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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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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f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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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칼럼
글쓰기를 좋아하는 목사입니다. 몇년간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 이런 친구를 얻을수만 있다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훈훈한 감동이 되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하다. 그런 따뜻한 이야기 중 으뜸은 아마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는 사랑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들의 이웃 중에는 힘든 삶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언젠가 ‘인간극장’에 방영된 40대 목사이야기를 시청했다. 특수목회를 한다. 미혼모를 돌보고 후원하는 특수목회자이다. 그 목사가정은 부부가 11년 동안 자녀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들, 딸을 모두 입양을 해서 한 가족이 되어 살아온 지가 7년이라 했다. 참으로 훌륭한 사역을 하고 있었다. 감동적이었다.이런 주제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자신의 재주, 소유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나눔을 하려고 하는 사람의 옛글을 읽었다. “ 「내도(來道)」. 이 서재는 내 친구 ‘성중’의 거처이다. ‘내도’라는 이름은 ‘도보’(道甫)가 찾아오게 하는 방이라는 뜻으로 붙였다. -중략- 나를 위해 늘 맛좋은 술을 마련해 두었다가 흥이 날 때마다 나를 생각했고, 나를 생각할 때마다 바로 말을 보내 나를 불렀다. 그때마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문에 들어서 서로를 바라보고 손을 맞잡고서 웃었다. 서로 마주한 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인 책 몇 권을 들어 쓱 읽고 낡은 종이를 펼쳐 주나라 북에 쓰인 글과 한 나라 묘갈 두어 개를 어루만지노라면, 성중은 벌써 손수 향을 사르고 있다가, 두건을 젖혀 쓰고 팔뚝을 드러낸 채 앉아서 손수 차를 달여 내게 마시도록 건넸다. 온종일 그렇게 편안하게 지내다가 저물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어떤 때에는 여러 날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가

    2023-01-25 17:16
  • 이가 빠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자연현상은 여기저기 이상 징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늘어만 가는 것이 하나 있다. 약봉지 이다. 물론 씽씽한 사람도 있다. 목회를 한지도 수십 년이 흘렀고, 연륜도 제법 들기도 하였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여기저기 약함으로 인한 ‘아이고 허리야’ 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튀어 나오기도 한다. 가끔은 한창때의 젊음이 부럽기도 하고, 펄펄 날아다니는 청장년층을 보노라면 언제 저런 때가 있었는가 하는 씁쓰레함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나이 듦이 또 다른 무엇인가를 가져다주곤 한다. 일테면 이런저런 경험과 일을 만나도, 격어 보았으니 조금은 느긋해지고 그렇게 아등바등하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고 살아가게 된다.그렇다. 세상 모든 것은 무엇인가를 얻은 것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잃은 것도 있게 마련이다. 나이 듦으로 인한 잃은 것이 있다면 얻은 것도 있게 마련이다. 늘어만 가는 약봉지가 건강을 조심하게 되고 항상 건강체크를 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천성적으로 이가 튼튼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것 중 하나는 이가 빠진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이가 빠지면 틀니, 임플란트를 한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도 하다. 필자도 임플란트를 4개나 했다. 이가 빠져 있을 때는 발음도 왠지 세어나가는 기분이고, 무엇인가를 먹으면 불편하기도 했다.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선비들의 글을 종종 읽었다. 한문이 일천해도 요즘은 번역문이 많다. 그래서 큰 어려움이 없이 다양한 글을 볼 수 있다. 김창흡(1653-1722)의 ‘이가 빠지다’라는 글을 읽었다. “이가 나를 일깨

