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한글날의 방탄소년단과 신조어
한글에 대한 고마움

오늘은 한글날인만큼 우리가 일상속에서 놓쳤던 올바른 한글표현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한 날이다.
우리나라 고유 문자인 한글의 연구·보급을 장려하기 위하여 정한 날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반포한지 480주년이 된 해를 맞이하여 기념식을 갖고, 이날을 제1회 ‘가갸날’로 정하였다고 전해진다.

‘우리말 으뜸 알림이’로 선정된 방탄소년단 BTS

시민단체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 으뜸 알림이’로 방탄소년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으뜸 노래꾼으로 뽑히고 또 얼마 전에 유엔에서 연설까지 해서 방탄소년단이 세계에 우리말과 문화를 알리는 일에 공적이 컸다. 그래서 특별상 ‘우리말 으뜸 알림이’로 선정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은 한글 가사로 노래를 불러서 전 세계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처럼 우수하고 독창적인 한글 가사노래를 통해 대한민국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으니 수상자격이 충분하다싶다.

창제자와 창제연도가 명확하게 기록된 유일한 한국

국제하계언어학연구소에 의하면 세계 곳곳에 현존하는 언어가 7천 개 이상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언어를 글자로 표현한 문자의 방식 또한 그만큼 다양하다.
사물의 형상을 그대로 본 따서 그려 넣는 고대 이집트의 신성문자가 있다. 그리고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라틴문자부터 중국의 한자, 아랍문자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와 다양한 글자들이 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낸 창제자와 창제 연도가 명확하게 기록된 사례는 한글이 유일하다.

언문과 한글 그리고 훈민정음

한글의 본래 이름은 ‘언문’이었다. 평민이 쓰는 글자라는 뜻이다.
조선왕조 세종실록 중 1443년의 맨 마지막 기록에는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라고 쓰여 있다. 3년이 거의 지난 후에야‘이달에 훈민정음(訓民正音) 책이 완성됐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가진 훈민정음은 이후 줄여서 ‘정음’이라고도 불렀다가 1910년대에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이 ‘한나라글’과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한글은 글자 모양이 입과 발음 모양을 본뜬 소리글자로서 그 독창성과 과학성에서 세계 최고의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독창적이고 훌륭한 한글의 올바른 사용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 예전에 외국방송에서 ‘저희나라’라는 표현을 해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적이 있다. 잘못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대학생들의 발표를 들어보면 아직도 ‘저희나라’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기의 나라나 민족은 남의 나라, 다른 민족 앞에서 낮출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낮춤말인 ‘저희’를 써서 ‘저희 나라’와 같이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의 나라에서는 명절에 무엇을 입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한복을 입습니다.” 라고 해야 올바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라고 표현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비속어와 틀린 말을 고운 말과 표준어로 바르게 쓰는 국어순화

우리말을 다듬는 일인 ‘국어 순화(純化)’가 필요한 때다.특히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일본어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일본식 표현 6가지를 순화해보자.

땡땡이, 뗑뗑이(てんてん-) → 물방울 무늬
앙꼬(餡子, あんこ) → 팥소
노가다(どかた) → 막일, 막일꾼
무데뽀(むてっぽう) → 막무가내
소라색(空色, そらいろ) → 하늘색
곤색(紺色, こんいろ) → 감색

신세대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은어나 신조어

수업시간에 학생에게 ‘낄끼빠빠’라는 말을 들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서 물어보니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기사에 의하면 청소년 67%가 비속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SNS 등을 이용한 소통이 늘어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 들었던 이해못한 신조어들을 보자.
영고(영원한 고통)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시강(시선을 강탈하다)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등이다.

집단 유대감에 기여하지만 세대 간의 의사소통 단절을 주는 신조어

신조어는 당시 사회의 시대상을 표현할 때 생겨나기도 한다. 청년실업이 증가하면서 인턴 생활만 전전하는 취업 준비생을 의미하는 신조어도 생겼다. 바로 ‘부장인턴’이다. 이 같은 ‘신조어’를 통해 소속된 집단과 세대의 유대감을 갖고 교감을 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신조어 사용은 세대 간의 문화 격차를 벌리고 세대간에 의사소통 단절 등 여러 가지 우려가 심해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청소년 시기에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길들이지 못하면 공식적인 상황에서 올바르게 표현해야 할 때와 편안하게 표현해도 될 때를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세계인에게 제대로 알려야 할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우리 한글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니 영국의 역사교과서 ‘세계의 역사(A History of the world)’에서 아쉽게도 한글과 한문을 혼동하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글을 ’15세기 조선의 왕이 만든 한국의 알파벳’으로 설명하면서 함께 실린 사진에는 한글이 아닌 한자가 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친구들 중에도 한글이 중국 글자를 모방해 만든 글자로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한글에 대한 세계인들의 잘못된 인식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글 사용법이자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책을 보면 한글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창조 개발 원리가 소개되어 있다.
한글이 다른 문자와 더욱 차별화되는 점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한 음절을 하나의 글자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훈민정음 덕분에 사람들은 한자처럼 글자에 담긴 뜻을 생각하는 일 없이 주변의 소리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정인지가 훈민정음 해례의 후서를 작성하면서 “바람 소리, 학과 닭의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도 모두 표현할 수 있다”고 기록한 것도 한자의 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도 모르게 사용하는 잘못된 언어들이 많이 있다. 한글날을 맞이해서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사용해보자.
[박영실 칼럼] 한글날의 방탄소년단과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