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마중물과 마중불 하청호외갓집 낡은 펌프는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마중불이 있어야 한다.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나도 누군가의 마음을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태헌의 한역]引水與引火(인수여인화) 外家陳舊抽水機(외가진구추수기)引水注入乃出水(인수주입내출수)一瓢引水在機中(일표인수재기중)可導地下深處水(가도지하심처수)廚下竈口爨薪時(주하조구찬신시)應當先有一引火(응당선유일인화)一根火柴在竈中(일근화시재조중)能燃薪裏蘊藏火(능연신리온장화)爲善導誰心(위선도수심)吾願作引水(오원작인수)爲善溫誰心(위선온수심)吾願作引火(오원작인화) [주석]· 引水(인수) : 마중물. / 與(여) : ~와, ~과. ‘and’에 해당하는 연사(連詞)이다. / 引火(인화) : 마중불. ‘마중물’에서 착안하여 시인이 만들어낸 자가어(自家語)로 보인다.· 外家(외가) : 외가(外家). / 陳舊(진구) : 낡다, 오래 되다. / 抽水機(추수기) : 양수기(揚水機)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중국어이지만, 우리가 양수기로 부르는 기계와 구별하기 위하여 물 펌프의 뜻으로 역자가 골라 본 말이다. 우리가 물 펌프로 부르는 것을 일컬을 때 중국인들이 ‘抽水機’라는 표현을 가끔 사용하기도 한다.· 注入(주입) : (물 따위를) 집어넣다, 넣다. / 乃(내) : 이에, 곧.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出水(출수) : 물을
盤陀石(반타석) 李滉(이황) 黃濁滔滔便隱形(황탁도도변은형)安流帖帖始分明(안류첩첩시분명)可憐如許奔衝裏(가련여허분충리)千古盤陀不轉傾(천고반타부전경) [주석]盤陀石(반타석) : 모양이 널찍하기는 하나 평평하지는 않은 바위를 뜻하기 때문에, 비교적 넓고 평평한 바위를 의미하는 순수 우리말인 “너럭바위”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따로 번역하지 않고 “반타석”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黃濁(황탁) : 누런 탁류(濁流), 곧 누런 흙탕물. / 滔滔(도도) : (물이) 도도하게 흐르다. / 便(변) : 문득, 바로. / 隱形(은형) : 모습을 숨기다.安流(안류) : (물이) 편안히 흐르다, 고요히 흐르다. / 帖帖(첩첩) : 평온한 모양. / 始(시) : 비로소, / 分明(분명) : 분명하다, 환히 드러나다.可憐(가련) : 가련하다, 어여쁘다. / 如許(여허) :이처럼, 이만큼, 그처럼, 그만큼. / 奔衝裏(분충리) : 달려와 부딪는 (물결) 속에서.千古(천고) : 천고에, 천고토록. / 不轉傾(부전경) : 구르거나 기울지 않다. [태헌의 번역]반타석 누런 흙탕물 도도할 때는문득 모습 숨기더니고요히 흘러 평온할 때면비로소 환히 드러나네어여뻐라, 그처럼달려와 부딪는 물결 속에서도천고토록 반타석이구르거나 기울지 않은 것이! [번역 노트]이 시는 퇴계(退溪) 선생이 환갑이 되던 해인 1561년에 지은 <도산잡영(陶山雜詠)> 18수 가운데 한 수이다. 그리고 반타석은, 낙동강의 상류가 되는 한 물줄기가 도산서원이 있는 산언덕 근처에 이르러 큰 소(沼)를 이룬 탁영담(濯纓潭) 가운데에 있었으며, <도산잡영> 기문(記文)에서 “배를 매어두고 술잔을 돌릴[繫舟傳觴(계주전상)]”만하다고 하였으니, 이
오늘의 날씨 김태영 뉴스에서기상캐스터가 오늘은 파란 하늘을하루 종일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하늘에서 시원한 바람이사람들 마음속에 불어온다고 합니다. 꽃에서는 하루 종일은은한 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뉴스에서기상캐스터가 오늘의 날씨는희망이라고 합니다. [태헌의 한역]今日天氣(금일천기) 新聞天氣預報云(신문천기예보운)靑天今日可周望(청천금일가주망)天邊一陣風(천변일진풍)吹到心中凉(취도심중량)地上數種花(지상수종화)盡日隱隱香(진일은은향)新聞天氣預報云(신문천기예보운)今日天氣是希望(금일천기시희망) [주석]今日(금일) : 오늘. / 天氣(천기) : 날씨.新聞(신문) : (신문이나 방송 따위의) 뉴스. 새 소식. 우리가 “신문”으로 부르는 종이로 된 소식지를 오늘날 중국에서는 주로 ‘報(보)’, ‘日報(일보)’로 칭한다. / 預報(예보) : 예보, 예보하다. / 云(운) : ~라고 하다.靑天(청천) : 푸른 하늘. / 可周望(가주망) : 두루 볼 수 있다. 원문의 “하루 종일”이 아래 시구에서도 보이고 있어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고쳐 표현한 것이다.天邊(천변) : 하늘 가. / 一陣風(일진풍) : 한 줄기 바람. ※ 이 구절과 아래 구절은 원시를 약간 의역하는 과정에서 원시에는 없는 시어들이 더러 보태졌다.吹到(취도) : <바람이> 불어서 ~에 이르다. / 心中(심중) : 마음속. / 凉(량) : 시원하다.地上(지상) : 땅 위.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數種(수종) : 몇 종. 이 역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花(화) : 꽃盡日(진일) : 하루 종일. / 隱隱(은은) : 은은
