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계약이행을 두고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다음에 소개할 판결은, 종전 임차인의 주택임대차등기가 등기부에 등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임대차계약을 했는데,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분쟁으로 결국 임차인이 계약해제를 주장하면서 계약금과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까지 임대인에게 청구한 사안이다. 임대차분쟁의 구체적인 모습과 함께 어떻게 판단될 수 있는지 잘 나타나 있고, 특히 일반인이 간과하기 쉬운 계약해제를 위한 이행제공의 정도에 대해서도 상세히 판단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2. 9. 27.선고 2011가단59064 위약금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2009. 3. 25. 김00에게 서울 성동구 000동 990 한신00아파트 2동 1305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를 임대차보증금 1억 8,500만 원에 임대하였다가 2009. 5월 내지 6월경 김00의 요청에 따라 위 임대차계약을 합의해지하였다.
나. 김00은 2010. 4. 26.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주택임차권등기를 경료하는 한편으로, 피고를 상대로 이 법원 2010가합7414호로 보증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1. 4. 21. 이 법원으로부터 ‘피고는 김00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인도받음과 동시에 위 1억 8,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다(2011. 12. 6. 항소심에서 조정이 성립되었고 위 주택임차권등기는 2012. 3. 14. 말소되었다).
다. 원고는 2011. 7. 14. 피고(피고의 아들 박00이 피고를 대리하였다)와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을 2억 6,000만 원으로 정하되 계약금 2,600만원은 계약 당일, 잔금 2억 3,400만 원은 2011. 9. 9.에 각 지급하기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내용
제2조(존속기간) 2011. 9. 9.부터 2013. 9. 8.까지
제7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본 계약상의 내용에 대하여 불이행이 있을 경우
그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 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

특약사항
1. 계약일 현재 공부상 주택임차권등기 상태(임차보증금 1억 8,500만 원)이며 임대인은 잔금일에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주기로 한다.
1. 현재 임차인의 임차권등기명령과 잔금일 전 임차인의 임대주택명도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시
임대인이 일체의 책임을 지기로 한다.
1. 임대인은 잔금일 전에 집수리를 해주기로 한다.
수리내역 : 새시 전부 교체, 각 방문과 문틀 칠, 장판, 도배, 싱크대 교체, 화장실, 욕실 수리, 내부전등
전부 교체

라. 원고는 계약 당일 피고에게 계약금 2,6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2011. 9. 9. 14:00경 잔금 지급장소인 00부동산에 약 1억 9,000만 원만을 수표 등으로 가지고 가서 나머지 잔금은 이삿짐을 옮긴 후 계좌 이체하여 주겠다고 피고에게 말하였다. 이에 피고가 잔금 전액의 지급을 요구하며 이 사건 아파트의 열쇠를 건네주지 아니함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이행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마. 한편 2011. 9. 9. 당시 원고 명의의 국민은행 마이너스 대출통장에는 49,295,980원의 출금이 가능한 상태였다.
2.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는, 피고가 잔금 지급일인 2011. 9. 9. 전에 새시 및 도배, 장판, 싱크대 교체 등 이 사건 아파트를 수리하고 잔금 지급일에 이 사건 아파트에 설정되어 있던 종전 임차인인 김00의 주택임차권등기를 말소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그 수리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원고를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을 뿐만 아니라, 잔금 지급일에 위 김00도 참석하지 않았고 주택임차권등기의 말소에 필요한 서류도 전혀 준비하지 않고서 무조건 잔금 지급만을 요구하였는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피고의 위와 같은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기수령한 계약금 및 손해배상예정액 합계 5,2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그가 2011. 9. 9. 이 사건 아파트를 인도할 준비를 하고 기다렸으나 원고가 잔금 중 1억 원 밖에 준비해오지 못하였다면서 먼저 열쇠를 주면 이 사건 아파트에 이삿짐을 내려놓고 은행에 가서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것인바, 피고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계약금 등을 반환할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원고의 주장처럼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제되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1) 먼저 피고가 잔금 지급일 전에 이 사건 아파트의 수리를 이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 수리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원고를 방해하였음을 이유로 한 원고의 해제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잔금 지급일 전에 이 사건 아파트의 새시, 장판, 싱크대 등을 교체하는 등으로 이 사건 아파트를 수리하기로 약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을 제4,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00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피고가 2011. 9. 9. 이전에 이 사건 아파트의 도배를 하고 새시, 장판 등을 교체하여 수리한 사실, 원고뿐만 아니라 원고 측 부동산중개인인 송00도 2011. 9. 7.경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그 수리 여부를 확인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잔금 지급일 전에 이 사건 아파트를 수리하는 등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 수리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원고를 방해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와 반대되는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다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 설정된 종전 임차인의 주택임차권등기의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원고의 해제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에 있어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야 하고, 그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의 행위를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며 단순히 이행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8다3053, 3060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94646, 94653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잔금 지급일에 잔금 중 1억 9,000만 원 상당만을 수표 등으로 준비하였고 단지 원고 명의의 국민은행 마이너스 대출통장에서 49,295,980원을 출금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을 뿐인 사실을 알 수 있으며(원고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나머지 잔금은 은행에 가서 위 마이너스 대출통장에서 피고에게 계좌 이체하여 지급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 내용에 따른 이 사건 잔금지급의무의 이행 또는 이행제공을 제대로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갑 제5호증, 갑 제7호증의 1 내지 13, 갑 제8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송00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위와 같이 원고가 자기 채무인 이 사건 잔금지급의무를 제대로 이행 또는 이행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피고가 잔금 지급일에 종전 임차인의 주택임차권등기의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할지라도 피고의 위 주택임차권등기 말소의무 내지 이 사건 아파트의 인도의무가 이행지체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의 이행지체를 원인으로 한 원고의 해제 의사표시는 부적법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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