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가 주인이라면 누구나 임대차 계약금이 상승하기를 원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한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통상 월세 기준은 이미 형성된 주변 시세를 기초로 임대인의 요구에 맞추게 됩니다. 몇 백만원, 몇 십만원 등으로 책정됩니다.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개별성이 강합니다. 그렇다보니 상가는 동일 건물내 호수별, 층별로 몸값이 천차만별이라 임대료 수준도 다릅니다. 대체적으로 상가는 1층 10평 소유주가 지하 1층, 2층 20~30평 면적을 가진 소유주 보다 월세를 몇배 더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1층이 접근성과 가시성 등 일반적인 조건이 좋습니다. 상가 몸값이 다른 층보다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그 반대의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상가는 공식이 없는 물건’이라고 주구장창 부르짖을 만큼 독특한 부동산 상품입니다.

자리에 '목숨'거는 시대는 갔다…C급 상권에서 A급 상가 가능

상가는 왜 이렇게 정해진 값이 없을까요? 이 대목에서 상가 월세(임대료) 속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특히, 상가 임대료가 불변하는지 아니라면 왜 오르고 내리는지 그 요인에 대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의 자료를 분석결과 2018년 4분기 기준 1년새 가장 많이 오른 상권은 홍대·합정 상권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반적 시장 여건을 감안해 코로나19 이전 통계를 기초로 했습니다.) 반면, 1년새 임대료가 낮아진 상권은 신사역 상권 (-11.91%), 혜화동 상권(-5.97%), 명동 상권(-4.73%)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는 단순 통계값보다 상가 임대료는 보다 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상가 임대료는 재계약시 법적 허용 범위인 5%선을 올리거나 새로운 계약시 임대인이 예전 월세보다 상향된 수준에서 올릴 수 있습니다. 간혹 상권의 폭발적인 수요 유입으로 과거 경리단길, 가로수길처럼 임대료가 급상승하기도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임대료는 오름세를 계속 유지하지 않고 내리막길로 치닫는 사례도 많습니다. 최근의 사례로 살펴보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있습니다. 경리단길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임대료를 감당치 못한 임차인의 순차적 퇴장과 함께 상권의 특색이 사라지면서 결국은 상가 공실이 늘어난 겁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상가 임대료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인 겁니다.

주로 해외 유입 고객이 상권을 먹여살리는 명동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중국 관광객을 포함한 해외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빈 상가가 속출하고 주요 브랜드 매장들도 철수하는 등 상당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소비자 트렌드 미리 읽어야…콘텐츠·업종 경쟁력이 '핵심'

코로나19 종식 이후 대형상권의 회복력은 쉬울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임대료 조정은 상승보다 하락세로 향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온라인 구매가 소비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2000년대 동대문 시장을 이끌었던 패션몰의 쇠약도 상권내 임대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신도시(택지지구)의 미성숙된 상권은 어떨까요? 초기 선점에 나섰던 업종들이 수요 빈약 현실을 극복 못하거나 높은 임대료에 따른 장기 공실로 인해 임대료가 조정을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상권은 유기적이라 임대료의 상승과 하락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가 투자자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습니다. '상권'과 '상가'는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A급 상권에 C급 수준의 상가가 분명 존재하거나 C급 상권에 A급 수준 상가가 존재합니다.

월세는 ‘임차인 매출액’ 가운데 지출 부분에서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안다면 향후 상가 투자자들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상권은 이미 상권간의 경쟁, 유사 업종간의 경쟁을 피할수 없게된 시장입니다. ‘임대료’의 등락을 쥐고 있는 핵심 열쇠가 ‘콘텐츠’ 즉 ‘업종 경쟁력’입니다. ‘임차인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릴것이냐 하락세로 향할 것이냐’에 따라 월세의 향방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상가 임대인(건물주)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과거와는 달리 정보의 생산자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상권과 업종의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취향 소비자’가 급증했습니다. 강남, 명동 등 전통적인 강세 상권에서 과감히 이탈해 이색적이고 독특한 상권(골목)과 업종을 선택해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리’에 맹목적인 ‘목숨’을 거는 시대는 이제 갔습니다. 물론 여전히 중요한 투자 판단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내 상가에 누가 무슨 업종으로 많은 소비자들을 오게 하는가’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합 니다. 그래야 C급 상권에서 A급 상가를 만들 수 있는 지혜도 나올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상가 임대료는 임대인(공간제공)과 임차인(공간활용)과의 필연에서만 나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