<사진 출처 : baidu>※ 오늘 소개하는 시와 해설은 역자가 예전에 작성하였던 논문인 <詩眼論(시안론)>에서 가져와 다소 손을 본 것인데, 해설은 시 전체가 아니라 시구(詩句) 일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題李凝幽居(제이응유거) 賈島(가도) 閒居少隣幷(한거소린병)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僧推月下門(승퇴월하문)過橋分野色(과교분야색)移石動雲根(이석동운근)暫去還來此(잠거환래차)幽期不負言(유기불부언) [주석]題(제) : 애초에는 건물의 벽이나 기둥, 서화(書畵) 등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기물에 시를 적는 것을 의미하였는데(때로 거기에 적은 시를 가리키기도 함), 나중에는 읊고자 하는 아무 대상 앞에 이 글자를 적어, 읊는 대상을 특정하기도 하였다. / 李凝(이응) : 가도(賈島)와 교유하였던 당(唐)나라 말기의 은자이다. / 幽居(유거) : 그윽한 처소, 고요한 거처.賈島(가도) : 당(唐)나라 말기의 시인으로 자는 낭선(浪仙)이다. 애초에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하여 장강 주부(長江主簿)를 지내기도 하였지만, 일생을 독신으로 가난하게 살았다. 퇴고(推敲)라는 말의 유래가 된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閒居(한거) : 한가하게 살다, 한적하게 살다. / 少隣幷(소린병) : 함께 하는 이웃이 적다.草徑(초경) : 풀 길. / 入荒園(입황원) : 황량한 정원에 들다.鳥宿(조숙) : 새가 ~에 깃들다. / 池邊樹(지변수) : 연못가의 나무. ‘邊(변)’이 ‘中(중)’으로 된 판본도 있다.僧推(승퇴) : 스님이 ~을 밀다. ‘推(퇴)’가 ‘敲(고)’로 된 판본도 있다. / 月下門(월하문) : 달빛 아래의 문.過橋(과교) : 다리를 지나다. / 分野色(분
천뢰(天籟) 오수록 벼락처럼모든 벽을 뚫고 난관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내 귀에 와 닿는다 [태헌의 한역]天籟(천뢰) 如霹透壁墻(여벽투벽장)盡破諸難關(진파제난관)始到吾耳傍(시도오이방) [주석]天籟(천뢰) : 하늘에서 나는 소리. 곧 바람소리, 천둥소리, 빗소리 따위.如霹(여벽) : 벼락처럼. / 透壁墻(투벽장) : 벽과 담을 투과하다, 벽과 담을 뚫다. ‘墻’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盡(진) : 모두, 다. / 破(파) : ~을 깨다, ~을 무너뜨리다. / 諸難關(제난관) : 여러 난관, 모든 난관.始(시) : 비로소, 바야흐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到(도) : ~에 이르다, / 吾耳傍(오이방) : 나의 귓가. [한역의 직역]천뢰 벼락처럼 벽과 담을 뚫고모든 난관 다 무너뜨리고비로소 내 귓가에 닿는다 [한역노트]이 시를 오늘 처음으로 마주하였을 독자들 대부분은 제목에서 멈칫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역자가 작성한 주석을 미리 보지 않았다면, 한문이나 동양문화에 웬만큼 관심이 있고 어지간히 공부했다 하더라도 ‘籟’의 뜻을 바로 알아채지 못한 독자들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시의 제목으로 쓰인 “천뢰”는 간단히 말해 ‘하늘에서 나는 소리’라는 뜻이다. 이 천뢰는 ‘지뢰(地籟)’, ‘인뢰(人籟)’와 함께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 첫머리에 보이는 삼뢰(三籟) 가운데 하나이다. 장자에 의하면 ‘지뢰’는, 땅 위에 있는 모든 구멍들[사물들]이 바람에 부딪혀 만들어내는 각종의 소리이다. 간단히 말해 ‘땅에서 나는 소리&rsquo