    2022-08-17 09:44
  • 첫 번째 괴로움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글감을 찾아야하는 입장에서 가끔은 기분이 좋고 입가의 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는 경우는, 좋은 문장을 찾았거나 읽을 경우이다. 그러면 보통은 그 문장전문을 기록해 놓거나 인용해 글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서 건진 글이다. “요즈음 밤낮으로 바라는 일이라곤 오직 집에서 보내온 편지를 한번 받아보는 것이랍니다. 그러나 막상 편지를 받으면, 마치 국문을 받는 중형의 죄수가 관원의 판결문을 듣기 바로 직전에 가슴이 먼저 쿵쾅쿵쾅 두근거려 거의 진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제 얼굴빛이 붉어졌다 창백해졌다 자주 변한다고 합니다. 겨우 편지를 다 읽고 나서야, 늙으신 어머님이 예전과 마찬가지이고, 처자식도 근근이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지요. 그러면 내일도 이러한 편지를 보기를 다시 기대하게 된답니다. 이것은 마치 소갈증에 걸린 사람이 냉수 한 사발을 마시자마자 또 다시 냉수 한 사발을 마시고 싶은 것 같아,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갈증이 나서 도무지 목마르지 않은 때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괴로움입니다”(『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인용)위 글은 이학규(1770-1835)의 글이다. 그는 유배기간이 무려 24년이나 되었다. 유배지에서 유일한 낙이 아마도 집에서 보내준 편지가 아닐까? 그가 처한 환경에서 기다림이 첫 번째 괴로움이라는 말이 충분히 실감이 난다. 오늘 우리들에게 가장 힘든 것중 하나도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이다.오늘 날은 디지털시대요, 초스피드 시대이다. 전처럼 손으로 편지를 써서 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이고 보내는 경우가 정말 드물다. 손안에 컴퓨터를 각자하나씩

    2022-05-02 15:44
  • 기다리는 지혜

     요즘 초등학생들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소장품은 스마트 폰이다. 이제는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엇인가 다른 사람에게 뒤떨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정보를 거의 스마트 폰으로 공유하고 전달받고 한다. 초등학교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필수품이 되었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심찮게 나온다고 한다. 정서불안 등.그런 가운데 ‘기다림’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어떤 실험하는 것을 보았다. 나이가 5세,7세,10세 등 여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다. 일명 ‘마시멜로 실험’이다. 스마트 폰을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스마트 폰을 주지 않고 앞에 ‘종’과 맛있는 ‘과자’를 놓고 지정한 시간을 참고 기다리면 맛있는 ‘과자’를 두 배 준다고 하면서, 얼마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만약 도저히 기다리지 못할 것 같으면 ‘종’을 울리라고 하였다. 여러 아이들이 실험을 한다. 어떤 아이 보호자는 우리 아이는 잘 할 것 같다고 하면서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잠시 보는데도 그 실험에서 무사히 통과한 아이는 한 명뿐이었다. 여러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한다. 그것을 보면서 이것은 기성세대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조선조 초기에 병조판서를 지낸 윤회라는 사람이 젊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그는 시골길을 걷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에 묵게 되었다. 그런데 주막의 주인은 마침 방이 없다면서 그를 맞아주지 않았다. 윤회는 하는 수 없이 처마 밑에 앉아 하룻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그가 처마 밑에 앉아 있는데 주인집 딸아이가 커다란 진주 알

    2022-04-11 14:35
  • 미쳐야 미친다

    세월이 어느덧 흘러 목회를 시작한지 십 수 년이 흘렀다. 나이도 예순이 넘었다. 나의 인생과 목회를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런 생각 중 하나는, 좀 아쉽고 약간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미친 듯이 몰입하는 열정이 부족했던 점이다. 좀 더 열정을 가지고 인생을 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열정은 사람에게만 붙일 수 있는 단어이다.역사적으로 살았던 인물 중 그런 열정을 가지고 산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을 몇 년 전 교회에서 다녀왔었다. 그곳은 증평이다. 우리교회 성도의 별장이 있어 함께 예배를 드리고 큰 저수지 주변을 돌아보는 둘레 길도 교우들과 함께 한 바퀴 돌았다. 곳곳에 한시(漢詩)와 사람조각물을 보았다. 안내문을 읽다가 ‘아, 이 사람의 고향이 여기구나’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 사람은 백곡 김득신(1604-1684)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우선 그의 묘비명을 보자.“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데 달려 있을 뿐이다”. 내가 처음으로 그를 알게 된 것은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특히 그의 <독수기>를 보고 놀랐다. 그는 한 인간의 성실과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그는 독서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 번 이하로 읽은 것은 아예 숫자에 들어가지도 않았다.“읽은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독수기’에는 싣지 않았다. 만약 뒤의 자손이 내 독수기를 보게 되면,

