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은 삶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미국, 영국 등에는 ‘대퇴사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가 왔다. 코로나의 위협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지만, 일을 단순히 생계 유지 수단으로 보던 과거와 달리 일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기 시작 한게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했다.

2023년 대한민국에선 취업과 채용, 이직과 퇴사에서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한 ‘오프보딩(Offboarding)’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온보딩(Onboarding)’만 중요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조직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잘 안착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에서 떠나는 사람도 잘 관리해야 하는 ‘오프보딩’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오프보딩의 마지막 기억은 그동안의 좋았던 기억을 흔들어놓을 정도로 강력하다. 퇴사자에게 어떤 조직으로 기억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윤영돈 칼럼] 퇴사자와 아름답게 헤어지는 법
넷플릭스(Netflix)에는 회사를 떠날 때 ‘부검 메일(postmortem email)’ 을 남기는 문화가 있다. 수신인은 같이 근무한 직원들이다. 퇴사자가 초안을 작성한 뒤 직속 상사, 인사 담당자와 논의해서 완성한다. 메일에는 본인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 아쉬운 점, 앞으로의 계획, 넷플릭스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을 최대한 상세히 기록한다. 고위급 간부가 회사를 떠날 경우에는 오프라인 미팅 ‘부검 모임(postmortem meeting)’도 갖는다. 부검 메일의 장점은 분명하다. 퇴사자가 쓴 내용에서 회사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칠 수도 있고, 다른 직원들이 퇴사자가 왜 떠나는지 알게 되어 근거 없는 소문이 사내에 퍼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채용 브랜딩은 단순히 채용 경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퇴사자가 어떻게 인수인계해주느냐는 차후 그 자리를 맡게 되는 구성원의 성과와도 연결된다. 이제는 퇴사자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는 것 보다 퇴사자와 아름답게 헤어지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위기의 순간, 리더십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나쁜 소식을 전할 때는 상대의 감정에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퇴직자 업무 체크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 인수인계, 개 인용품 및 PC의 개인정보 정리하기, 물품 반납, 사원증 반납, 사내 통신망의 이메일 백업 및 삭제, 퇴직금, 경력 증명서, 추천서 등 모든 것을 퇴사자 입장에서 배려해야 한다.
가상현실 상황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이야기하다가 곤경 에 처한 경우가 많다. 메타버스에서 면접할 때도 화면이나 마이크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 뜻하지 않은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오프보딩 (Offboarding)’일지도 모른다. ‘오프보딩’이란 온보딩의 반대말로, 조직을 나가는 직원에 대한 퇴사 절차를 의미한다. 온보딩 프로세스 와 마찬가지로 오프보딩은 기업별로 절차가 다를 수 있다. 오프보딩의 경우, 웰컴 키트나 이벤트를 제공하는 온보딩보다 조촐하게 진행된다. 퇴사자와 아름답게 헤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떠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빈 자리를 남기는 법이다.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을 도입해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는 있지만, 해고하는 과정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기업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조직 내 사 람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중요도나 파급력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도 퇴사자와의 이별을 잘 해내야 한다. 회사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면 퇴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의 쓴소리는 분명 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핵심 인재의 이탈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해 관리하고, 높은 성과를 낼 만한 잠재력 있는 인재를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프보딩의 변화는 결국 회사의 브랜딩 전략과 채용 유인성 제고에도 기여한다.

[채용트렌드2023] 중에서

<한경닷컴 The Lifeist> 윤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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