<그림 제공 : 김봉수님><사진 제공 : 서한수님>※칼럼 제목으로 적은 “唐津別莊美人梅(당진별장미인매)”는 정식 제목을 편의상 약칭한 것입니다. 오늘 살펴볼 아래 시는 매우 고난도의 작품이기 때문에, 원시와 번역시 및 주석을 상호 참조하기에 편하도록 하기 위하여, 매구마다 원문자로 구수(句數)를 표시하였습니다. [번역노트]를 제대로 감상하시려면 최소한 [주석] ⑤, ⑥, ⑦, ⑧의 내용은 반드시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唐津別莊予不在時靑齊兄見訪植數株梅樹其品種名美人梅今日來賞有謝惠作以簡之(당진별장여부재시청제형견방식수주매수기품종명미인매금일래상유사혜작이간지) 李永朱(이영주)①眼疑美樹佇迎吾(안의미수저영오)②賓訪空莊暗植渠(빈방공장암식거)③或憫如鰥生燥槁(혹민여환생조고)④以希結伴共居諸(이희결반공거저)⑤輞川睛點圖方活(망천정점도방활)⑥和靖心開興自餘(화정심개흥자여)⑦惠顧助營三徑院(혜고조영삼경원)⑧謝衷只寄八行書(사충지기팔항서) [주석]唐津別莊(당진별장) : <시인의> 당진에 있는 별장. / 予不在時(여부재시) : 내가 있지 않을 때. / 靑齊兄(청제형) : 청제 형. 청제(靑齊) 김봉수(金鳳洙) 선생을 친근하게 칭한 말이다. / 見訪(견방) : 방문을 받다. 시인 입장에서는 방문을 받은 것이지만 청제 선생 입장에서는 방문을 한 것이므로 ‘방문하여’로 번역해도 무방하다. / 植數株梅樹(식수주매수) : 몇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다. / 其品種名美人梅(기품종명미인매) : 그 품종의 이름이 미인매이다. / 今日來賞(금일래상) : 오늘 와서 감상하다. / 有謝惠作(유사혜작) : ‘謝惠’가 선물을 받은 데 대하여 감
詠靜巖(영정암) 姜聲尉(강성위) 巖也千古本無言(암야천고본무언)以靜加上意何若(이정가상의하약)不變不動能做箴(불변부동능주잠)心靜如巖可爲藥(심정여암가위약) [주석]詠靜巖(영정암) : 정암을 노래하다. 정암은 김위학(金位學) 약사의 아호(雅號)이다.巖也(암야) : 바위는. ‘也’는 주어 뒤에 놓여 주어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 千古(천고) : 천고에, 천고토록. / 本(본) : 본래, 애초에. / 無言(무언) : 말이 없다.以靜加上(이정가상) : ‘靜’을 위에 더하다, ‘고요함’을 위에 더하다. 앞 구절에 나온 ‘巖’자 위에 고요함을 뜻하는 ‘靜’자를 더한다는 의미이다. / 意何若(의하약) : 뜻은 어떠한가? 뜻은 무엇과 같은가?不變(불변) : 변하지 않다, 변하지 않음. 바위의 속성 가운데 하나로 거론한 것이다. / 不動(부동) : 움직이지 않다, 움직이지 않음. 이 역시 바위의 속성 가운데 하나로 거론한 것이다. / 能做箴(능주잠) : 침으로 삼을 수 있다, 침으로 삼을 만하다.心靜(심정) : 마음이 고요하다, 마음의 고요함. / 如巖(여암) : 바위와 같다. / 可爲藥(가위약) : 약으로 삼을 수 있다, 약으로 삼을 만하다. [번역]정암을 노래하다 바위는 천고토록 애초에 말이 없는데고요함을 위에다 더한 뜻은 어떠한가불변과 부동이 침으로 삼을 만하다면바위처럼 맘 고요함은 약 될 수 있지 [시작노트]‘정암’은 필자의 첫 사회 제자인 김위학(金位學) 약사의 아호(雅號)인데, 2019년 여름에 필자가 직접 지어 선물한 것이다. 그리고 이 호시(號詩)는 그해 초겨울에 지어둔 초고를 최근에 몇 글자 고쳐 마무리한 것이다. 호에 더해 호시까지 지었을 정도로 필자와 김
방울새 작사 : 정주희작곡 : 정주희노래 : 이수미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나무에 앉지 마라우리 님이 오시면 보여드린단다꽃향기 맡고서 우리 님이 오시면너랑 나랑 둘이서 마중 나가자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가지에 앉지 마라우리 님이 오시면 보여드린단다꽃소식 듣고서 우리 님이 오시면너랑 나랑 둘이서 마중 나가자 [태헌의 한역]黃雀(황작) 鳥兮鳥兮黃雀兮(조혜조혜황작혜)勸汝須莫坐花樹(권여수막좌화수)情人若來(정인약래)欲示花舞(욕시화무)情人或聞花香來(정인혹문화향래)吾願與汝共迎候(오원여여공영후) 鳥兮鳥兮黃雀兮(조혜조혜황작혜)勸汝須莫坐花枝(권여수막좌화지)情人若來(정인약래)欲示花姿(욕시화자)情人或聞花信來(정인혹문화신래)吾願與汝共出籬(오원여여공출리) [주석]黃雀(황작) : 보통은 꾀꼬리나 참새의 뜻으로 쓰이지만, 방울새가 참새목이고 그 날개가 노란 빛이어서 ‘黃雀’으로 표기해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로 오늘날 중국에서는 방울새를 ‘금시작(金翅雀)’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금빛 날개를 가진 참새라는 뜻이다. 또 검은머리방울새는 달리 ‘黃雀’으로 칭하고 있기도 하다.鳥兮(조혜) : 새야!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이다.勸汝(권여) : 너에게 ~을 권하다. / 須莫(수막) : 모름지기 ~을 하지 마라. / 坐花樹(좌화수) : 꽃나무에 앉다.情人(정인) : 애인, 사랑하는 사람. 서로 사랑하는 남녀 가운데 한쪽을 지칭한다. 원시의 “우리 님”을 한역한 표현이다. / 若(약) : 만약. / 來(래) : 오다.欲示(욕시) : ~을 보여주고 싶다, ~을 보여주련다. / 花舞(화무) : 꽃의 춤.或(혹) : 혹시, 어쩌면. / 聞花香(문화향) : 꽃향기