    2021-08-31 11:02
  • 다산이 아들에게 준 두 글자

    사람마다 습관, 버릇이 있다. 그 버릇도 좋은 버릇이 있는가 하면 고쳐야 하는데 좀처럼 잘 안 되는 버릇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종류의 버릇이 있다. 그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데 잘 미루는 것이다. 일테면 그때그때 시기를 맞추어 잘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꼭 코앞에 가서야 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오래되었다. 소시 적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도 벼락치기. 방학 때 일기 숙제도 학교가기 전 한꺼번에 쓴다. 그런 버릇은 성인이 되어서도 잘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때로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제발 미루지 말고 하라고’. 가끔은 어떤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받는다. 그럴 경우에도 꼭 날짜를 간신히 지키거나, 턱거리로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글을 보내겠다고 하고 미적거리다가 약속을 어길 때도 있다. 이런 좋지 않은 습관을 고쳐야 하는데, 늘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차에 ‘앗. 나에게 하는 말이다’하는 글을 읽었다. 그의 글을 보자. “나는 너희들에게 전원을 물려줄 수 있을 정도의 벼슬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 두 글자를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들은 하찮게 생각하지 마라. 한 글자는 ‘부지런할 근(勤)’자요, 또 한 글자는 ‘검소할 검(儉)’자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논밭보다 훨씬 나아서 평생토록 써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근’(勤)이란 무엇인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을 저녁까지 늦추지 마라. 맑은 날 해야 할 일을 미적거리다 비 오는 날 하지 마라. 비 오는 날 해야 할 일을 꾸물거리다 맑은 날 하지 마라. 늙은이는 앉아서 감독을 하고, 어린이는 왔다

    2021-07-28 17:02
  • 나를 부끄럽게 한 '의원 조광일 전(傳)'

    살아온 햇수도 어느덧 제법 되기도 하고 목회를 한지도 수십 년이 흘렀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본다.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즉 그런대로 괜찮게 살았는가? 를 돌아보는 것이다. 목회를 하면서 특히 공평한 처사를 했는가와 공정했는가 이다. 교회라는 공동체는 다양한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형편의 사람들이 속해 있다. 교회를 개척 하고 지금까지 개척목회를 하다 보니, 때로는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교회를 세워 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일 때도 있었다. 자연 없는 사람보다는 있는 사람에 대한 선호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 때는 더욱 그렇기도 하다. 마음으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가끔은 주변의 가난한 사람보다는 무엇인가 있는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도 했다. 개척목회를 하면서 늘 내면의 나와 씨름을 했던 것 중 하나는 이런 문제였던 것 같다.한번은 교회를 개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사람을 통해 좀 부유한 사람이 교회에 잠시 들어오게 되었다. 그때 나의 모습을 지금 돌아보니, 참 부끄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 사람에게 환심을 사려고 평소의 내 모습과 다른 나를 보거나, 아내에게 그 사람을 붙잡을 수 있도록 해보라고 하면서, 억지로 그 사람과 같이 교회 가서 철야기도를 하라고 권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참 부끄럽고 한심한 모습이다. 그럴 때마다 은사 중 한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연세 대학 총장을 역임하시고 감리교단의 신망이 높았던 은사는 강의 시간에 ‘절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똑 같이 대하라&r

    2021-04-30 09:34
  • 네 가지 마땅함

    나이가 들어가고 목회연륜이 많아 지다보니, 주변에서 여러 가지 일들, 사건을 직 간접으로 보게 된다. 그런 사건들은 대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왜 저럴까? 하는 것 들이다. 그럴 때마다 반면교사 삼아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사건, 일들을 보거나 뉴스를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의 글이 생각난다. 그는 다산 정약용이다. 우선 그의 글을 보자. “사의재란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하며 살아가던 방이다. 생각은 마땅히 맑아야 하니 맑...

