과제도가 이러한 투기적 수요 억제라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기본적인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양도세 중과보다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나 공급확대 정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더 영향을 미쳤다는 것(박명호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다.

더불어 다주택자들이 민간임대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요즘처럼 주택 구매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다주택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거나 양도세 중과는 벌금의 성격이 짙다(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것도 양도세 중과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의 일부다.

어느 경우에나 상황논리라는 것이 있다. 과거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때에는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취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도입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양도세 중과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었다.

이와 달리 최근에는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투기수요가 줄고 오히려 선의의 투기를 부추겨 주택거래를 활성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이나 양도세 중과에 대한 역할론이 재조명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거래 활성화든 주택시장 안정이든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거래 당사자의 핵심 주체는 매도인이 아니라 매수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컨대, 요즘 SSM이나 할인점 등 대형유통시설의 경쟁적 출점이 지역내 소상인들의 생계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상인과 대형유통업체간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이 문제를 차치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있어서는 응당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형유통시설의 출점은 서비스의 질적 개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구색으로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선택 폭이 넓어지고 그 결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수한 상품을 골라 매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품구색과 다량의 물품이 준비돼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물론 공급주체는 대형유통업체지만 독과점적 판매가 아니라 공개 경쟁적으로 판매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조금 더 싼 곳, 싼 물품을 찾아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중심의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존재하고 다량의 물건(매물)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택 소비자인 수요자(내 집 마련, 투자자 불문)가 입맛에 맞는 주택을 골라 매입할 수 있다.

매물이 많아야 주택공급자(주택업체, 매도인 등)의 경쟁적 할인도 불가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거래 활성화는 물론 주택가격의 자발적 안정도 쉬이 달성할 수 있다.

다량의 매물 준비는 신규 공급량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규 주택 공급 외에 기존 주택 매물이 많이 준비되어야 한다. 한해 신규로 공급되는 주택수(아파트)는 많아야 30만 가구이지만 한해 아파트 거래량은 평균 90만 가구 정도다. 주택거래 활성화 문제에 있어서 일반 매물 거래를 도외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부동산 대책의 면면을 보면 주택시장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분양가 상한제, DTI 등 굵직한 규제들이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거래를 활성화하는 듯하면서도 종합부동산세 완화, 임대사업 요건 완화 등 다주택자의 보유의지를 부추기는 정책을 일관되게 펴왔다.

주택대출금리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매도인의 주택 보유 여력을 지탱하고 있는 근원이 되고 있다.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매수인 우위의 시장구조 재편이 쉽지 않게 된 셈이다.

그런 와중에 추진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이러한 현상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 양도세 중과 폐지가 내년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경우에는 시장 상황의 경중 내지 호전 여부를 판가름해 내년 시한 도래 전에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고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겠지만 양도세 중과를 영구적으로 폐지한다면 그런 기회마저 없어지게 된다. 상품 구색도 갖추고, 저가 매물이 확보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매수인 우위의 시장구조로 재편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요즘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안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이는 수요자들이 찾는 매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사실상 주택을 구입하려들면 여전히 가격이 수요자들이 부담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매물뿐이고 그 매물량도 그다지 많지 않다.

거래 활성화가 매수인의 손에 달려 있는 만큼 매수인의 구미를 당기는 상품 구색과 많은 매물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물의 출현을 저해하는 정책(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의 영구적 폐지 등) 시행은 다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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