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시장에 어둠이 짙어지면서, 그동안 우리 부동산 분양과정에서 동원된 각종 편법행위들로 인한 폐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해당 건설회사나 시행사가 직원들이나 주변사람을 동원해서 분양을 받게 하는 관행이다. 분양률이 일정수준에 미달하면 분위기침체로 분양이 더욱 부진할 있고, 자칫 부실사업장으로 낙인찍혀 공사자금 대출마저 회수당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호황기에는 임시 내지 허위로 분양된 물건을 제값을 받고 쉽게 처분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장기 불황으로 해당 물건의 정상적인 처분이 어려워지면서 급기야는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건설회사나 시행사가 도산해 버리다보니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법정관리에 돌입한 벽산건설의 직원들이 대출은행 앞에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회사의 압력으로 억지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대출이자는 그동안 회사 측에서 부담해오다가 회사 부도로 이자납부가 중단되면서 결국 분양명의자인 직원들 개인에게 상환압박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분양계약체결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분양계약체결된 것처럼 허위로 분양계약서 등 관련서류를 조작하여 대출을 받는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기까지 하지만, 그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분양계약자로 이름을 빌려주고받음으로 인한 폐해는 적지 않다. 대출은행을 포함한 우리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이런 관행을 묵인해오기는 했지만, 이런 관행은 질적으로 엄격하게 보면 사기범죄와 다를 바 없을 뿐 아니라 우리 경제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실제 분양률을 속인다는 것은, 정상 분양으로 오인한 사람들로 하여금 제값을 하지 못하는 부실한 물건을 구매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사기행각이나 다름없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부실사업장에 거액의 자금이 투자되면서 경제왜곡이 일어나게 되고 결국 관련된 경제주체들의 파탄으로 이어지게 된다.
앞으로 이런 잘못되고 뿌리깊은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에 소개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0. 21.선고 2010가단434313 대여금 등 판결은, 건설회사부탁으로 이름을 빌려주고 은행대출까지 받게 된 사람이 대출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변제하라는 소송을 당하게 된 내용인데, ‘실제 분양받은 사실이 없다는 사실이 인정지만 대출은행에 대한 대여금변제의 책임은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결국, 이유가 어떻든 간에 본인이 직접 작성한 대출서류의 내용을 근간으로 법적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관행개선과 별개로 각자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판결전문>
1. 기초사실
가. 피고 신건*는 2004. 7. 5. 원고로부터 71,200,000원을 대출만기일을 2009. 10. 5.로 정하여 대출받기로 하는 내용의 대출거래약정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2004. 7. 5. 원고가 개설한 피고 신건* 명의의 원고 은행 계좌번호 ******-04-001868의 대출금계좌(위 대출금계좌는 원고가 피고 신건*에 대한 대출금을 관리하기 위하여 피고 신건*의 개좌개설 신청없이 임의로 개설한 것이다)에 53,400,000원을 입금하였다가, 같은 날 **연립재건축조합(정확한 명칭이 ‘**연립재건축조합’인지 ‘**재건축주택조합’인지 불분명하다. 이하 혼용하기로 한다), 주식회사 *****종합건설(이하 ‘*****’라 한다) 및 **주택보증 주식회사 등 3자 명의로 개설된 원고 은행 계좌번호 ******-01-013849의 계좌로 그 중 53,330,000원(53,400,000원에서 70,000원이 부족한 이유는 알 수 없다)을 입금하였으며, 2004. 8. 13. 피고 신건* 명의의 위 대출금계좌에 17,800,000원을 입금하였다가, 다시 **연립재건축조합 등 3자 명의의 위 계좌로 17,800,000원 전액을 입금하였다.
다. 한편, **연립재건축조합은 **시 **동에 *****아파트를 건축하고 있었는데, **연립재건축조합은 위 아파트 건축공사를 *****에게 도급준 상태였다.
라. 원고와 피고 신건* 사이에 체결된 위 대출약정은 피고 신건*가 **연립재건축조합과 *****로부터 분양받은 ***** 아파트 102동 201호에 관한 중도금대출이었는데, 위 대출약정 당시 피고 신건*와 **연립재건축조합 및 **브리지 사이에 체결된 위 아파트 102동 201호에 관한 아파트공급계약서가 원고에게 제출되었고, 그 아파트공급계약서 제1조 제2항은 피고 신건*가 중도금 및 잔금을 **연립재건축조합 등 3자 명의의 원고 은행 계좌번호 ******-01-013849의 계좌로 입금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마. 피고 주식회사 *****종합건설(이하 ‘피고 **’이라 한다)은 2007. 6. 22. 피고 신건*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위 대출금채무를 75,300,000원의 한도내에서 근보증하였다.