    2021-04-19 13:16
  • 무람없다 무람없어

    『무람없다. 무람없어』 요즘 현대인들에게 점점 없어지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편지이다. 물론 편지를 쓰기는 쓰겠지만 주로 카톡이나 이메일로 쓴다. 그것도 많이 쓰지를 못한다. 편지는 서로 소통하는 사람간의 속마음을 오롯이 보여주기도 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손 편지를 고스란히 남겨, 그 때 그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글들이 있다. 선비들의 글들인 문집이다. 그런 문집가운데 편지, 즉 서간 또는 간찰. 척독이란 것이 있다. 선비들의 편지를 읽다가 연암 박지원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었다. 우선 글을 보자. “고추장 작은 단지 하나를 보내니 사랑방에 두고 밥 먹을 때 마다 먹으면 좋을게다. 내가 손수 담근 건데 아직 푹 익지는 않았다.-보내는 물건 포 세 첩, 곶감 두 첩. 장 볶이 한 상자. 고추장 한 단지”. 다음 편지를 보자.“전후에 보낸 쇠고기 장 볶이는 잘 받아서 조석 간에 반찬으로 하니? 왜 한 번도 좋은지 어떤지 말이 없니? 무람없다, 무람없어. 난 그게 포 첩이나 장조림 따위의 반찬보다 나은 것 같더라. 고추장은 내 손으로 담근 것이다. 맛이 좋은지 어떤지 자세히 말해 주면 앞으로도 계속 두 물건을 인편에 보낼지 말지 결정 하겠다”. 위 글은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인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에서 인용했다. 이 글을 읽다가 무람없다 라는 단어를 몰라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그 뜻은 이렇다.‘예의를 지키지 않으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다’이다. 아버지 연암 박지원은 고을 수령이 되어 객지로 나가 살면서 아들에게 직접 담근 고추장 단지를 보내고 은근히 “아버지 고추장 잘 먹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쩌면 그렇게 고추장 담그는 손맛

    2021-01-07 10:00
  • 어느 10월 짧은 일탈

    어느 10월 짧은 일탈 목회를 한지도 어언 십 수 년이 흘렀다. 이런 저런 만남과 모임도 몇 이 있다. 그중 십 여 년이 흘렀지만 참 마음이 편안하고 모든 회원이 다 친근한 이웃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 모임이 하나 있다. 감리사 동기 목사들이다. 다섯 가정이 몇 차례 국내 여행과 국외 선교 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형님과 아우 같고 사모는 형수 같다. 가을의 단풍이 한창 물든 백담사를 다녀왔다. 백담사 입구에 목회 하는 지인 목사의 초대로 다녀왔다. 주일 오후 일정을 마치고 함께 차를 동승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탈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도로는 씽씽 잘 달렸다. 올라오는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할 만큼 밀렸다. 신나게 달려 행선지에 도착을 해 맛난 황태 구이와 산나물로 저녁을 먹고 저녁 예배를 참석했다. 회원 중 연장 목사의 설교와 남편 목사는 수작업으로 만든 대나무 피리로 부인 사모는 드럼을 치며 특별 연주를 했다. 참 은혜로웠다. 오랜 만에 시골 교회에 다섯 목사와 사모가 함께 드리는 예배가 훈훈했을 것이다. 은혜가 되었던지 어떤 성도 가정에서 다음날 아침 대접을 하시겠다고 약속을 받았다. 펜션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잤다. 아침 대접을 잘 받고 백담사로 올라갔다. 처음으로 가는 길이다. 말로만 들었던 백담사였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모든 차들이 다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백담사로 간다. 올라가는 길이 좁다. 그래서 올라가는 차와 내려오는 차가 서로 만나 비켜가는 곳에서는 기다렸다가 쌍방이 통행을 해야 한다. 좌우에 펼쳐지는 풍광을 보면서 가을의 분위기를 느꼈다. 백담사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전직 대통령이 머물렀다고 하는 작은 방도

    2019-11-07 10:51
  • 누추한 내방

    사람들은 주로 세련되고, 잘 정돈된 것을 좋아한다. 그런 곳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공간이 지저분하고 어수선하다면, 우리는 보통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런 곳에 누군가 찾아왔을 때,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좀 누추합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시지요.'라고 한다. 필자가 주로 머무는 시간이 많은 곳은 교회 목양실이다. 집은 교회 밖에 있다. 집에서는 주로 식사를 하거나, 가족과 함...

