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 여행 오키나와2편

일본 여행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은 아침 온천이다. 여기서도 아침 일찍 온천을 즐겼는데 장애인을 위한 목욕의자가 있어 보조 동행자가 있으면 온천을 즐기는데 문제없다. 오키나와는 대욕장과 천연온천이 있는데 이곳은 천연온천은 아니다.
남국풍의 호텔에서 아침 온천과 조식을 마치고 만자모로 향한다.

[만자모]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여행지 중 하나로 이곳의 명칭은 1726년 오키나와의 옛 이름 류큐국의 국왕인 쇼우 케이가 만 명이 앉을 수 있다는 들판이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처음 눈에 띈 만자모는 가이드북에서 흔히 본 기암절벽이 아닌 세련된 건물이 손님을 맞이한다.

만자모를 가려면 거쳐야하는 건물 입구. 휠체어와 유모차, 그리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알리고 있다. / JAPAN NOW

내부로 들어가서 이곳에 입장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의 뛰어난 상술에 놀랐으나 화장실을 비롯한 배리어 프리 관련 시스템을 보고 유료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게다가 입장료가 100엔이다!!
1층 안내센터에는 휠체어와 유모차 무료 대여소 그리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휠체어끼리 교차 통행하고도 남을 만큼의 널찍하고 쾌적한 화장실 공간과 기념품 판매소가 있고 2층에는 전망 카페와 레스토랑이 마련되어 있다.
안내센터 건물을 지나 만자모로 가는 이동로는 너무나 매끈하게 정비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동하는데 승차감마저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고령자가 렌터카에서 내려 안내센터 현관에서 휠체어를 대여하여 만자모로 갈 때까지 이어지는 이동경로에서는 만자모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만자모의 절경을 감상하고 다시 건물 2층으로 돌아오면 살짝 허기가 들어 향토요리인 ‘오키나와 소바’와 ‘카이센동(해물덮밥)’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카페가 반겨준다.
휠체어 대여소 O, 장애인 주차구역 O, 이동 편의성 O

[해중 도로 드라이브]
취재 중에는 남국의 섬 날씨답게 스콜을 만나기도 한다. 만자모를 산책할 때 파란 하늘을 보여줬던 날씨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차를 타자마자 다시 비가 내렸다.
지금부터는 섬의 반대편인 ‘이케이섬’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이 코스는 오키나와의 가장 근사한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져 있는 만큼 적당한 드라이브 시간과 바다 풍경을 선사한다. 30분 정도 달리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우미노에키(海の駅)’ 휴게소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식사나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지점이다. 우미노에키란 풀어쓰자면 ‘바다의 정거장’이란 뜻으로 일본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미치노에키(길위의 정거장)으로 표현하기도 하면서 ‘00노에키(**의 정거장)’이란 표현을 주로 쓰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낭만적인 표현이라고 여겨진다

해중도로 중간에 위치한 일본식 휴계소'우미노 에키'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 JAPAN NOW

해중 도로가 끝날 무렵 중간 지점인 미야기 섬의 석유비축기지가 나오고 마지막에 도착하는 곳이 이케이섬이다. 이곳에는 초입에 ‘이케이 비치’, 안쪽에는 ‘오오도마리 비치’가 있는데 두 곳 모두 입장료가 있다. 해변에 입장료? 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프라이빗 비치처럼 잘 정비돼 있어 한적한 해변 산책을 오롯이 즐길 수가 있다.
휠체어 대여소 X, 장애인 주차구역 O, 이동 편의성 O

해변에 앉아 에메랄드빛 바다를 감상하는 동안 취재 기간이 11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스노클링을 즐기는 젊은 커플도 보였다. 오키나와는 지금도 충분히 덥다!
원래 계획에는 이곳 해변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레스토랑이 없어 오는 길에 보였던 허름한 호텔 식당을 가기로 했다.

이곳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지 않다 그래서 오키나와의 에너지 공급 시설인 석유비축기지가 있어 갑자기 공업단지 같은 풍경이 나타나며 근처 작은 호텔 식당이 있어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일본 TV에서 많이 본 익숙한 연예인들이 방문했던 사진도 붙어있는 데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다.
우리 일행은 해산물 덮밥인 ‘카이센동’과 마구로(참치) 동을 주문해 보았는데 이곳의 향토 재료인 ‘우미 부도(바다 포도)’토핑은 오키나와 스타일로 본토 음식과 차별화했는데 결론을 얘기하자면 거두절미하고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 짭조름한 우미부도가 입안에서 터지면서 생선회에 진한 바다 맛을 더해주는 오묘함은 오키나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카이센동이다. [관광비즈니스호텔 헤이안(平安) 1층 레스토랑]
알고 보니 창업 45년의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식당이었다.