바. 2010. 10. 27. 현재 위 대출금의 미지급 원금은 57,733,885원, 편입전 이자는 10,733,885원, 가지급금은 206,640원, 이자는 999,962원으로 합계 69,874,822원이고, 적용되는 지연손해금율은 연 21%이다.
[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제1호증의 5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대출금지급의무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들은 연대하여 위 대출금의 미지급원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 신건*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내용
(가) *****아파트의 시공자인 *****의 대표이사 조**는 공사대금이 부족하였으나, 금융감독당국이 건설회사에 대한 방만한 건설자금대출을 규제하여 건설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2004년 초순경 원고의 **동 지점의 유** 차장과 다음과 같이 통모하였다.
① 실질적인 주채무자는 *****이고 대출자금의 성격은 건설자금 기업대출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상 *****의 직원들이나 하도급업체 직원, 피고 신건*를 비롯한 조**의 지인 등 17인을 형식상 채무자로 하고, 그 대출의 성격도 아파트가 분양되어 분양대금대출을 받는것으로 하여 대출을 받기로 한다.
② 대출금은 형식상 채무자들인 피고 등 17명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에게 전달되도록 한다.
③ *****가 지급받는 대출금 중 40%는 원고의 예금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이른바 ‘꺾기’로 원고에게 예금한다.
④ 대출금에 대한 이자와 원금상환은 실질적인 주채무자인 *****가 변제하는 것으로 한다.
(나) 따라서 위 대출약정은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피고 신건*는 위 대출금을 변제할 책임이 없다.
(2) 판단
살피건대, 위 대출약정 당시 피고 신건*와 **연립재건축조합 및 ***** 사이에 체결된 *****아파트 아파트 102동 201호에 관한 아파트공급계약서가 원고에게 제출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 법원의 **재건축조합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피고 신건*가 **연립재건축조합으로부터 위 아파트 102동 201호를 분양받은 사실이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 신건*의 위 대출금계좌로부터 **연립재건축조합 등 3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대출금이 다시 ***** 명의의 요구불예금계좌 및 정기예금계좌로 분산 입금되어(그 과정에서 계좌 공동명의인인 **연립재건축조합과 **주택보증 주식회사가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어떤 명목으로 *****로 입금되었는지는 불분명하고, *****의 정기예금계좌로 입금된 것은 피고 신건*의 주장과 같이 이른바 '꺾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 대출금이 최종적으로 *****에게 전달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위 대출 과정에 어느 정도 비정상적인 요소가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과 을제9호증의 1의 기재 및 증인 김**의 증언만으로는 위 대출약정이 원고 주장과 같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대출금 자체는 원고에게 제출된 *****아파트 102동 201호에 관한 분양계약서에 중도금 및 잔금 입금계좌로 지정된 **연립재건축조합 등 3자 명의의 계좌번호 ******-01-013849의 계좌에 정상적으로 입금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제7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신건*는 위 대출약정 체결 후인 2007. 7. 21., 2008. 12. 12. 및 2009. 4. 16. 위 대출에 대한 대출조건변경서를 직접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동 지점 유**의 동조없이, 피고 신건*나 조**가 편법으로 피고 신건* 앞으로 대출을 받은 다음 그 대출금을 *****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려는 의도로 피고 신건*가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양받은 것처럼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허위사실을 작출하여 원고를 기망하여 대출을 받았거나, 원고의 직원이 *****가 대출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피고 신건* 명의로 대출을 하게끔 편의를 봐 달라는 ***** 측의 부탁을 받고, 피고 신건* 명의로 대출을 해 준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위와 같이 원고의 직원이 실제 대출금을 *****가 사용한다는 사정을 알고 피고 신건* 명의로 대출을 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위 대출약정에 기한 이자와 원금상환책임을 대출명의인인 피고 신건*에게 묻지 않기로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들은 연대하여, 피고 *****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근보증한도액인 75,300,000원의 한도내에서 69,874,822원과 그 중 미변제 원금 57,934,335원에 대하여 2010. 10. 28.부터 갚는 날까지 연 21%의 비율로 계산한 약정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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