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창조하는 부동산자산관리] 임대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임차인 유지
부동산임대업은 임차인에게 공간(space)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 영위하는 사업이다. 부동산의 가치는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입금액의 양(量)과 질(質)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부동산 임대사업에 성공하려면 우량 임차인을 유치한 후, 임대차계약을 장기간 유지토록 하여 임대료 수입이 극대화되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임대인(건물주)은 빌딩 현금흐름(cash flow)의 원천인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렌트프리(rent-free)를 제공하고, 때로는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지원하며 때로는 사무실 이전비용까지 지원하면서 임차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

현명한 임대인은 임차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불편사항은 적극적인 대면접촉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해소하면서 임차인 유지율을 높이고 있는 반면, 기껏 어렵게 임차인을 유치 해놓고는 안타깝게도 임차인을 방치하거나 나 몰라라 하는 임대인들을 많이 보았다. 이들에게 임차인은 임대사업의 파트너가 아니라, 접촉하면 접촉할수록 임대인으로부터 무언가 금전적 이득을 얻어내려고만 하는 귀찮은 존재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2년 전 강남구 역삼동에 중소형빌딩(1,700m2, 6층)을 매입한 Y씨(여, 48세)는 지하1층 전체를 실내 테니스장으로 운영하는 임차인과 1년 넘게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임대인 Y씨는 지하 임차인과 장기(10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주택용도로 사용하던 5층과 6층을 사무실로 용도변경을 하면서 엘리베이터(지상1층 ~ 6층 운행)를 신규로 설치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임차인 입장에서는 지상 1층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 엘리베이터의 피트면적만큼 지하 1층의 임차공간 면적이 감소하므로 이에 따라 테니스코트의 한 면이 줄어들게 되어 남은 임차기간인 10년 동안 막대한 영업손실(7천만 원 이상)이 예상되었다. 임차인은 임대인인 Y씨에게 손실보상을 요청했지만 Y씨는 이를 거부하며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자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법원도 임차인의 피해를 인정하여 조정권고(약 6천만 원 보상)했으나, Y씨는 이 마저도 금액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거부한 후, 결국 1층이 아닌 2층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였다.

이렇게 엘리베이터는 기형적으로 설치되었지만, 신규 임차인 유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사실만 부각되어 해당지역의 임차 기피건물로 낙인이 찍혀버렸고, 그 결과 3개 층(4~6층)이 아직도 1년 넘게 공실로 남아 있다.

Y씨처럼 임차인은 유치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여 임차인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임차인 유지에는 별 관심이 없는 임대인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임차인 유지(Tenant retention)는 꾸준한 임대수입 흐름을 보장하고 신규 임차인 유치와 관련된 비용을 줄여주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동산 가치의 증가로 이어지고, 빌딩의 평판을 높혀줘 신규 임차인 유치에 상당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신규임차인을 유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기존 임차인을 유지하는 것보다 약 6배 더 들어간다고 한다. 그 이유를 보면 첫째, 공실기간 동안의 임대료 손실(평균 2~3개월분 임대료)이 발생하고, 둘째, 신규임차인 유치를 위한 중개수수료 등의 마케팅 비용(약 1개월분 임대료)이 지불되어야 하며, 셋째, 임대할 공간에 대한 개선공사(바닥, 벽, 천정 등) 비용이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사업은 임차인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업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량 임차인을 유치한 후 임차인을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시키느냐에 따라 빌딩의 가치가 달라지고 임대사업의 성패도 결정되기 때문에 임차인 유지율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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