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은박지 뒷면에 그린 그림 - 이중섭의 "두 아이"[원시]見初雪思秋冬之界(견초설사추동지계)秋末葉紛飛(추말엽분비)冬頭亦無別(동두역무별)混淆何劃分(혼효하획분)界上存初雪(계상존초설)[주석]* 見初雪(견초설) : 첫눈을 보다. / 思秋冬之界(사추동지계) : 가을과 겨울의 경계를 생각하다.* 秋末(추말) : 가을 끝, 가을 끝자락. / 葉(엽) : 나뭇잎, 낙엽. / 紛飛(분비) : 어지럽게 날다.* 冬頭(동두) : 겨울 머리, 겨울 첫머리. / 亦(역) : 또한, 역시. / 無別(무별) : 구별이 없다, 다를 바 없다.* 混淆(혼효) : 어지럽히다, 어지럽게 뒤섞이다. / 何(하) : 어찌, 어떻게. / 劃分(획분) : 나누다, 구분하다.* 界上(계상) : 경계 위. / 存初雪(존초설) : 첫눈이 있다. ‘初雪存’의 도치로 이해하면 된다.[번역]첫눈을 보고 가을과 겨울의 경계를 생각하다가을 끝자락이면 잎새 어지러이 날고겨울 첫머리 또한 다를 게 없는데가을과 겨울 뒤섞인 걸 어떻게 나눌까?그 경계 위에는 첫눈이 있지.[시작노트]가을은 단풍과 낙엽의 계절이다. 그리고 11월 들어 먼저 만나게 되는 절기인 입동(立冬)부터 그다음 절기인 소설(小雪)까지는, 가을에 물든 낙엽이 선사하는 정취를 우리가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이 보름에 이르는 기간을 두고 누구는 여전히 가을이라 하고, 또 누구는 벌써 겨울이라 하기도 한다.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올해처럼 20도를 웃도는 날씨가 여러 날 계속되었던 그 ‘시기’를 두고 ‘입동이 지났으니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뭣하지 않을까 싶다. 절기와 날씨의 엇박자가 환절기면 어김없이 확인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거의 매년 반복되어온 일이다.필자는 이
[원문]“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에 수록된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중에서.....[태헌의 한역]言語(언어)言生乎人口(언생호인구)終竟死於耳(종경사어이)然而某種語(연이모종어)不滅住心裏(불멸주심리)[주석]* 言(언) : 말, 언어. / 生乎(생호) : ~에서 생기다, ~에서 태어나다. / 人口(인구) :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뜻하는 ‘인구’가 아니라 사람의 입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시어이다.* 終竟(종경) : 마침내. 한역(漢譯)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死於(사어) : ~에서 죽다. / 耳(이) : 귀.* 然而(연이) : 그러나, 하지만. / 某種語(모종어) : 모종의 말, 어떤 말.* 不滅(불멸) :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다, 죽지 않다. / 住心裏(주심리) : 마음 속에서 살다.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를 간략히 하여 한역한 표현이다.[한역의 직역]말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마침내 귀에서 죽는다.그러나 어떤 말들은죽지 않고 사람 마음속에서 산다.[한역노트]역자가 한역(漢譯)한 시의 원문은 시가(詩歌)가 아니라 산문의 한 대목이지만, 이치(理致)를 담론하는 철리시(哲理詩) 계열의 짧은 시가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라는 글에서 화두처럼 던져진 이 대목은, ‘말[言語]’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명제를 우리에게 환기시켜주면서 동시에 말의 중요성을 은근히 일깨워주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따지고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말만큼 소중한 것도 별로 없
