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년들이 88만원 세대로 빠지지 않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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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나고 멋진 일자리, 20대 청년이면 누구나 꿈꾸고 희망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한해에 3만개에서 최대 5만개 정도이다. 30대 대기업과 국영기업 및 공공기관 등을 목표로 대학 2,3학년부터 꾸준히 준비한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이다.
한해에 신규졸업자와 취업재수생을 합쳐 적극적인 취업대기청년들을 50만 명으로 볼 때 1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나머지 45만여 명의 청년들은 어찌될까.
그들 중 대다수가 20대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을 뜻하는 ‘88만원 세대’가 되거나, 부모에게 얹혀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 또는 일하기도 싫고 학습하기도 싫은 ‘니트(NEET)족’이 되어 꿈을 펼쳐가지 못하고 젊음을 낭비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월은 대다수의 직업훈련기관나 재교육기관에서 교육생 모집을 끝내고 새로운 교육여정을 출발한다. 그동안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거나 진로전환 등을 위해 교육기관에 입학하여 재도전의 길을 선택한 청년들은 이미 희망적으로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반면에 취업교육이라는 징검다리나 최소한 인턴사원의 기회도 갖지 못한 청년들 중 다수는 ‘은둔형 외톨이’나 비정규직이 되어 패기 없는 나날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필자가 있는 학교에서도 지난달에 장차 현장기술직(테크니션)으로 일할 신입생 4백 명을 모집하는데 9백 명 가까이 응시했고 그중에서 전문대학 이상을 졸업하거나 대학을 중퇴한 고학력자가 5백 명에 가까웠다.
주로 인문사회계통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기술전문가의 길로 진로를 바꾸려는 경우가 대다수 였고 입학동기는 폴리텍대학을 거쳐간 선배들의 추천이 대부분이었다. 다시 말하면 성공사례를 확인한 후에 확신한 것이다.
작년3월에 입학했던 이번 2월 졸업생들 중 취업을 원했던 360명 전원이 취업했다. 군필 남학생의 초임평균연봉은 2천2백만 원내지 2천4백만 원이고 LG화학, 포스코 등 대기업에 3천만 원이 넘는 고임금으로 취업한 사람도 12명이나 됐다.
고졸 미필자가 초임연봉 1천8백만 원에 취업했다. 9급공무원 초임연봉 1천6백만 원 보다 높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보여주듯이 현장기술직에는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있다. 다만 취업을 준비하는 고학력 청년들이 따먹기 어려운 높은 나무에 매달린 과일(사무직, 대기업)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이번 입학생 중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먼 순천에까지 와서 플랜트설비전공에 입학한 학생이나 충청도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왔으나 생산시스템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이미 성공카드를 쥔 듯 밝은 얼굴이다. 이 학생들은 “뒤 늦게 지만 직업의 트랜드를 읽었다”고 하며 “선택을 잘 한 것 같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폴리텍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불리는 연유는, 폴리텍대학의 교육방법인 ‘기업전담제’, ‘소그룹지도제’를 통해 교수 한사람이 10개 기업과 15명의 학생을 전담하는 현장밀착형수업과 취업지도방식(FL시스템 : factory oriented learning system)에 있다.
폴리텍대학에서는 이러한 교육방식에 의해 현장기술변화를 잘 읽고 틈새일자리를 가장 잘 찾아내고 있어서 144개 2년제 대학 중 취업률 4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기술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펼쳐 질것이라고 했다, 특히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는 ‘머리를 쓰면서 손도 함께 쓰는 지식기술자(knowledge technologist and technician)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육받은 전문가로써 손재주와 실행력을 갖춘 현장기술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회사에는 설계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R&D인력도 필요하고 생산공정을 실제운용하는 현장기술인력의 역할도 중요하다. 즉, 머리기술(knowledge)을 가진 사람은 물론 현장에서 품질과 공정개선을 이끌어야 할 손끝기술(skills)을 가진 사람이 대우받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고용측면에서도 이들의 수요가 더 많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공부머리’가 뛰어나지 않다면 ‘일머리’를 개발해서 하루라도 빨리 직업인의 길로 진로를 잡는 것이 현명하다. 직업선택에서도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편하고 좋아보이는 직업에는 많은 사람이 몰림으로 경쟁이 심하고 시장임금도 낮아진다.
사마천이 史記에서 ‘여러 사람이 취할 때는 버리고 남이 버릴 때는 취하라’고 했듯이 어렵고 힘들 것 같아서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직종은 인력수요가 많고 임금도 높으면서 장차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도 많다.
청년들이 우리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업종들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기반기술(基盤技術)이나 이른바 ‘뿌리기술’과 관련된 직종을 선택하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고용탄력성이 큰 ‘젊은 도시’가 있는 반면에 일자리 생성이 희소한 ‘노쇠도시’가 있다.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는 지역을 잘 선택하면 평생직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젊은 도시는 기업유치를 위해 모든 조건을 갖춰두고 기업활동 지원에 집중한다. 한 예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일원에서는 올해와 내년에 고용수요가 큰 기업들의 공장가동이 준비되고 있고, 우리 순천캠퍼스에서는 이곳에서 일할 수십 명 단위의 투입인력 맞춤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평생기술을 배워 평생직업으로 행복하기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수요가 생성되고 있는 기술과 고용이 확장되는 지역을 선택해서 다시 출발해 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88만원세대의 늪에 빠지지 않고 전문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