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만약 재택근무를 검토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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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재택근무제도를 검토한다면?
지금 나에게 하나의 커다란 도전이 있다면 바로 재택근무이다. 31년 동안 사무실 근무를 하다가 이번 주부터 재택근무를 한다. 안방 바로 옆의 서재를 집무실이라고 호칭하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책상과 PC 그리고 인사자료들을 집무실에 옮겨 놨다. 7시만 되면 집무실로 출근한다. 어느 정도 복장을 갖추고 출근한다는 말과 함께 일에 임한다.
재택 근무의 장단점
1990년으로 생각된다. HP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좋다’는 인식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였다. 이후, IT기술의 발달, 신세대 의식구조의 변화, 일과 가정의 양립, 출퇴근 시간의 단축, 사무 공간의 활용과 비용 절감, 임직원의 복지 증진의 장점을 고려하여 재택근무를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회사와 개인이 증가하였다.
재택근무는 단순히 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갖춘 희망자에게 제공되는 노동의 한 형태이다. 재택 근무 신청자 대부분은 “가족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안도감과 출퇴근의 힘듬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야기한다.
선진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도입했을 때, 그들은 몇 가지 조치가 있었다.
첫째, 재택근무에 적합한 직무의 선정이다. 모든 사람을 재택근무하게 할 수는 없다. 기계와 같이 함께 일할 수 밖에 없는 생산이나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조직장, 제반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하는 R&D 등 재택근무에 적합한 직무를 선정하여 몇 번의 Pilot Test를 거친 후 실시하였다.
둘째, 재택 근무 환경이다. 최소한 독립된 방에 인터넷이 가능하고 회사 규정에 합당한 PC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셋째, 대상자의 선정이다. 아무나 희망한다고 전부 재택근무를 허락하는 것이 아닌 혼자서 일하는 데 적합한 인재이며, 주어진 목표가 명확하며, 이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전제였다.
그러나, 최근 재택근무를 강조하던 HP와 IBM과 같은 초일류 IT기업들조차 실시하고 있던 재택근무를 폐지했다. 왜 이들은 많은 장점이 있는 재택근무를 폐지했을까?
그들이 재택근무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환경의 변화이다. 과거의 업무는 업무 절차에 따라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를 해내기만 하면 되었다. 일이 복잡하지 않았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이 기반이 된 조금은 단순한 직무환경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환경이 복잡해 지고, 변화의 방향과 내용을 파악하여 선도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혼자만의 업무 방식이 아닌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
둘째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소통의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주에 1∼2일이면 괜찮지만 매일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회사 내에 나돌고 있는 정보를 포착할 수 없다고 한다. 일부 재택근무자는 어느 순간이 지나면 이마저 익숙해져 불안감 자체가 사라지고 내가 회사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혼자 제품이나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직무라 할지라도 마케팅이나 본사의 주요 스탭 부서와의 소통은 해야만 한다. 나오지 않다 보니 빼고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보지 않으면 멀어진다고 한다. 폭넓게 자료를 습득하고 다양한 의사결정에 참석하여 성장하는 기회를 잃게 되고 업무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세번째 이유는 신뢰문화의 붕괴일 것이다. 재택근무는 성실성과 자율 기반의 성과 창출이라는 신뢰가 기반이다. 이 신뢰가 무너진다면, 재택근무의 효율성보다는 회사의 신뢰문화가 주는 효과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는 이렇게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저들은 뭐야? 집에서 놀면서 부업이나 하고.”, “누구는 재택근무하고 싶지 않나? 여건이 되지 않아 못하는데, 중요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그들만의 특권인가?” 이런 이야기가 회자된다면 곤란하다. 회사가 재택근무를 선택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작업효율을 향상시키고 위해서였는데, 근로자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게 한다면, 조직장이 재택근무자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게 한다면 곤란하다.
재택 근무 제도 도입에 대한 제언
인사를 하다 보면 제도의 운영에 대한 고민보다는 설계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선진 기업의 앞선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우리 회사에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제도를 설계한다. 실행에 앞서 한 두번의 Pilot Test를 한다. 물론 최종적으로 경영층의 승인을 받아 실행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 운영되는 것은 설계의 상황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도 실행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소통, 잠재 리스크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하다. 제도가 실패되었을 때 다시 그 제도를 검토하여 실행하기는 무척 어렵다. 지난 번 실패했다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 다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제도를 수립하여 실행하려고 해도 불신이 있다. 너희 부서가 하는 일은 충분한 검토가 없어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재택근무 역시 많은 장점이 있다. 다른 기업이 하니까 우리도 할 수 있는 손쉬운 제도 중의 하나이지만, 했다가 폐지하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것을 줬다가 뺏는 것과 똑같다. 하지 않았으면 불신과 불만은 없는데, 했다 포기함으로써 엄청난 실망, 불신 그리고 퇴직에 까지 이르는 상황에 이르고, 갈등의 불씨가 된다. 처음 도입할 때부터 재택근무에 적합한 직무와 사람의 선정, 작업 환경의 규정, 불신이 생기지 않는 제도적 장치, 소통을 위한 1주일에 1~2번의 출근에 대한 검토, 윤리강령에 대한 강조 등 재택근무가 회사와 구성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가를 세심히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지금 나에게 하나의 커다란 도전이 있다면 바로 재택근무이다. 31년 동안 사무실 근무를 하다가 이번 주부터 재택근무를 한다. 안방 바로 옆의 서재를 집무실이라고 호칭하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책상과 PC 그리고 인사자료들을 집무실에 옮겨 놨다. 7시만 되면 집무실로 출근한다. 어느 정도 복장을 갖추고 출근한다는 말과 함께 일에 임한다.