[원시]飮酒(음주) 5陶淵明(도연명)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欲辯已忘言(욕변이망언)[주석]* 飮酒(음주) : 동진(東晉)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20수로 구성된 연작시의 제목이다. 시의 제목이 ‘음주’이기는 하나 직접적으로 술과 관계되는 시는 없다. 아마도 술에 취한 후에 흥취가 생겼을 때 지었던 시들을 모아 ‘음주’라는 제목으로 묶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관리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과 전원생활을 하면서 맛보게 된 다양한 감회 등을 시로 적어낸 것이다. 역자가 소개한 이 시는 그 연작시 가운데 다섯 번째 작품이다.* 陶淵明(도연명, 365~427) : 중국 동진의 시인으로 이름은 잠(潛)이고 ‘연명’은 그의 자이다. 한편 ‘연명’이 본명이고 자가 ‘원량(元亮)’이라는 설도 있다.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이다. 405년에 팽택현(彭澤縣)의 현령이 되었으나, 80여 일 뒤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남기고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하였다. 자연을 노래한 시가 많으며, 육조(六朝) 최고의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시 외의 산문 작품으로는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도화원기(桃花源記)」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結廬(결려) : 오두막을 짓다, 지어둔 오두막. / 在(재) : ~에 있다. / 人境(인경) : 사람이 <많이> 살고있는 지역.* 而(이) : 그러나. 역접 접속사이다. / 無(무) : ~이 없다. / 車馬喧(거마훤) : 수레와 말이 시끄럽다,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問君(문군) : 그대에게 묻
[원시]날마다 좋은 날임보비가 온다 하면파전 거리 장만하고날이 갠다 하면낚싯대 손질하고바람 분다 하면처마 끝에 풍경 달고눈이 온다 하면유리창 닦아 놓고[태헌의 한역]日日是好日(일일시호일)欲雨卽備葱煎材(욕우즉비총전재)將晴先修釣魚竿(장청선수조어간)告風簷端掛風磬(고풍첨단괘풍경)報雪拭窓除汚斑(보설식창제오반)[주석]* 日日(일일) : 날마다. / 是好日(시호일) : 좋은 날이다.* 欲雨(욕우) : 비가 오려고 하다. / 卽(즉) : 곧바로. 한역(漢譯)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備(비) : ~을 갖추다, ~을 마련하다. / 葱煎材(총전재) : 파전 재료, 파전 거리.* 將晴(장청) : <장차> 날이 개려고 하다. / 先(선) : 먼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修(수) : ~을 수리하다, ~을 손질하다. / 釣魚竿(조어간) : 낚싯대.* 告風(고풍) : 바람을 알리다, 바람이 불 것이라고 알리다. / 簷端(첨단) : 처마 끝. / 掛(괘) : ~을 걸다, ~을 달다. / 風磬(풍경) : 풍경.* 報雪(보설) : 눈을 알리다, 눈이 내릴 것이라고 알리다. / 拭窓(식창) : 창을 닦다. / 除(제) : ~을 제거하다, ~을 없애다. / 汚斑(오반) : 얼룩. ※ “拭窓除汚斑(식창제오반)”은 창을 닦아 얼룩 없앤다는 뜻인데, 원시의 “유리창 닦아 놓고”를 역자가 임의로 번역한 것이다.[한역의 직역]날마다 좋은 날비가 오려고 하면 파전 거리 장만하고날이 개려고 하면 미리 낚싯대 손질하고바람 분다 하면 처마 끝에 풍경 달고눈이 온다 하면 창 닦아 얼룩 없애고[한역노트]역자는 애초에 시(詩)도 시지만, 시의 내용을 귀결시킨 시의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의 제목 '날마다
[원시]遊南嶽(유남악)宋翼弼(송익필)草衣人三四(초의인삼사)於塵世外遊(어진세외유)洞深花意懶(동심화의나)山疊水聲幽(산첩수성유)短嶽盃中畵(단악배중화)長風袖裏秋(장풍수리추)白雲巖下起(백운암하기)歸路駕靑牛(귀로가청우)[주석]遊南嶽(유남악) : 남악을 유람하다. ‘南嶽’은 지리산(智異山)의 이칭이다.宋翼弼(송익필, 1534~1599) : 본관은 여산(礪山), 자는 운장(雲長), 호는 구봉(龜峯), 시호는 문경(文敬)이다. 서출(庶出)로 아우 한필(翰弼)과 함께 일찍부터 문명을 떨쳤으나 초시(初試)를 한 번 본 뒤 과거를 단념하고 학문에 몰두하였고, 고양(高陽)의 구봉산(龜峯山) 밑에 크게 문호를 열어 후진들을 양성했다. 문하에서 김장생과 김집(金集), 정엽(鄭曄), 서성, 정홍명(鄭弘溟) 등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문집에 『구봉집』이 있다.草衣人(초의인) : 풀 옷 입은 사람. 풀옷은 은자들이 입는 옷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三四(삼사) : 서넛, 서너 명.於塵世外(어진세외) : 티끌 세상 밖에서. 티끌 세상은 속세(俗世)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遊(유) : 노닐다, 유람하다.洞深(동심) : 골짝이 깊다. / 花意懶(화의나) : 꽃 필 뜻이 게으르다. 꽃이 피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이다.山疊(산첩) : 산이 첩첩하다, 산이 겹쳐지다. / 水聲幽(수성유) : 물소리가 그윽하다.短嶽(단악) : 작은 산, <키가> 낮은 산. / 盃中畵(배중화) : 술잔 속의 그림.長風(장풍) : 긴 바람,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 袖裏秋(수리추) : 소매 속의 가을.白雲(백운) : 흰 구름. / 巖下(암하) : 바위 아래. / 起(기) : 일어나다.歸路(귀로) :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에. / 駕靑牛(가청우) : 푸른 소를 타다. ‘푸른 소’