    2018-10-23 14:51
  • 글쓰기 병통

    언제부터인가 우리 선조들의 글, 문집을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문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번역된 자료를 중심으로 읽었다. 그들의 글, 문집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참으로 책 읽기와 글쓰기를 치열하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책 읽기가 있었기에 글쓰기도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종종 놀란다. 우선은 어떤 선비의 문집은 양이 방대하여서 놀라고, 어떤 선비는 시시콜콜한 것조차 기록으로 남기어서 놀란다. 일테면 어디를 다녀오면 반드시 기(記)를 남겨야 되고, 어떤 경험이나 생각이 났다고 하면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식이다. 선비 글인 문집에는 한시(漢詩)가 많다.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도 많다. 자신의 생각, 주장을 글로 남기어서 수백 년이 흘러 오늘에도 생생하게 선비들의 삶과 생각을, 맑은 물에 비춘 내 얼굴 보듯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인물 중 한 사람인 다산 정약용의 고백을 보자. “나는 평소에 큰 병통이 있다. 무릇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 글로 쓰지 않고는 못 견디고, 글을 쓰고 나면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는 못 견딘다. 생각이 떠오르면 붓을 잡고 종이를 펼친 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써 내려간다. 다 쓰고 나서는 스스로 좋아하고 스스로 아껴서 글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내 글이 온전한지 편벽된지, 상대방이 나와 친한지 아닌지 헤아려 보지도 않고 성급히 보여 주려 한다.”(『다산의 마음』인용) 또 한사람은 심노숭(1762~1837)일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뿐 아니라 보고 들은 것도 붓을 들어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미의 사람이다. 일종의 기록병에 걸린 사람이다, 그의 기록병의 산물이 『자저실기』(自著實紀) 이다. 이처럼 우리들

    2018-10-15 10:18
  • 죽서루기(竹西樓記) (삼척을 다녀오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그 여행이라는 것도 누구와 함께 하는 여행이냐가 중요하다. 거기다가 어디 좋은 곳으로 간다면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어느덧 살아온 무게도 제법 무거운 나이가 되었다. 그런 삶 가운데 몇 모임이 있다. 어떤 만남은 40여 년 넘는 것도 있고, 어떤 만남은 1년 남짓 된 모임도 있다. 그런 만남 가운데 감리사 동기 모임이 있다. 감리교회의 감리사 임기는 2년이다. 감리사 임기 동안 지방 행정을 이끌어가는 섬기는 자리이다. 그런 감리사를 함께 역임한 5가정 목사 부부가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우선은 참 좋다. 편하고 부담이 없고 나이가 많으면 형님 같고 형수님 같다. 근 10여 년 만난 지라, 서로를 다 잘 아는 사이라 우스갯소리도 스스럼없이 하는 관계라 참 좋다. 승합차 한 대에 동승을 하고 운전도 교대로 하면서 제법 먼 길이지만 다녀왔다. 행선지는 삼척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그곳이 고향인 목사님이 안내해주셨다. 맛집을 찾아 식사도 하였다. 바로 동해 바다라 너무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짧은 시간이지만 몇 군데를 돌아보았다. 그중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죽서루(竹西樓)이다. 처음에는 어떤 곳인지를 몰라 안내를 해주시는 목사님의 말씀을 그냥 흘러버렸다. 그러다가 죽서루에 도착하고 루(樓)에 올라가서야 ‘앗, 이런 곳이야’ 하고 자세하게 관찰하고 보았다. 루(樓)는 우리말로 정자이다. 죽서루는 강가에 세워진 정자인 샘이다. 입구에 준비된 안내 책자에 허목(許穆)(1595-1682)의 죽서루기(竹西樓記)를 보고서야 관심이 더 솔깃해졌다. 죽서루 곳곳에 걸려있는 오래되어

    2018-10-08 11:10
  • 조선 시대 18세기 지식인에게 배울 것

    초등학교 시절부터 글을 읽고 쓰기를 시작한지 어언 50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글을 제대로 알고 책 읽기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이후이다. 그 이전 책 읽기는 교과서 위주로 하는 공부였다. 책읽기 맛을 느끼면서, 책을 가까이 한지 40년이 흘렀다. 그동안 손을 거처 간책도 꽤 많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생겼다가 없어졌던 것들이 있다. 그것은 기호, 즉 무엇인가 다르게 좋아지고 접하면 왠지 즐겁고 기쁜 것이다. 처음으로 내게 다가온 ...