<사진 출처 : Baidu>贈汪倫(증왕륜) 李白(이백) 李白乘舟將欲行(이백승주장욕행)忽聞岸上踏歌聲(홀문안상답가성)桃花潭水深千尺(도화담수심천척)不及汪倫送我情(불급왕륜송아정) [주석]贈汪倫(증왕륜) : 왕륜에게 <시를 지어> 주다. 왕륜은 도화담(桃花潭)에서 가까운 가촌(賈村)에 살았던 호방한 선비로 알려진 인물이다.李白(이백) :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성당(盛唐) 시기의 대시인으로 자(字)는 태백(太白), 호(號)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乘舟(승주) : 배를 타다. / 將(장) : 장차, 막. / 欲行(욕행) : 가려고 하다, 떠나려고 하다.忽(홀) : 문득, 불현듯. / 聞(문) : ~이 들리다, ~이 들려오다. / 岸上(안상) : 언덕 위. / 踏歌(답가) : 서로 손을 잡고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어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 聲(성) : 소리.桃花潭水(도화담수) : 도화담의 물. 도화담은 안휘성(安徽省) 경현(涇縣) 서남쪽에 위치한, 장강(長江)의 지류인 청익강(靑弋江)의 한 물굽이인데, 『일통지(一統誌)』에서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其深不可測]”고 했을 정도로 물이 깊기로 유명하였다. / 深千尺(심천척) : <물의> 깊이가 천 자이다.不及(불급) : ~에 미치지 못하다. / 送我情(송아정) : 나를 전송(餞送)하는 정(情). [번역]왕륜에게 주다 나 이백이 배를 타고막 떠나려고 하였더니문득 언덕 위에서 들려오는,발 구르며 부르는 노래 소리!도화담의 물이깊이가 천 자라지만왕륜이 나를 전송하는 정에는미치지 못하리라. [번역노트]이 시는, 시를 지어 전해주는 주체인 이백(李白)이 시의 본문 안에다 자신의 이름과 시를 받게 될 상대방의 이름까지 명시한, 그 유례(類例)를 찾기 어려운
<사진 제공 : 정은기 님>친구에게 정은기 그 마음 저울로 달아본 적 없고그 생각 자로 재본 적도 없었지 내 서툰 삶에내 사막 같은 가슴에환하게 들어와꽃을 피워주는 너 그 이름 가만히 불러보니세상이 온통 행복이구나 [태헌의 한역]向親舊(향친구) 曾無衡汝心(증무형여심)亦無度汝思(역무도여사)吾生誠拙澀(오생성졸삽)吾胸如沙地(오흉여사지)汝入胸與生(여입흉여생)明朗使開花(명랑사개화)低呼汝姓名(저호여성명)世上滿休嘉(세상만휴가) [주석]向親舊(향친구) : 친구에게.曾(증) : 일찍이.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無(무) : ~이 없다, ~을 한 적이 없다. / 衡汝心(형여심) : 너의 마음을 저울질하다.亦(역) : 또, 또한. / 度汝思(도여사) : 너의 생각을 재보다.吾生(오생) : 내 삶. / 誠(성) : 진실로, 정말.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拙澀(졸삽) : 서툴다, 굼뜨고 서툴다. ※ 이 구절은 원시의 “내 서툰 삶”을 문장으로 고친 것이다.吾胸(오흉) : 내 가슴. / 如沙地(여사지) : 사막과 같다. ※ 이 구절은 원시의 “내 사막 같은 가슴”을 문장으로 고친 것이다.汝入胸與生(여입흉여생) : 네가 <내> 가슴과 <내> 삶에 들어오다.明朗(명랑) : 밝고 환하게. / 使開花(사개화) : <내 가슴과 내 삶으로> 하여금 꽃피게 하다.低(저) : 나직이. 원시의 “가만히”에 대한 역어(譯語)로 역자가 골라본 말이다. / 呼(호) : <이름 따위를> 부르다. / 汝姓名(여성명) : 너의 이름.世上(세상) : 세상. / 滿休嘉(만휴가) : 경사스런 일이 가득하다, 경사스런 일로 가득하다. ‘休嘉’는 기
客至(객지) 杜甫(두보)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북개춘수)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래)花徑不曾緣客掃(화경부증연객소)蓬門今始爲君開(봉문금시위군개)盤飧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樽酒家貧只舊醅(준주가빈지구배)肯與隣翁相對飮(긍여인옹상대음)隔籬呼取盡餘杯(격리호취진여배) [주석]客至(객지) : 손님이 오다.杜甫(두보) : 시성(詩聖)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성당(盛唐) 시기의 대시인으로 자(字)는 자미(子美), 호(號)는 소릉(少陵) 또는 두릉로(杜陵老)이다.舍南(사남) : 집 남쪽, 곧 집 앞. / 舍北(사북) : 집 북쪽, 곧 집 뒤. / 皆(개) : 모두, 다. / 春水(춘수) : 봄물.