[원시]그늘 학습 함민복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새소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이리 부딪히니나무 그늘에 좀더 앉아 있어야겠다 [태헌의 한역]樹蔭學習(수음학습) 後山布穀鳴(후산포곡명)傍山黃鸝嚶(방산황리앵)鳥聲相不激(조성상불격)心與心何衝(심여심하충)嗚呼余至此(오호여지차)還坐樹蔭濃(환좌수음농) [주석]樹蔭(수음) : 나무 그늘. 원시 제목의 그늘이 나무 그늘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나무’에 해당하는 한자 ‘樹’를 보충한 것이다. / 學習(학습) : 학습.後山(후산) : 뒷산. / 布穀(포곡) : 뻐꾸기. / 鳴(명) : 울다.傍山(방산) : ‘옆산’의 의미로 역자가 골라본 말이다. / 黃鸝(황리) : 꾀꼬리. / 嚶(앵) : 새가 지저귀다, 새가 울다.鳥聲(조성) : 새소리. / 相(상) : 서로. / 不激(불격) : 부딪히지 않다.心(심) : 마음. / 與心(여심) : 마음과, 마음과 더불어. 원시의 “마음끼리”를 역자가 한역한 표현이다. 다만 “내 마음끼리”의 ‘내’는 글자가 넘쳐 한역을 하지 못하였다. / 何衝(하충) : 어찌나 부딪히나? 얼마나 부딪히나? 원시의 “이리 부딪히니”를 역자가 임의로 한역한 표현이다.嗚呼(오호) : 아아! / 余(여) : 나. / 至此(지차) : 여기에 이르다, 여기에 오다. ※ 이 구절은 역자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삽입한 것이다.還(환) : 다시, 더. / 坐樹蔭濃(좌수음농) : 나무 그늘 짙은 곳에 앉다. ‘濃’은 역자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한역의 직역]나무 그늘에서의 학습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새소리는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마음
[원시]送春(송춘) 姜聲尉(강성위) 芳花謝了滿山靑(방화사료만산청)細雨霏霏布穀聽(세우비비포곡청)春日傷悲如草長(춘일상비여초장)何時得釤刈心庭(하시득삼예심정) [주석]* 送春(송춘) : 봄을 보내다.* 芳花(방화) : 향기로운 꽃. / 謝了(사료) : <꽃 따위가> 져버리다. / 滿山靑(만산청) : 산 가득 푸르다, 온 산이 푸르다.* 細雨(세우) : 가랑비. / 霏霏(비비) : 부슬부슬 내리는 비나 가늘게 내리는 눈발. 부슬부슬. / 布穀聽(포곡청) : ‘布穀’은 뻐꾸기, ‘聽’은 듣다 내지 들리다이므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다, 뻐꾸기가 울다로 이해하면 된다.* 春日(춘일) : 봄날, 봄. / 傷悲(상비) : 마음 아파하며 슬퍼함, 시름. / 如草長(여초장) : 풀과 같이 자라다.* 何時(하시) : 어느 때에. / 得釤(득삼) : 낫을 얻다, 낫이 생기다. / 刈心庭(예심정) : 마음의 뜰을 베다. [번역]봄을 보내며 향그런 꽃 져버려 온 산 푸른데가랑비 부슬부슬 뻐꾸기 울음 울다봄날 시름은 풀처럼 자라거늘어느 때 낫을 얻어 마음의 뜰 베리오 [시작노트]이 시는, 필자가 몇 해 전에 “봄이 간다커늘”로 시작되는 시조를 한역하고 이를 칼럼으로 작성하여 발표하면서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이 시 앞머리에 아래와 같은 짧은 글을 덧붙였더랬다.심사가 고단하면 봄날 시름이 없을 수 없다. 세월이 가도 시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떤 시름이 사라졌다 해도 새로운 시름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의 뜰에 지금도 시름의 풀이 무성하니, 역자가 막바지 총각 시절에 지은 아래 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한 그대로 이 시는 필자가 막바지 총각 시절에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 춤추다가 도롱이를 잃었네늙은이 망령(妄靈)으란 백구(白鷗)야 웃지 마라십리(十里)에 도화발(桃花發)하니 춘흥(春興) 겨워하노라 [태헌의 한역]瞌睡遺魚竿(갑수유어간)獨舞失蓑衣(독무실사의)老翁生妄靈(노옹생망령)白鷗汝莫譏(백구여막기)十里桃花發(십리도화발)春興難停歇(춘흥난정헐) [주석]* 瞌睡(갑수) : 꾸벅꾸벅 졸다, 말뚝잠을 자다. ‘瞌’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 遺(유) : ~을 잃다. / 魚竿(어간) : 낚싯대.