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이야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을 선택하라고 하면 단연 노자의 ‘도덕경’ 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노자는 부드러움에 대해서 중요하게 언급했다.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함이라 한다.”(52장)고 주장하였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굳세고 강한 것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던 시대에 “부드럽고 강한 것이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36장) 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부드러움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노자에게 있어서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상징이며 억세고 강한 것은 죽음의 상징이다. 만물이나 초목들도 살아 있을 적에는 부드럽고 여리지만 죽고 나서는 말라서 뻣뻣해진다. 나무가 강하면 부러지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부드러운 것이 강하고 강한 것은 약하다




톰 피터스(Tom Peters)는 ‘초우량기업의 조건’ 을 저술할 당시는 경영을 무미건조한 수치싸움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많은 기업을 관찰한 결과 전혀 새로운 경영 즉 사람과 참여, 열정, 경영자의 본능과 관련된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고 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하고, 강한 것은 약하다(Soft is hard, Hard is soft).”




다시 말하면 ‘수치싸움’ 은 추상적이고 생명력이 없으며(강한 것은 약하다), ‘사람’ 과 ‘열정’ 은 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부드러운 것은 강하다).




영국 버진(Virgin)그룹의 창업자로 ‘브랜드 창조의 거장’ 인 리차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사업이 단순히 수치적인 싸움이라는 생각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끔찍한 생각이다. 나는 비록 숫자에 매우 약한 사람이지만 내가 쌓은 업적들 중 상당수는 숫자가 아닌 감성에 의존해 이뤄낸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독서장애증 때문에 아직도 글을 제대로 못쓰고 기업 재무제표를 읽지 못하며 컴퓨터도 사용할 줄 모른다고 한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기업에서도 이제는 하드웨어, 상품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소프트웨어, 솔루션 중심의 사업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몇 개 업체의 대표사례를 소개한다.




■ 아이비엠(IBM)




지난 90년대 IBM을 회생시킨 루 거스너는 재직한 10년 동안 줄곧 ‘조직 내부의 유연성과 시너지’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그가 경영하는 동안 매출이 200억 달러이상 상승했다. IBM은 여전히 칩과 메모리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 제품군이 차지하는 비중보다는 IBM 글로벌 서비스의 ‘시스템 통합 컨설팅 서비스’ 라는 솔루션 사업이 IBM을 크게 성장하게 만들었다. 컨설팅 서비스 사업은 루 거스너의 퇴직시 미국 최고의 시스템 컨설팅 회사인 EDS(Electronic Data Systems Corporation)의 1.5배 규모로 성장 했다.





■ 에릭슨(Ericsson)




스웨덴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에릭슨은 생산물량의 50%를 전문외주 제조업체에, 연구개발 부분도 상당부분 외주를 주었다. 그대신 전격적으로 ‘기술특허권’ 분야라는 서비스 사업에 새롭게 뛰어 들었다. 이제 에릭슨은 ‘제조가 아닌 서비스에, 금속이 아닌 노하우에 의존하는 무선통신 전문회사’ 를 지향하고 있다.




■ 지멘스(Siemens)




지멘스는 발전 및 송변전, 산업설비, 운송장비, 의료장비, 전자부품, 조명 등 전기 전자 업종의 제조업체 이다. 그러나 지멘스가 의료산업에서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중에서 세계 최고라고 알고 있는 분은 드물 것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되는 엑스레이 장비, 의료기록 장비, 수술과정을 보여주는 카메라가 모두 지멘스의 소프트웨어로 운영된다.




부드러운 기업으로




유연함이 곧 강함이다. 노자는 물을 가장 강한 존재라고 했다. 부드러움이 곧 강함이라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는 것은 맹수가 아닌 작은 미생물들이다. 불확실성이 계속 커져가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도 유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유연함은 전략의 유연함과 운영의 유연함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바쁠 때는 조종사도 짐을 싣는 것을 거든다고 한다. 이러한 말단의 유연성에서부터 전사적 장기전략의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 진정한 미래의 강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