但見(단견) : 다만 ~이 보일 뿐이다. / 群鷗(군구) : 떼를 지은 갈매기, 갈매기 떼. / 日日(일일) : 날마다. / 來(래) : 오다.花徑(화경) : 꽃길. / 不(부) : ~을 하지 않다. 아래의 ‘曾緣客掃(증연객소)’를 부정하는 말이다. / 曾(증) : 일찍이. / 緣客掃(연객소) : 손님으로 인하여 <길을> 쓸다. 손님이 온다고 하여 길을 쓴다는 말이다.蓬門(봉문) : 쑥대로 만든 사립문. 가난한 사람의 집이나 자기 집을 낮추어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 今(금) : 지금, 오늘. / 始(시) : 비로소, 처음으로. / 爲君開(위군개) : 당신을 위하여 열다. 여기서 ‘君’은 손님으로 온 ‘최명부(崔明府)’를 가리키는데, 명부는 현령(縣令)의 이칭이다.盤飧(반손) : 소반(小盤)의 밥. / 市遠(시원) : 시장이 멀다. 이 두 글자는 ‘盤飧無兼味(반손무겸미)’ 사이에 삽입된 말이다. / 無兼味(무겸미) : 맛을 곁들일 것이 없다. 밥을 맛있게 먹을 반찬이 없다는 뜻이다.樽酒(준주) : 술동이에 담긴 술. / 家貧(가빈) : 집이 가난하다. 이 두 글자는 ‘樽
※공방지기 본인이 2019년 6월 26일 이래로 한경닷컴 “The Pen”에서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 가운데 일부를 묶어 이번 달에 책으로 간행하였습니다. 이 책의 출간을 자축하는 의미로 이 자리에 책의 간략한 서지사항과 함께 서문 및 목차를 붙여두어 기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책이 간행된 뒤인 엊그제 밤에 산보를 하다가 우연히 떠오른 시상을 바탕으로 엮어본 3구시 하나를, 책을 낸 후의 소감으로 삼아 말미에 붙여두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환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끄럽게 소개합니다. 다들 빛나는 계절이 되시기를 빕니다. 태헌 재배 □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서지사항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강성위 지음|푸른사상 교양총서 16152×224×21mm320쪽|26,000원|ISBN 979-11-308-1905-1 03810 | 2022.4.5□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의 서문 : 책머리에나는 산처럼 서서 널 생각한다.吾立如山思吾君(오립여산사오군) 신석정(辛夕汀) 선생의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에 보이는 이 시구 하나가 저자에게 우리 현대시를 한시(漢詩)로 옮기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사실 그전에도 가끔 한글 카피나 문구 등을 한시 구절로 옮겨 보고, 또 지인이 지은 한글시를 재미삼아 한시로 재구성해보기는 했지만, 현대시를 본격적으로 번역해보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선생의 이 시구를 한시 구절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소개한 뒤부터였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중문학과 이정훈 선생의 꼼꼼한 조언과, 한국경제신문사 고두현 논설위원의 따스한 제안과, 푸른사상출판사 맹문
사월 임보 도대체 이 환한 날에누가 오시는 걸까 진달래가 저리도고운 치장을 하고 개나리가 저리도노란 종을 울려대고 벚나무가 저리도 높이축포를 터뜨리고 목련이 저리도 환하게등불을 받쳐 들고 섰다니 어느 신랑이 오시기에저리도 야단들일까? [태헌의 한역]四月(사월) 如此燦日何人來(여차찬일하인래)杜鵑如彼治粧妖(두견여피치장요)連翹何鳴黃鐘多(연교하명황종다)櫻樹何放祝砲高(앵수하방축포고)木蓮明朗擧燈立(목련명랑거등립)何郞將到如彼騷(하랑장도여피소) [주석]四月(사월) : 4월.如此(여차) : 이처럼, 이렇게, 이리도. / 燦日(찬일) : 찬란한 날, 빛나는 날, 환한 날. / 何人來(하인래) : 어느 사람이 오는가, 누가 오는가?杜鵑(두견) : 진달래. / 如彼(여피) : 저처럼, 저렇게, 저리도. / 治粧妖(치장요) : 치장이 예쁘다, 예쁘게 치장하다.連翹(연교) : 개나리. / 何鳴黃鐘多(하명황종다) : 어찌나 많이 노란 종을 울리나?櫻樹(앵수) : 벚나무. / 何放祝砲高(하방축포고) : 어찌나 높이 축포를 터뜨리나?木蓮(목련) : 목련. / 明朗(명랑) : 밝고 환하게. / 擧燈立(거등립) : 등불을 들고 서다.何郞(하랑) : 어떤 신랑, 어느 신랑. 역자가 ‘郞’을 젊은이, 신랑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말이다. / 將到(장도) : 장차 오다, 곧 오다. / 騷(소) : 소란스럽다, 야단스럽다. [한역의 직역]사월 이리도 환한 날에 누가 오시는 걸까진달래가 저리도 예쁘게 치장하였네개나리는 어찌나 많이 노란 종 울리고벚나무는 어찌나 높이 축포 터뜨리나목련이 밝고 환하게 등불 들고 섰나니어느 신랑이 장차 오기에 저리도 소란일까? [한역노트]“사월”의 환한 날이라고 하면 &ls
