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총무와 생산의 3요소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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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총무와 생산의 3요소 법칙
무엇을 만들어 내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경제학에서는 이런 것들을 생산 요소(factors of production)라 하는데 보통 세 가지를 든다. 바로 토지(land), 노동(labor), 자본(capital)이다. 그동안 이 세 가지는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돼 왔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생산 요소의 상대적 중요성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농업 시대에는 식물이 땅에서 자라므로 토지가 가장 중요했다. 토양이 좋은 토지는 생산성이 높아 좋은 토지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사실 토지에는 평원, 숲, 강, 대양, 탄광도 포함된다. 식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 모두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이 중요했다. 농기구 같은 자본이 있으면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자본도 중요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에는 농업보다 제조업이 중요해짐에 따라 토지보다는 자본이 훨씬 중요해졌다. 효율적인 기계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규모 생산이 가능했다. 그런데 시대가 지나면서 다시 노동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제는 미숙련 노동이 아니라 숙련 노동이 필요하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숙련 노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고 한다.
또한 점차 지식 시대가 되면서 지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식은 노동에 체화되기도 하지만 아직 체화되지 않은 지식 자체도 생산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지식 자체의 의미와 중요성이 크게 퇴화됐다. 베이컨이 ‘아는 것은 힘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크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이제는 지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이디어가 훨씬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 로머(Paul Romer) 같은 신성장론자들은 생산의 3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니라 재료(things), 사람(men), 아이디어(ideas)라고 주장한다. 더 이상 기술이 없어서 물건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없어서 물건을 못 만들기 때문이다. (김민주의 경제 법칙 101 중에서)
생산의 3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이라면, 모임의 3요소는 무엇일까? 회장, 회원 그리고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동질성이란 모임을 모이게 하는 같은 요소이다. 예를 들면 동창회는 같은 학교, 향우회는 같은 고향, 동호회는 같은 취미나 목표이다. 이 중에서 가장 첫 번째로 정해져야 하는 요소는 역시 회원이다. 사람이 여럿 모이다보면 사람들은 자연히 ‘우리가 무엇이 같지?’라는 질문을 하게 마련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회원들이 모이게 되는 이유는 주어져 있게 마련이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축구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00 회사 축구 동호회’가 되고, ‘00 산악회’가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공통적이 요소가 없이 모여도 스스로 모임의 이름을 만들고, 모이다 보면 ‘00 친목회’라는 명칭으로 이어가며 동질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회장은 이 동질성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임에서의 믿음이란 모임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기대에 맞게 행동할 것이라는 주관적인 심리상태이다. 그 믿음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구성원들이 서로 공유한다. 동창회나 향우회는 같은 학교나 고향에 대한 애착이고, 취미동호회는 같은 취미를 즐기며 발전하려는 행위들이고, 친목회는 서로가 감정적인 유착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회원, 회장 그리고 동질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회원들은 들어오고 나가게 마련이고, 회장은 일정한 임기를 지내고 나면 후임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준다. 그리고 회원들이 정말 우리가 같은 사람들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나 동질성의 본질이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농구모임이라면 농구를 잘해야 하는 선수들끼리 모였다가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들어오면 농구대회 나가서 우승하는 것을 우선시했던 모임도, 대회 성적과 관계없이 농구 자체를 즐기는 모임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항들도 시간이 흘러가면 변한다. 그렇지만 어떤 모임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또 어떤 모임은 수십년간 잘 유지된다. 그건 서로가 믿음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총무는 이 믿음을 회원들 간에 스며들고 지속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믿음이란 회장의 권위에 의하여 생성되기도 하지만, 제도적 권한없이 그저 사람들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일해야 하는 총무에게 가장 집중되는 관심이기도 하다. 회장은 늘 앞장서기 때문에 회원들의 눈에 띠고, 모임의 대표성으로 동질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총무는 회장과 회원들 속에서 동질성을 끈끈하게 한다. 모임의 3요소는 회원, 회장 그리고 동질성이다. 총무는 제 4 또는 8요소처럼 보이지 않는 중요한 요소임은 변함이 없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무엇을 만들어 내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경제학에서는 이런 것들을 생산 요소(factors of production)라 하는데 보통 세 가지를 든다. 바로 토지(land), 노동(labor), 자본(capital)이다. 그동안 이 세 가지는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돼 왔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생산 요소의 상대적 중요성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농업 시대에는 식물이 땅에서 자라므로 토지가 가장 중요했다. 토양이 좋은 토지는 생산성이 높아 좋은 토지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사실 토지에는 평원, 숲, 강, 대양, 탄광도 포함된다. 식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 모두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이 중요했다. 농기구 같은 자본이 있으면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자본도 중요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에는 농업보다 제조업이 중요해짐에 따라 토지보다는 자본이 훨씬 중요해졌다. 효율적인 기계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규모 생산이 가능했다. 그런데 시대가 지나면서 다시 노동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제는 미숙련 노동이 아니라 숙련 노동이 필요하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숙련 노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고 한다.