* 獨舞(독무) : 홀로 춤을 추다. ‘獨’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 失(실) : ~을 잃다. / 蓑衣(사의) : 도롱이.* 老翁(노옹) : 늙은이. / 生妄靈(생망령) : 망령이 나다.* 白鷗(백구) : 백구, 흰 갈매기. / 汝(여) : 너. 앞에 나온 ‘백구’를 가리키는데,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 莫譏(막기) : 놀리지 마라, 비웃지 마라.* 十里(십리) : 십 리, 십 리에. / 桃花發(도화발) : 복사꽃이 피다.* 春興(춘흥) : 춘흥, 봄날의 흥취. / 難停歇난정헐) : ~을 그치게 하기 어렵다. ‘~에 겨워하다’를 한역한 표현이다. [한역의 직역]꾸벅꾸벅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홀로 춤추다가 도롱이를 잃었네늙은이가 망령 났다고백구야 너는 비웃지 마라십 리에 복사꽃 피어춘흥 그치게 하기 어려우니 [한역노트]역자가 이 시조의 초장(初章)을 오언 2구로 한역(漢譯)하는 과정에서 시조에는 없는 말을 부득이 보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다섯 글자[五言]라는 한시의 음수율(音數律)을 고려한 때문이지만, 서사(敍事)의 실제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때문이기도 하다. 다들 짐
[원시]閨怨(규원) 王昌齡(왕창령) 閨中少婦不知愁(규중소부부지수)春日凝粧上翠樓(춘일응장상취루)忽見陌頭楊柳色(홀견맥두양류색)悔敎夫婿覓封侯(회교부서멱봉후) [주석]* 閨怨(규원) : 새댁의 원망(怨望). ‘새댁의 시름’ 정도로 번역해도 무방하다.* 王昌齡(왕창령, 698~755) : 자는 소백(少伯)으로 고적(高適), 잠참(岑參)과 함께 당(唐)나라 변새시파(邊塞詩派)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구성이 긴밀하고 청신한데, 특히 칠언절구(七言絶句)에 뛰어나 이백(李白)과 더불어 후대 창작의 모범이 되었으며, ‘칠언성수(七言聖手)’ 혹은 ‘칠언장성(七言長城)’으로도 칭송되었다.* 閨中(규중) : 부녀자(婦女子)가 거처하는 곳인 규방(閨房) 혹은 그 규방 안이라는 뜻이다. / 少婦(소부) : 젊은 아낙네, 새댁. / 不知愁(부지수) : 시름을 알지 못하다. 시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春日(춘일) : 봄날, 봄철. / 凝粧(응장) : 화려하게 꾸미다, 단장을 하다. / 上翠樓(상취루) : 비취 빛 누대에 올라가다. 비취 빛 누대는 단청(丹靑)을 베푼 아름다운 누대라는 뜻이다.* 忽見(홀견) : 문득 보다, 언뜻 보다. / 陌頭(맥두) : 길머리, 길가. / 楊柳色(양류색) : 버들 빛. 물이 오른 버들의 빛깔을 가리킨다.* 悔(회) : ~을 후회하다. / 敎夫婿(교부서) : 남편으로 하여금, 남편더러. ‘夫婿’는 ‘夫壻(부서)’로도 적으며 남편이라는 뜻의 한자어이다. / 覓封侯(멱봉후) : 벼슬자리를 찾다. ‘封侯’는 보통 제후(諸侯)에 봉(封)한다는 말로 쓰이지만, 이 시에서는 제후에 봉해질 만한 벼슬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번역]새댁의 시름 태헌 번역 규방 안의 새댁이
[원시]기러기 가족 이상국 - 아버지, 송지호에서 좀 쉬었다 가요. - 시베리아는 멀다. -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이 많단다. [태헌의 한역]鴻雁家族(홍안가족) 阿爹暫息松池湖(아다잠식송지호)西比利亞誠遠途(서비리아성원도)阿爹吾等爲何事(아다오등위하사)若此飛飛不休舍(약차비비불휴사)兒子且莫說如彼(아자차막설여피)下界亦多無翼者(하계역다무익자) [주석]* 鴻雁(홍안) : 큰 기러기와 작은 기러기, 기러기. / 家族(가족) : 가족.* 阿爹(아다) : 아버지. / 暫息(잠식) : (~에서) 잠시 쉬다. / 松池湖(송지호) : 강원도(江原道) 고성군(高城郡)에 있는 호수 이름.* 西比利亞(서비리아) : 시베리아(Siberia). 오늘날에는 중국 사람들이 시베리아를 주로 ‘西伯利亞(서백리아)’로 표기하지만, 구한말(舊韓末) 무렵에 ‘西比利亞’로 적었기 때문에 이를 따랐다. / 誠(성) : 정말로, 진실로. 한역(漢譯)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遠途(원도) : 먼 길, 길이 멀다.* 吾等(오등) : 우리, 우리들. / 爲何事(위하사) : 무슨 일 때문에, 무엇 때문에, 왜.* 若此(약차) : 이와 같이, 이렇게. / 飛飛不休舍(비비불휴사) : (계속해서) 날기를 쉬지 않다. ‘休舍’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쉰다는 뜻이다.* 兒子(아자) : 아이, 아들, 얘야!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且莫(차막) : 부디 ~을 하지 말아라, 당분간 ~을 하지 말아라. / 說如彼(설여피) : 그와 같이 말하다, 그렇게 말하다.* 下界(하계) : 아래 세계(世界). 원시의 ‘저 밑’에 대한