<제자(題字) : 서예가 심산(心山) 강성태(姜聲泰)> □ 코너 제목을 '한시공방(漢詩工房)'으로 개편하며 '한시공방'이라는 말은 대략 20여 년 전에 필자가 만들어둔 명칭이었다. 한시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코너를 운영하려고 하였던 애초의 계획은 준비 부족 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그 생각만큼은 오래도록 머리맡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필자가 어느 월간 문학잡지의 한 코너를 맡아 이 '한시공방'이라는 명칭을 간판으로 내걸고 칼럼을 집필하게 되었기에, 한경닷컴 'The Pen'의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이 코너 제목 역시 여기에 맞추어 '한시공방(漢詩工房)'으로 개편하고자 한다. '한시공방'은 간단히 말해 한시는 한글 시로 번역하고, 한글 시는 한시로 번역하여 감상해보는 코너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 쌍방향의 번역물을 가지고 칼럼을 진행하는 것은, 잘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될 칼럼 가운데 첫 번째는 국적(國籍)과 시대(時代), 작가(作家)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한시로 작성된 원시(原詩)를 한글 시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뒤에 감상하는 칼럼이 될 것이다. 근·현대인의 한시는 물론 필자의 자작 한시까지도 간간이 선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유시든 시조든 동시든 관계없이 한글로 작성된 원시를 한시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뒤에 감상하는 칼럼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좀은 특별하게 산문 가운데 시적인 대목을 시처럼 행을 나누어 한시로 번역하는 일도 곁들여볼 예정이다.한자로 작성된 한시는 그
낚시꾼과 시인 이생진 그들은 만재도에 와서 재미를 못 보았다고 한다낚싯대와 얼음통을 지고 배를 타기 직전까지도그 말만 되풀이했다날보고 재미 봤냐고 묻기에나는 낚시꾼이 아니고 시인이라고 했더니시는 어디에서 잘 잡히느냐고 물었다등대 쪽이라고 했더니머리를 끄덕이며 그리로 갔다 [태헌의 한역]釣客與詩人(조객여시인) 衆曰吾等到滿財(중왈오등도만재)而今不得享滋味(이금부득향자미)竟至上船重言復(경지상선중언부)于余忽問滋味未(우여홀문자미미)答曰余非釣客是詩人(답왈여비조객시시인)還問詩者何處可易漁(환문시자하처가이어)伊余對以燈臺邊(이여대이등대변)衆客點頭向彼如(중객점두향피여) [주석]* 釣客(조객) : 낚시하는 사람, 꾼. / 與(여) : ~와, ~과. 명사를 병렬하는 접속사이다. / 詩人(시인) : 시인.衆曰(중왈) : 여러 사람들이 ~라고 말하다. / 吾等(오등) : 우리, 우리들. / 到(도) : ~에 오다, ~에 도착하다. / 滿財(만재) : 만재도(滿財島) : 만재도(晩才島) 혹은 만재도(晩材島)로 표기하기도 하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작은 섬으로 낚시로 유명하다.而今(이금) : 지금, 지금까지. / 不得(부득) : ~을 하지 못하다. / 享滋味(향자미) : 재미를 보다. ‘滋味’는 맛있는 음식이나 맛이라는 뜻 외에도 흥취, 재미라는 뜻도 있는 한자어이다.竟(경) : 마침내.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至上船(지상선) : 배를 탈 때까지. ‘上船’은 ‘승선(乘船)’과 같은 말이다. / 重言復(중언부) : 같은 말을 다시 (되풀이하다). 간단히 중언부언(重言復言)의 줄임말로 이해해도 된다. ※ 지금까지의 3구는 원시의 첫 3행을 약