섬에서 나와 동네 로컬 음식점의 해산덮밥. 오키나와의 바다 식물 우미부도(바다 포도)와 회의 조합이 최고였다. / JAPAN NOW

여행 3일차 마지막 숙소를 ‘아메리카 빌리지’주변으로 잡았다, 이곳은 한국에서의 관광객들이 공항과 나하 시내가 가깝고 해변과 화려한 상점가를 쇼핑하며 이온 몰(대형 슈퍼)도 있어 한 번에 선물이나 기념품 구매가 가능한 이유로 자주 마지막 코스로 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취재여행에서는 더 큰 이유 즉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근사한 ‘Sun set’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최대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층의 모퉁이 방으로 예약해 넓은 조망을 보겠다는 나의 생각은 곧 최선의 선택임이 입증되었다.
왼쪽으로 나하시, 정면에는 바다, 오른쪽에는 ‘아메리칸 빌리지’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 오래됐지만 만족한 숙소였으며 호텔 외부에 별도로 있는 천연온천 수질은 최고다.
외부에 있다 해도 호텔에서 20여 미터 거리고 휠체어 전용 현관이 있어 이동하는데 문제없다.
호텔에서 일정을 마친 뒤에는 이온 몰에 들러 선물을 샀다.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간식으로 현지인이 추천하는 것은 보라색 고구마를 재료로 한 ‘베니이모 타르트’와 달콤하면서 짭짤한 ‘친스코우’과자이다 이는 오키나와 대표 특산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기념품으로는 한국인에게도 알려져 있는 이곳을 상징하는 ‘오리온 맥주’와 ‘BLUE SEAL’아이스크림도 있는데 관광객 절반 이상이 맥주와 아이스크림 상표 로고가 박힌 T 셔츠를 입고 섬을 누비는 모습도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오키나와의 문화다.

[아메리칸 빌리지]
아메리카 빌리지에서 나도 식사를 해보기로 했다. 역시 이곳에서의 식사는 ‘아메리칸 식’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다수의 햄버거 가게와 스테이크집,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가성비는 뒤쪽 상가가 좋지만 해변을 전망하며 식사를 즐기는 마지막 밤도 포기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택은 각자의 사정에 맞춰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구름이 살짝 낀 하늘이 붉은색, 파란색, 감색으로 변해가는 오키나와의 석양을 보며 먹는 스테이크 맛은 사실 말 안 해도 느낄 수 있을 듯. 미로처럼 아기자기한 건물 상가지만 이곳 역시 엘리베이터로 각 층 이동은 물론 상가를 입장하는데 전혀 문제없다.
휠체어 대여소 X, 장애인 주차구역 O, 이동 편의성 O

어느덧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온천을 들어갔다. 어제는 늦은 시각이라 보지 못했던 파란 하늘을 보며 노천탕에 몸을 담그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천연온천은 매우 미끌미끌했으며 바닷가 옆인 데도 불구하고 짠맛이 없다는 게 신기했다.
오키나와 재방문객이라면 일찍 체크인을 하던가 연박을 하며 온천과 수영 그리고 아메리칸 빌리지 산책과 쇼핑, 남국의 석양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머무는 것을 추천하겠다.

[현립 박물관-미술관]
공항으로 가기 전 나하 시내 현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렀다. 약칭은 ‘오키뮤’로 외관은 류큐왕국의 구스쿠(오키나와의 성)을 이미지로 이시모토 건축사무소에서 디자인했다.
1609년 사츠마(지금의 가고시마 현)의 침략을 받고 일본에 편입된 오키나와의 전통, 문화, 자연 그리고 류큐왕국 시대부터 현시점 까지를 반영한 건축 디자인이다.
류큐왕국, 태평양전쟁, 미군 통치, 1972년 오키나와 반환.
오키나와의 역사를 보면 한국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역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무료 휠체어 대여소 O, 장애인 주차구역 O, 이동 편의성 O

렌터카를 반납하고 송영차를 타고(휠체어가 있다면 뒤편의 적재함 공간 이용) 공항으로 가는 길 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오키나와스러운 외모의 렌터카 여직원은 운전을 하며 계속 콧물을 훌쩍대고 있다. 온도가 18도로 떨어져 감기가 걸렸다고 한다. 이분 겨울에 한국 오시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봤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비를 멈추고 햇살을 비춰줬던 고마운 오키나와, 그래서인지 더욱 정도 가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낙원.
오키나와의 대자연은 도시생활에 익숙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에게 인생의 느낌표와 물음표 그리고 쉼표를 선물했다.
섬의 풍경과 더불어 인프라는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편안한 일상처럼 느껴지는 ‘배리어 프리 오키나와’를 추천한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 관계자도 장애 없는 여행, 즉 배리어 프리 여행이 지속 가능한 관광의 일환으로 방일 한국인들에게 인식되는 기회가 많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분들 가운데 이동의 불편을 이유로 여행을 포기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오키나와 여행을 먼저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기사를 통해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여행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기 바란다 고 말 했다.

Tip
-한국의 장애인 수첩은 적용이 안되며 학생증은 지참하는 것이 좋다. 장애인 수첩의 번역본 등 일본 발행이 아닌 경우 인정이 안된다.
-일본은 입장지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보통 중학생까지 할인 혜택받는 경우가 많으며 간혹 고등학생 할인이 적용할 때 사복을 입으면 학생증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나이를 판단하고 번역본이 있으면 더욱 확실하지만 없을 경우 구글 번역기 스캔 카메라로 보여줘도 융통성 있는 사람이면 통할 것 같다.

취재협력=일본정부관광국(J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