재택 근무의 장단점
1990년으로 생각된다. HP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좋다’는 인식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였다. 이후, IT기술의 발달, 신세대 의식구조의 변화, 일과 가정의 양립, 출퇴근 시간의 단축, 사무 공간의 활용과 비용 절감, 임직원의 복지 증진의 장점을 고려하여 재택근무를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회사와 개인이 증가하였다.
재택근무는 단순히 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갖춘 희망자에게 제공되는 노동의 한 형태이다. 재택 근무 신청자 대부분은 “가족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안도감과 출퇴근의 힘듬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야기한다.
선진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도입했을 때, 그들은 몇 가지 조치가 있었다.
첫째, 재택근무에 적합한 직무의 선정이다. 모든 사람을 재택근무하게 할 수는 없다. 기계와 같이 함께 일할 수 밖에 없는 생산이나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조직장, 제반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하는 R&D 등 재택근무에 적합한 직무를 선정하여 몇 번의 Pilot Test를 거친 후 실시하였다.
둘째, 재택 근무 환경이다. 최소한 독립된 방에 인터넷이 가능하고 회사 규정에 합당한 PC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셋째, 대상자의 선정이다. 아무나 희망한다고 전부 재택근무를 허락하는 것이 아닌 혼자서 일하는 데 적합한 인재이며, 주어진 목표가 명확하며, 이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전제였다.
그러나, 최근 재택근무를 강조하던 HP와 IBM과 같은 초일류 IT기업들조차 실시하고 있던 재택근무를 폐지했다. 왜 이들은 많은 장점이 있는 재택근무를 폐지했을까?
그들이 재택근무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환경의 변화이다. 과거의 업무는 업무 절차에 따라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를 해내기만 하면 되었다. 일이 복잡하지 않았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이 기반이 된 조금은 단순한 직무환경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환경이 복잡해 지고, 변화의 방향과 내용을 파악하여 선도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혼자만의 업무 방식이 아닌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
둘째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소통의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주에 1∼2일이면 괜찮지만 매일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회사 내에 나돌고 있는 정보를 포착할 수 없다고 한다. 일부 재택근무자는 어느 순간이 지나면 이마저 익숙해져 불안감 자체가 사라지고 내가 회사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혼자 제품이나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직무라 할지라도 마케팅이나 본사의 주요 스탭 부서와의 소통은 해야만 한다. 나오지 않다 보니 빼고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보지 않으면 멀어진다고 한다. 폭넓게 자료를 습득하고 다양한 의사결정에 참석하여 성장하는 기회를 잃게 되고 업무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세번째 이유는 신뢰문화의 붕괴일 것이다. 재택근무는 성실성과 자율 기반의 성과 창출이라는 신뢰가 기반이다. 이 신뢰가 무너진다면, 재택근무의 효율성보다는 회사의 신뢰문화가 주는 효과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는 이렇게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저들은 뭐야? 집에서 놀면서 부업이나 하고.”, “누구는 재택근무하고 싶지 않나? 여건이 되지 않아 못하는데, 중요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그들만의 특권인가?” 이런 이야기가 회자된다면 곤란하다. 회사가 재택근무를 선택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작업효율을 향상시키고 위해서였는데, 근로자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게 한다면, 조직장이 재택근무자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게 한다면 곤란하다.
재택 근무 제도 도입에 대한 제언
인사를 하다 보면 제도의 운영에 대한 고민보다는 설계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선진 기업의 앞선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우리 회사에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제도를 설계한다. 실행에 앞서 한 두번의 Pilot Test를 한다. 물론 최종적으로 경영층의 승인을 받아 실행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 운영되는 것은 설계의 상황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도 실행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소통, 잠재 리스크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하다. 제도가 실패되었을 때 다시 그 제도를 검토하여 실행하기는 무척 어렵다. 지난 번 실패했다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 다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제도를 수립하여 실행하려고 해도 불신이 있다. 너희 부서가 하는 일은 충분한 검토가 없어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재택근무 역시 많은 장점이 있다. 다른 기업이 하니까 우리도 할 수 있는 손쉬운 제도 중의 하나이지만, 했다가 폐지하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것을 줬다가 뺏는 것과 똑같다. 하지 않았으면 불신과 불만은 없는데, 했다 포기함으로써 엄청난 실망, 불신 그리고 퇴직에 까지 이르는 상황에 이르고, 갈등의 불씨가 된다. 처음 도입할 때부터 재택근무에 적합한 직무와 사람의 선정, 작업 환경의 규정, 불신이 생기지 않는 제도적 장치, 소통을 위한 1주일에 1~2번의 출근에 대한 검토, 윤리강령에 대한 강조 등 재택근무가 회사와 구성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가를 세심히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