인생의 주소 문무학 젊을 적 식탁에는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고작 꽃병과 약병그 사이에 있던 것을 [태헌의 한역]人生住所(인생주소) 盛時食卓花甁設(성시식탁화병설)老日食卓藥甁列(노일식탁약병렬)嗚呼人生如何看(오호인생여하간)只在花甁藥甁間(지재화병약병간) [주석]人生(인생) : 인생. / 住所(주소) : 주소.盛時(성시) : 혈기가 왕성한 시기, 젊을 때. / 食卓(식탁) : 식탁. / 花甁(화병) : 꽃병. / 設(설) : 놓다, 놓이다.老日(노일) : 늙은 날, 늙었을 때. / 藥甁(약병) : 약병. / 列(열) : 줄을 짓다, 줄지어 서다.嗚呼(오호) : 아아! ‘嗚呼’는 감탄사이다. / 如何看(여하간) : ~을 어떻게 볼까? ~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여기서 이 ‘如何看’의 목적어는 앞에 나온 ‘人生’이다. 이 대목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의문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只(지) : 다만, 오직, 그저. / 在(재) : ~에 있다. ‘在’의 의미상 주어는 윗 구절에 보이는 ‘人生’이다. / 花甁藥甁間(화병약병간) : 꽃병과 약병 사이. [한역의 직역]인생의 주소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이 줄을 선다아아! 인생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꽃병과 약병 사이에 있을 뿐인 것을 [한역 노트]SNS상에서 위의 그림을 지인으로부터 받고 역자가 처음으로 보인 반응은 “한시로 될 듯하네요.”였다. 언제부턴가 한글로 된 시나 글귀만 보면 한시로 번역이 가능할까를 가늠해보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평범한 네티즌이 가볍게 쓴 글로는 보이지 않아 조심스럽게 검색을 시도해본 결과, 놀랍
빨랫줄 유은정 하늘에 고민 하나 널어놨더니바짝 말라 사라져 버렸다 아쉬움도 하나 널어놨더니슬며시 바람이 가져갔다 내 마음도 널어보았더니사랑비가 쏟아지더라 너의 마음도 널어보면뭐가 내릴까? [태헌의 한역]曬衣繩(쇄의승) 一曬苦悶於天中(일쇄고민어천중)乾燥而滅無尋處(건조이멸무심처)又曬一遺憾(우쇄일유감)天風暗帶去(천풍암대거)還曬吾人心(환쇄오인심)愛雨忽沛然(애우홀패연)若曬吾君心(약쇄오군심)何物自此傳(하물자차전) [주석]* 曬衣繩(쇄의승) : 옷을 <햇볕에> 말리는 줄, 빨랫줄. ‘曬’는 햇볕에 쬐어 말린다는 뜻이다.一(일) : 한 번, 한 차례. / 苦悶(고민) : 고민. / 於天中(어천중) : 하늘 가운데에, 하늘에. ‘於’는 처소를 나타내는 개사이다.乾燥而滅(건조이멸) : 말라서 사라지다. ‘乾燥’는 마르다, 말린다는 뜻이다. / 無尋處(무심처) : 찾을 곳이 없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뜻이다.又(우) : 또, 또한. / 遺憾(유감) : 유감, 아쉬움.天風(천풍) : 보통은 하늘 높이 부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나 그냥 바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 暗(암) : 몰래, 슬며시. / 帶去(대거) : 데리고 가다.還(환) : 다시, 게다가. / 吾人(오인) : 나. / 心(심) : 마음.愛雨(애우) : 사랑 비. 원시에 쓰인 “사랑비”를 한자로 조어(造語)해본 말이다. / 忽(홀) : 문득, 갑자기.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沛然(패연) :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모양.若(약) : 만약. / 吾君(오군) : 당신, 그대, 너.何物(하물) : 무슨 물건, 무엇. / 自此(자차) : 이로부터, 빨랫줄로부터.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
<사진 설명 : 필자의 동생인 서예가 심산 강성태의 붓걸이 사진(위)과 필자의 졸시 <가제필가>를 쓴 묵적(아래).>家弟筆架(가제필가) 姜聲尉(강성위) 祖妣孤墳位土邊(조비고분위토변)山桑一樹老爲仙(산상일수로위선)刈草同生採根後(예초동생채근후)終成筆架立窓前(종성필가립창전) [주석]* 家弟(가제) : 동생. 보통 남에게 자기 아우를 겸손하게 일컫는 말로 쓰인다. / 筆架(필가) : 붓걸이.祖妣(조비) : 돌아가신 할머니를 칭하는 말. / 孤墳(고분) : 외로운 무덤. 보통 외따로 떨어져 있는 무덤을 가리킨다. / 位土(위토) : 집안의 제사나 이와 관련된 일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마련된 토지를 가리킨다. / 邊(변) : ~의 가, ~의 가장자리.山桑(산상) : 산뽕나무. / 一樹(일수) : 한 그루의 나무, 나무 한 그루. / 老爲仙(노위선) : 늙어 신선이 되다. 곧 죽었다는 말이다.刈草(예초) : 풀을 베다. / 同生(동생) : 동생, 아우. / 採根(채근) : 뿌리를 캐다. / 後(후) : ~한 후에.