[원시] 浪吟(낭음) 朴遂良(박수량) 耳口聾啞久(이구롱아구)猶餘兩眼存(유여양안존)紛紛世上事(분분세상사)能見不能言(능견불능언) [주석]* 浪吟(낭음) : 아무렇게나 읊다. 시인의 겸손이 반영된 제목이다.* 朴遂良(박수량, 1475~1546) : 본관은 강릉(江陵), 자는 군거(君擧), 호는 삼가정(三可亭)이다. 단상법(短喪法)이 엄하던 연산군(燕山君) 때에 모친상을 당하여 3년간 시묘하였던 일 때문에 중종 반정(中宗反正) 이후에 고향에 효자 정문(旌門)이 세워졌다. 유일(遺逸)로 천거되어 용궁 현감(龍宮縣監)에 이어 사섬시 주부(司贍寺主簿)를 지냈으나 중종 14년(1519)에 기묘사화(己卯士禍)로 파직되자 강릉에 돌아가 조카 박공달(朴公達)과 함께 시주(詩酒)를 일삼으며 여생을 마쳤다. 저서로는 『삼가집』이 있다.* 耳口聾啞(이구롱아) : 이 대목은 ‘耳聾口啞(이롱구아)’, 곧 귀가 멀고 입이 벙어리가 된다는 뜻인데, 이를 명사적으로 표현하면 ‘귀머거리와 벙어리’라고 할 수 있다. / 久(구) : 오래, 오래 되다.* 猶餘(유여) : 여전히 남다, 여전히 남은. / 兩眼存(양안존) : 두 눈이 있다.* 紛紛(분분) : 분분하다, 어지럽고 뒤숭숭하다. / 世上事(세상사) : 세상사, 세상의 일.* 能見(능견) : 볼 수 있다. / 不能言(불능언) : 말할 수 없다. [번역]아무렇게나 읊다 태헌 번역 오래도록 귀머거리에 벙어리여전히 남아 있는 두 개의 눈어지럽고 뒤숭숭한 세상사는볼 순 있어도 말할 순 없는 것 [번역노트]역자는 이 시를 감상하다가 자연스럽게 성인 ‘성(聖)’ 자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 ‘聖’을 구성하는 요소인 귀 이(耳)와 입 구(口)가 시구(詩句)에 나란히 쓰이고 있
[원시]겨울날 신경림 우리들깨끗해지라고함박눈 하얗게내려 쌓이고 우리들튼튼해지라고겨울 바람밤새껏창문을 흔들더니 새벽 하늘에초록별다닥다닥 붙었다 우리들가슴에 아름다운 꿈지니라고 [태헌의 한역]冬日(동일) 欲使吾輩心淨潔(욕사오배심정결)密雪白飛自積厚(밀설백비자적후)欲使吾輩身康健(욕사오배신강건)冬風通宵搖窓牖(동풍통소요창유)曉天綠星密密張(효천록성밀밀장)欲使吾胸有希望(욕사오흉유희망) [주석]* 冬日(동일) : 겨울날.* 欲使(욕사) : ~로 하여금 ~을 하게 하고자 하다. / 吾輩(오배) : 우리들. / 心(심) : 마음.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淨潔(정결) : 맑고 깨끗하다.* 密雪(밀설) : 펑펑 내리는 눈, 함박눈. / 白飛(백비) : 하얗게 날리다, 하얗게 내리다. / 自(자) : 저절로, 스스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積厚(적후) : 두텁게 쌓이다.* 身(신) : 몸.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康健(강건) : <기력이> 튼튼하고 굳세다.* 冬風(동풍) : 겨울바람. / 通宵(통소) : 밤을 새다, 밤새껏. / 搖(요) : ~을 흔들다. / 窓牖(창유) : 창문. ‘牖’는 들창이라는 뜻이다.* 曉天(효천) : 새벽하늘. / 綠星(녹성) : 초록별. / 叢叢(총총) : 들어선 것이 빽빽한 모양. 원시의 ‘다닥다닥’에 해당하는 역어(譯語)로 역자가 골라본 것이다. / 張(장) : 펼쳐지다. 압운(押韻)을 고려하여 원시의 ‘붙었다’에 해당하는 역어로 역자가 골라본 것이다.* 吾胸(오흉) : 우리 가슴, 우리들 가슴. / 有(유) : ~이 있다, ~을 지니다. / 希望(희망) : 희
[원시]聖誕(성탄) 李忠憲(이충헌) 乾象星光明又淸(건상성광명우청)萬王王下大東城(만왕왕하대동성)羔羊贖罪無窮義(고양속죄무궁의)寶血救援永遠生(보혈구원영원생)福音經內神人和(복음경내신인화)眞理道中宇宙晴(진리도중우주청)惟尊至聖誰知敬(유존지성수지경)世世榮華十字名(세세영화십자명) [주석]* 聖誕(성탄) : 성탄절(聖誕節), 크리스마스(Christmas). * 李忠憲(이충헌, 1915~1984) : 본관은 함평(咸平), 호는 경신(景信)으로 죽헌(竹軒) 박제봉(朴齊鳳) 선생과 월담(月潭) 윤복영(尹復榮) 선생의 문하에서 한문과 한시를 수학하였다. 평택(平澤)에서 세거하며 중향당(衆香堂)이라는 한약방을 경영하는 한의학자(韓醫學者)이자 교회 장로로서 평생토록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편찬한 책으로는 『경신의방(景信醫方)』이 있고, 유고집으로는 350여 수의 한시 등이 수록된 『은몽서(恩蒙叙)』가 있는데, 제목은 “하나님의 홍은(鴻恩)을 평생 동안 입음이 얼마나 감사한가!”라고 한 선생의 신앙 회고록에서 그 뜻을 취한 것이라고 한다. * 乾象(건상) : 하늘의 현상, 곧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변화하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때로는 간단히 ‘하늘’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 星光(성광) : 별빛. / 明又淸(명우청) : 밝고 또 맑다. 