또한 점차 지식 시대가 되면서 지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식은 노동에 체화되기도 하지만 아직 체화되지 않은 지식 자체도 생산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지식 자체의 의미와 중요성이 크게 퇴화됐다. 베이컨이 ‘아는 것은 힘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크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이제는 지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이디어가 훨씬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 로머(Paul Romer) 같은 신성장론자들은 생산의 3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니라 재료(things), 사람(men), 아이디어(ideas)라고 주장한다. 더 이상 기술이 없어서 물건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없어서 물건을 못 만들기 때문이다. (김민주의 경제 법칙 101 중에서)
생산의 3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이라면, 모임의 3요소는 무엇일까? 회장, 회원 그리고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동질성이란 모임을 모이게 하는 같은 요소이다. 예를 들면 동창회는 같은 학교, 향우회는 같은 고향, 동호회는 같은 취미나 목표이다. 이 중에서 가장 첫 번째로 정해져야 하는 요소는 역시 회원이다. 사람이 여럿 모이다보면 사람들은 자연히 ‘우리가 무엇이 같지?’라는 질문을 하게 마련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회원들이 모이게 되는 이유는 주어져 있게 마련이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축구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00 회사 축구 동호회’가 되고, ‘00 산악회’가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공통적이 요소가 없이 모여도 스스로 모임의 이름을 만들고, 모이다 보면 ‘00 친목회’라는 명칭으로 이어가며 동질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회장은 이 동질성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임에서의 믿음이란 모임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기대에 맞게 행동할 것이라는 주관적인 심리상태이다. 그 믿음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구성원들이 서로 공유한다. 동창회나 향우회는 같은 학교나 고향에 대한 애착이고, 취미동호회는 같은 취미를 즐기며 발전하려는 행위들이고, 친목회는 서로가 감정적인 유착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회원, 회장 그리고 동질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회원들은 들어오고 나가게 마련이고, 회장은 일정한 임기를 지내고 나면 후임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준다. 그리고 회원들이 정말 우리가 같은 사람들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나 동질성의 본질이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농구모임이라면 농구를 잘해야 하는 선수들끼리 모였다가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들어오면 농구대회 나가서 우승하는 것을 우선시했던 모임도, 대회 성적과 관계없이 농구 자체를 즐기는 모임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항들도 시간이 흘러가면 변한다. 그렇지만 어떤 모임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또 어떤 모임은 수십년간 잘 유지된다. 그건 서로가 믿음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총무는 이 믿음을 회원들 간에 스며들고 지속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믿음이란 회장의 권위에 의하여 생성되기도 하지만, 제도적 권한없이 그저 사람들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일해야 하는 총무에게 가장 집중되는 관심이기도 하다. 회장은 늘 앞장서기 때문에 회원들의 눈에 띠고, 모임의 대표성으로 동질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총무는 회장과 회원들 속에서 동질성을 끈끈하게 한다. 모임의 3요소는 회원, 회장 그리고 동질성이다. 총무는 제 4 또는 8요소처럼 보이지 않는 중요한 요소임은 변함이 없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