終(종) : 마침내, 결국. / 成(성) : ~을 만들다, ~을 완성하다. / 立窓前(입창전) : 창 앞에 세우다. [번역]동생의 붓걸이 할머니 외로운 무덤위토 가장자리에산뽕나무 한 그루가늙어 신선이 되었는데풀을 베던 동생이그 뿌리 캔 후에마침내 붓걸이 만들어창 앞에 세워두었네 [시작 노트]할머니와 함께 같은 세월을 보낸 적이 있거나 지금도 할머니와 함께 같은 세월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면 어느 누군들 할머니와의 인연이 예사롭기만 할까만, 필자만큼 다소 극적인 사연이 있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듯하다. 필자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필자의 자취방으로 오셔서 몇 달 동안 밥을 해주셨던 할머니는, 1년
이 겨울엔 홍해리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흰 눈이 천지 가득 내려 쌓이고수정 맑은 물소리도 들려오는데먼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이 겨울엔 무작정 길 위에 서자. [태헌의 한역]此冬(차동) 此冬不問出宇庭(차동불문출우정)白雪飛下滿地積(백설비하만지적)淸如水晶水聲聽(청여수정수성청) 遠處夕燈心心亮(원처석등심심량)世上何人不迎君(세상하인불영군)此冬不問立途上(차동불문립도상) [주석]* 此冬(차동) : 이 겨울, 이 겨울에.不問(불문) : 묻지 말고, 무작정. / 出宇庭(출우정) : 집을 나서다. ‘宇庭’은 집과 뜰이라는 뜻인데 ‘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白雪(백설) : 흰 눈. / 飛下(비하) : 날아 내리다. / 滿地積(만지적) : 땅에 가득 쌓이다.淸如水晶(청여수정) : 맑기가 수정과 같다. 원시의 “수정 맑은”을 역자는 ‘수정처럼 맑은’으로 이해하였다. / 水聲聽(수성청) : 물소리가 들리다, 물소리 들려오다.遠處(원처) : 먼 곳, 먼 곳에서. / 夕燈(석등) : 저녁 등불. / 心心亮(심심량) : 마음마다 밝아지다, 가슴마다 켜지다. ‘亮’은 보통 밝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등불 따위가 켜진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世上(세상) : 세상. / 何人不迎君(하인불영군) : 어떤 사람이 그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 이 구절은 원시의 “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를 살짝 의역하여 재구성한 것이다.立(입) : 서다, ~에 서다. / 途上(도상) : 길 위. [한역의 직역]이 겨울엔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흰 눈 날아 내려 땅에 가득 쌓이고맑기가 수정 같은 물소리 들려오리니 먼 데서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세상
겨울 아침풍경 김종길 안개인지 서릿발인지시야는 온통 우윳빛이다먼 숲은가즈런히 세워놓은팽이버섯, 아니면 콩나물그 너머로 방울토마토만한아침 해가 솟는다 겨울 아침 풍경은한 접시 신선한 쌜러드다만 초록빛 푸성귀만이 빠진 [태헌의 한역]冬朝風景(동조풍경) 霧耶霜花耶(무야상화야)眼前色如牛乳汁(안전색여우유즙)遠林又何若(원림우하약)恰似針菇豆芽立(흡사침고두아립)隔林朝日昇(격림조일승)大如小番茄(대여소번가)冬朝風景是沙拉(동조풍경시사랍)只缺靑靑蔬與瓜(지결청청소여과) [주석]* 冬朝(동조) : 겨울 아침. / 風景(풍경) : 풍경. ※ 시의 제목은 “겨울”과 “아침풍경”을 합한 말이지만 역자는 “아침”을 “겨울”과 합한 개념으로 한역하였다.霧耶(무야) : 안개인가? ‘耶’는 의문을 나타내는 어기사이다. / 霜花(상화) : 서리꽃, 서릿발.眼前(안전) : 눈앞. 원시의 “시야”를 달리 표현한 말이다. / 色(색) : 색, 빛깔. / 如(여) : ~과 같다. / 牛乳汁(우유즙) : 소의 젖, 우유. 압운 등을 고려하여 우유를 세 글자의 한자어로 표현한 것이다. ‘乳汁’은 젖이라는 뜻이다.遠林(원림) : 먼 숲. / 又何若(우하약) : 또 무엇과 같은가? 행문(行文)의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보탠 말이다.恰似(흡사) : 마치 ~과 같다. / 針菇(침고) : 팽이버섯을 나타내는 ‘金針菇(금침고)’를 줄여서 칭한 말이다. / 豆芽(두아) : 콩나물을 나타내는 ‘두아채(豆芽菜)’를 줄여서 칭한 말이다. / 立(립) : 서다, 세우다.隔林(격림) : 숲 너머에서. 원시의 “그 너머로”를 지시사 없이 한역한 표현이다. / 朝日(조일) : 아침 해. / 昇(승)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