    2017-12-20 11:01
  • 나는 누구인가?

    인문학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인문학 정의를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으로 내린다. 보통은 '인간다움'을 찾고 연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즉 '사람이란 누구인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살았던 사람들, 성현들에 대한 연구, 그들의 사상을 오늘 우리들에게 배울 점 등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것이라고 본다. 인문학의 첫 질문은 '사람은 누구인가?'이다. 그것을 좀 더 좁혀 들어가면 '나는 누...

    2017-10-09 09:11
  • 가난하되 구차하지 않는 삶

    몇 년 전에 인문학바람이 불었다. 최근에는 글쓰기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 조선의 인물 중 인문학과 글쓰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주자는 아마도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일 것이다. 그의 『열하일기』는 2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애독한다. 연암 박지원의 글짓기 책을 소개하는 머리글이 '영국에 세익스피어 있다면 조선에는 연암이 있다'는 것도 읽었다. 연암 박지원의 글은 독창성이 특징이라는 평가를 한다. 즉 기존의 글...

    2017-09-20 14:55
  • 기회 포착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막을 수 없는 것은 세월이고 나이 듦이다. 어느새 제법 나이가 든 사람이 되다보니 젊었을 때 하고 다른 것들이 하나 둘 생긴다. 그 중 하나가 총기와 기억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같은 비슷한 연배인데도 또렷한 기억력을 뽐내는 사람을 만나면 부럽기도 하고 신기 해 한다. 한 번은 어느 모임에서 여행을 갔다. 미니버스로 장시간을 이동하는데, 자동차안에서 수십 년 전 불렀던 동요, 가곡 가사를 다 기억하며 독창을...

    2017-07-10 10:07
  • 이런 제자 하나 얻는다면? 치원(巵園) 황상(黃裳)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명석한 두뇌와 근면성 어느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할까? 이에 대한 생각은 각각 다를 것이다. 우리는 흔히 토끼와 거북이라는 이솝 우화를 안다. 거북이는 부지런함과 근면성의 상징으로 묘사한다. 거북이가 부지런함과 근면을 나타낸다면 조선시대 인물 중 그런 사람은 누구일까? 여러 사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인물전을 보다가 “아, 맞다. 이사람”하고 생각을 했던 인물이 있다. 그의 나이 75세가 되어 자신의 일생을...

    2016-11-04 10:02
  • 나를 알아주는 자.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

    외롭기 짝이 없는 이 세상에서 다만 손암 선생만이 나의 지기(知己)였는데 이제는 그분마저 잃고 말았구나. 지금부터는 학문을 연구하여 비록 얻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상의를 해 보겠느냐.사람이 자기를 알아주는 지기가 없다면 이미 죽은 목숨보다 못한 것이다. 네 어미가 나를 제대로 알아주랴, 자식이 이 아비를 제대로 알아주랴, 형제나 집안사람들이 나를 알아주랴, 나를 알아주는 분이 죽었으니 또한 슬프지 않겠는가? 경서에 관한 240책의 내 ...

    2016-10-21 10:18
  • 성호(星湖) 선생의 여섯 가지 후회(六悔)

    18세기 조선의 선비 가운데 큰 축을 이루는 인물은 다산 정약용(1762-1836)과 연암 박지원(1737~1805)이다. 이들은 사상적 스승이 있었다. 다산에게는 혜환 이용휴(1708~1782)와 성호 이익(1681~1763)이다. 이 두 사람은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고 재야 문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은 과거급제 해 관직을 받아 내직이든, 외직이든 나가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여러 ...

    2016-10-11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