밝고도 맑다. * 萬王王(만왕왕) :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세상 모든 왕들 가운데 가장 높으신 왕 또는 온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왕을 가리키는 말인 ‘만왕의 왕’을 한문식으로 표현한 말이다. 여기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 下(하) : 내리다, 내려오다. / 大東城(대동성) : ‘대동의 나라’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원시] 雪後(설후) 李恒福(이항복) 雪後山扉晩不開(설후산비만불개) 溪橋日午少人來(계교일오소인래) 篝爐伏火騰騰煖(구로복화등등난) 茅栗如拳手自煨(모율여권수자외) [주석] * 雪後(설후) : 눈 온 뒤. * 이항복(李恒福, 1556~1618) :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자상(子常), 호는 필운(弼雲)‧백사(白沙)‧동강(東岡), 봉호는 오성부원군(鰲城府院君),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이조 좌랑, 우승지, 이조 참판, 대제학, 병조 판서, 영의정 등을 역임하였다. 광해군이 모후(母后)인 인목왕비(仁穆王妃)를 서궁(西宮)에 유폐하자, 헌의(獻議)하여 논쟁하다가 북청(北靑)에 귀양 가서 세상을 떠났다. 저서에 『백사집』 등이 있다. * 山扉(산비) : 산골 집 사립문. / 晩(만) : 저물다, 저물도록. / 不開(불개) : 열지 않다, 열리지 않다. * 溪橋(계교) : 시내에 걸쳐진 다리, 시냇가 다리. / 日午(일오) : 한낮. / 少人來(소인래) : 오는 사람이 적다, 오는 사람이 없다. * 篝爐(구로) : 화로. 본래는 옷을 말리기 위하여 대나무 배롱을 씌운 화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 伏火(복화) : 불을 묻어두다, 묻어둔 불. / 騰騰煖(등등난) : 등등한 기세로 따뜻하다, 매우 따뜻하다. * 茅栗(모율) : 밤의 일종, 산밤. / 如拳(여권) : 주먹과 같다, 주먹만하다. / 手自(수자) : 손수, 친히, 혼자. / 煨(외) : 굽다, 재에 묻어서 굽다. [번역] 눈 온 뒤 태헌 번역 눈 온 뒤 산골 집 사립은 저물도록 열리지 않았고 시냇가 다리에는 한낮에도 오는 사람이 적었지 화로에 묻어둔 불이 무척이나 따스하여 주먹만한 산밤을 혼자서 굽는다네 [번역노트] 시골 생활을 해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시를 대하는 순간, 이따금 까마귀가 울며 날아가는 해 질 무렵 산골 마을
[원시] 인생 김부조 강물이 흘러가듯이 나무들이 춤추듯이 그리고 새들이 노래하듯이 [태헌의 한역] 人生(인생) 恰如江水流過(흡여강수류과) 恰如樹木婆娑(흡여수목파사) 恰如禽鳥囀歌(흡여금조전가) [주석] * 人生(인생) : 인생. * 恰如(흡여) : 흡사 ~과 같다, 바로 ~과 같다. / 江水(강수) : 강물. / 流過(유과) : 흐르다, 흘러가다. * 樹木(수목) : 나무, 수목. / 婆娑(파사) : 너울너울 춤추다, 춤추는 모양, 나부끼는 모양. * 禽鳥(금조) : 새, 날짐승의 총칭(總稱). / 囀歌(전가) : 지저귀며 노래하다. [한역의 직역] 인생 마치 강물이 흘러가듯이 마치 나무들이 춤추듯이 마치 새들이 노래하듯이 [한역노트] 시를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에 앞서 언제부턴가 역자가 꼭 하고 싶었던 군소리를 앞부분에서 두서없이 언급할 예정이라 미리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사람마다 애송시가 다르고, 좋아하는 시인이 다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거의 다 그러하다. 시로 한정시켜 논할 경우, 내가 편안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고, 내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거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가 있다면 그것이 좋은 시일 것이다. 김부조 시인의 이 시가 역자에게 따스함을 주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니, 역자에게는 좋은 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시에 내가 부여한 모종의 ‘의미’가 시인 본래의 뜻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경우 역시 적지 않다. 시인이 어떤 시로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 하는 문제는 작자의 영역이고, 내가 그 시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는 독자의 영역이기 때문
