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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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싼 종이 향내 나고, 생선 싼 종이 비린내 난다. 불교경전인 ‘법구경’에 나오는 말을 약간 변형한 것이다. 어느 드라마를 보면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냄새나서 싫어!’라는 대사도 들린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부잣집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대사가 나온다. 주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환경에 익숙해져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자가용만 타고 다니는 부잣집 사람들은 단번에 알아채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노인이 있으면 일부러 비켜서는 젊은이들도 있다. 심지어 1호선은 할 일 없는 노인들이 그냥 시간 때우는 용도로 무임승차를 많이 하기 때문인지 더욱 더 냄새나는 지하철로 인식되고 있다.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종로3가에서 내리거나, 온양온천까지 가거나, 아니면 그냥 하루 종일 냉난방이 되는 지하철에서 죽치거나.

할머니들은 그래도 화장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향기에 가려져 조금 낫다. 문제는 할아버지들의 담배 냄새와 술 냄새, 그리고 노인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젊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데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세월이 가면서 몸과 마음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일명 '노인 냄새'는 '노넨알데하이드(Nonenaldehyde)'라고 불리는 물질에 의해 발생되는데, 이는 피지 속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나오는 것으로 모공에 쌓이면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 주로 40대 이후 노화가 진행되면서 생성되고, 노년이 될수록 더 많아진다. 신진대사가 느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노인 냄새의 원인은 주로 땀샘의 피지와 연관이 있으므로 매일 샤워를 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서도 특유의 노인다움이 풍긴다. 속칭 ‘꼰대’라고 불리는 아집과 고집이 그것이다. 지하철 좌석을 두고 조금 더 늙은 노인과 조금 더 젊은 노인이 싸움을 하는 모습에서 여유와 배려가 사라진 추한 노인의 모습을 본다. 나이 들면서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그 놈의 ‘노욕’이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도 망칠 수 있다. 늙은 정치인들의 끝없는 권력 욕심이 추해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나이가 들면서 몸을 깨끗하게 씻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는 것도 중요하다.

‘깨끗한 속옷을 입어라’라는 책은 경영컨설턴트가 ‘비범한 기업’들을 소개하면서 이들 기업의 성공 비결이 ‘깨끗한 속옷을 입는 것’, 즉 ‘핵심까지 정직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깨끗한 속옷'은 기업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단체, 국가 등 모든 구성원에게 ‘정직’이라는 청량제가 필요한 세상이다. 정직한 기업은 거짓 포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생산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각종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뇌물, 공직자들의 검은 돈은 '깨끗한 속옷'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깨끗한 속옷'을 입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옷과 명품으로 외모를 치장하지만, 정작 속옷은 남에게 보이지 않으니 신경을 덜 쓴다. 사고가 나면 누군가가 내 속옷을 보게 된다. 노인 냄새의 대부분도 겉 옷 보다는 속옷에서 발생하게 된다. 깨끗하게 씻고 깨끗한 속옷을 입는 습관이 노인 냄새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고 ‘안분지족’의 삶을 살아가는 노인이 되자.

오늘은 향기가 좋은 바디샴푸라도 사야겠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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