[원시] 撲棗謠(박조요) 李達(이달) 隣家小兒來撲棗(인가소아래박조) 老翁出門驅小兒(노옹출문구소아) 小兒還向老翁道(소아환향노옹도) 不及明年棗熟時(불급명년조숙시) [주석] * 撲棗謠(박조요) : 대추 서리 노래. ‘撲棗’는 대추를 턴다는 뜻이지만, 시의(詩意)를 참작하여 대추 서리 혹은 대추를 서리한다는 뜻으로 번역하였다. * 李達(이달) : 본관은 홍주(洪州),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서담(西潭)·동리(東里)이다. 이첨(李詹)의 후손으로, 이수함(李秀咸)의 서자이다. 처음에는 정사룡(鄭士龍)에게 소식(蘇軾)의 시를 배웠고, 나중에 박순(朴淳)에게 당시(唐詩)를 배웠다. 최경창(崔慶昌)·백광훈(白光勳)과 어울려 시사(詩社)를 맺어, 문단에서는 이들을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고 불렀다. 말년에 허균(許筠)과 허난설헌(許蘭雪軒) 남매에게 시를 가르쳤으며, 근체시 가운데서 특히 절구(絶句)에 뛰어났다.* 隣家(인가) : 이웃집. / 小兒(소아) : 어린아이, 아이. / 來撲棗(내박조) : 와서 대추를 서리하다, 서리하러 오다.* 老翁(노옹) : 늙은이, 노인. / 出門(출문) : 문을 나오다, 문을 나가다. / 驅小兒(구소아) : 아이를 몰다, 아이를 쫓다. * 還(환) : 다시 도리어. / 向(향) : ~에게, ~를 향해. / 道(도) : 말하다. * 不及(불급) : ~까지 가지 못하다. 여기서는 ~까지 살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 明年(명년) : 명년, 내년. / 棗熟時(조숙시) : 대추가 익을 때. [번역] 대추 서리 노래 이웃집 아이가 와서 대추를 서리하자 노인이 문을 나와 아이를 쫓는구나 아이가 되려 노인에게 하는 말이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 거면서” [번역노트] 몇 해 전에 어떤 모임에서 역자가 이 시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
[원시] 도롱이 - 비는 실실 오고 36 김승종 비 실실 오는 추석 오백 리 뿌옇게 흔들리는 빗길 가지 못한 신덕(新德) 옛집 금시서옥(今是書屋) 툇마루 아래 삭는 도롱이 돌아간 아버지의 어깨 어깨에 걸치고 빗길로 나선다 [태헌의 한역] 蓑衣(사의) 細雨濛濛仲秋節(세우몽몽중추절) 五百里路煙中遐(오백리로연중하) 不肖今未歸(불초금미귀) 新德有古家(신덕유고가) 今是書屋退軒下(금시서옥퇴헌하) 蓑衣一襲自朽枯(사의일습자후고) 遙見吾先親(요견오선친) 肩蓑向雨途(견사향우도) [주석] * 蓑衣(사의) : 도롱이. 짚 혹은 띠풀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비옷. * 細雨(세우) : 가랑비. / 濛濛(몽몽) : 자욱한 모양, 부슬부슬 내리는 모양. / 仲秋節(중추절) : 중추절, 추석. * 五百里路(오백리로) : 오백 리 길. / 煙中(연중) : 안개 속. 원시의 ‘뿌옇게’를 상황에 맞게 역자가 고쳐 번역한 것이다. / 遐(하) : 멀다, 아득하다. / 원시의 ‘흔들리는’을 상황에 맞게 역자가 고쳐 번역한 것이다. * 不肖(불초) : 불초, 이 몸. 부모님 등에 대해 자신을 낮추어 칭한 말로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는 뜻이다. ※ 원시에서 생략된 주어를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충한 것이다. / 今(금) : 지금. ※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未歸(미귀) : 돌아가지 못하다, 귀성하지 못하다. * 新德(신덕) : 신덕리. 경북 안동에 있는 마을 이름. / 有(유) : ~이 있다. / 古家(고가) : 옛집. * 今是書屋(금시서옥) : 시인의 선친인 김시박(金時璞) 선생의 서재(書齋) 이름. / 退軒(퇴헌) : 툇마루. / 下(하) : ~ 아래. * 一襲(일습) : (옷, 그릇, 기구 따위의) 한 벌. / 自(자) : 스스로, 저절
[원시] 秋日作(추일작) 鄭澈(정철)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 [주석] * 秋日(추일) : 가을날, 가을. / 作(작) : 짓다. ※ 이 시는 제목이 ‘우야(雨夜)’로 된 판본도 있다. ‘雨夜’는 비 내리는 밤이라는 뜻이다. * 鄭澈(정철, 1536~1593) : 본관은 연일(延日)이고 자는 계함(季涵)이며 호는 송강(松江)이다. 임억령(林億齡)에게 시를 배우고 김인후(金麟厚)와 송순(宋純), 기대승(奇大升)에게 학문을 배웠다. 정여립(鄭汝立)의 모반 사건이 일어나자 우의정에 발탁되어 서인의 영수로서 최영경(崔永慶) 등을 다스리고 철저히 동인들을 추방하였다. * 山雨(산우) : 산 비, 산에 내리는 비. / 夜(야) : 밤, 밤에. / 鳴竹(명죽) : 대나무를 울리다. * 草蟲(초충) : 풀벌레. / 秋(추) : 가을, 가을에. / 近床(근상) : 침상에 가깝다. 이 ‘近床’이 ‘입상(入床)’으로 된 판본도 있다. ‘入床’은 침상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 流年(유년) : 흐르는 세월. / 那可駐(나가주) : 어찌 머물게 할 수 있으랴, 어찌 머물게 하랴. * 白髮(백발) : 백발. / 不禁(불금) : 견디지 못하다, 감당하지 못하다. / 長(장) : 길다, 자라다. [번역] 가을날에 짓다 산 비는 밤중에 대나무를 울리고 풀벌레는 가을이라 침상에 가깝네. 흐르는 세월을 어찌 머물게 하랴! 백발 자라는 걸 견디지 못하겠네. [번역노트] 이번 칼럼의 시로 역자가 이 시를 고르게 된 것은 요즘에 딱 어울릴 만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몇 해 전 이즈음에 역자의 연구실로 한시를 공부하러 온 늙은 학생(^^) 한 분이 이 시의 제4구인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의 ‘禁’에 대한 해설을 요청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시] 七夕(칠석) 晏幾道(안기도) 雲幙無多斗柄移(운막무다두병이) 鵲慵烏慢得橋遲(작용오만득교지) 若敎精衛塡河漢(약교정위전하한) 一水還應有盡時(일수환응유진시) [주석] * 七夕(칠석) : 전설 속의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오작교(烏鵲橋)에서 만나는 날인 명절 음력 7월 7일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이날에 행해지는 세시풍속을 가리키기도 한다. * 晏幾道(안기도) : 북송(北宋)의 무주(撫州) 임천(臨川) 사람으로 자는 숙원(叔原)이고, 호는 소산(小山)이다. 원풍(元豊) 5년(1082)에 영창(潁昌)의 허전진(許田鎭)을 감독하다 퇴직하고 당시 수도였던 개봉(開封)에서 살았다. 문장에 능하고 사(詞)도 잘 지었는데, 감상(感傷)을 드러낸 작품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 雲幙(운막) : 구름 장막. / 無多(무다) : 많지 않다, 두텁지 않다. / 斗柄(두병) : 북두칠성(北斗七星)을 국자 모양으로 보았을 때, 그 자루 부분이 되는 자리에 있는 세 개의 별을 가리킨다. 간단히 북두성 자루로 이해하면 된다. / 移(이) : 옮기다, 자리를 옮겨가다. * 鵲慵(작용) : 까치가 게으르다. / 烏慢(오만) : 까마귀가 태만하다. / 得橋遲(득교지) : 다리를 짓는 게 더디다, 다리를 놓는 게 더디다. * 若(약) : 만약, 만일. / 敎(교) : ~로 하여금, ~를 시켜 ~을 하게 하다. / 精衛(정위) : 중국의 신화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이다. 전설에 따르면, 염제(炎帝)의 딸인 여와(女娃)가 동해에 놀러갔다가 빠져 죽은 뒤에 정위라는 새로 변했는데, 그 원한을 갚으려고 늘 서산(西山)의 나무와 돌을 입에다 물고서 동해에 빠뜨려서 바다를 메우려 했다고 한다. / 塡(전) : ~을 메우다. / 河漢(하한) : 은하(銀河), 은하수(銀河水). * 一水(일수) : 하나의
[원시] 무인도 반칠환 오직 사람 하나 없어 무, 인, 도 경전도 사원도 없으니 죄도 없다고 끼루룩 끼루룩 아무도 신을 경배 않으나 신의 뜻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고 [태헌의 한역] 無人島(무인도) 唯由無人居(유유무인거) 稱曰無人島(칭왈무인도) 有海鷗(유해구) 戛然道(알연도) 無經無寺院(무경무사원) 罪亦決無造(죄역결무조) 無人呼神拜(무인호신배) 神意最善保(신의최선보) [주석] * 無人島(무인도) : 사람이 살지 않는 섬. * 唯由(유유) : 오직 ~로 말미암아, 오로지 ~ 때문에. / 無人居(무인거) : 사는 사람이 없다. * 稱曰(칭왈) : ~라고 칭하다, ~라고 말하다. * 有海鷗(유해구) : 갈매기가 있어, 어떤 갈매기가. ※ 이 대목은 한역(漢譯)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구절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戛然(알연) : 맑고 명랑한 새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인데 여기서는 원시의 “끼루룩 끼루룩”을 한역한 말로 쓰였다. / 道(도) : ~라고 말하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無經(무경) : 경전(經典)이 없다. / 無寺院(무사원) : 사원이 없다. * 罪(죄) : 죄. / 亦(역) : 또한, 역시. / 決(결) : 결코.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無造(무조) : 지어짐이 없다, 지어지지 않는다, 없다. * 無人(무인) : ~하는 사람이 없다. / 呼神拜(호신배) : 신을 부르며 절하다, 신을 부르며 경배하다. * 神意(신의) : 신의 뜻. / 最(최) : 가장, 최고로. / 善保(선보) : 잘 보존하다, 잘 보존되다. [한역의 직역] 무인도 오직 사는 사람이 없어 무인도라고 하는데 갈매기가 있어 끼룩끼룩 말하네 경전도 사원도 없으니 죄 또한 결코 지어지지 않는다고 신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