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도 준비한다는 '실버타운' 이제라도 지어야 하는 이유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실버타운, 정식명칭은 ‘노인복지주택’
준주택으로 증가세 미미…수요 제한 상품으로 규제
노령화 증가세로 도심 수요 늘어…주상복합 대안 가능
실버타운, 정식명칭은 ‘노인복지주택’
준주택으로 증가세 미미…수요 제한 상품으로 규제
노령화 증가세로 도심 수요 늘어…주상복합 대안 가능
최근 TV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실버타운을 방문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도심형 실버타운과 경기도 가평에 있는 전원형 실버타운을 돌아보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이영자씨는 "빠르면 6~7년 안에 실버타운에 입주할 계획이다. 엄마와 내가 들어갈 곳을 찾아보려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버타운, 정확한 법적용어로는 ‘노인복지주택’입니다. 노인복지주택은 주택법이 아닌 노인복지법에 의거 분양, 매매 및 임대에 제한을 받는 준주택입니다.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20개소에 입소정원은 5645명이었으나, 2020년 현재에도 36개소 입소정원은 7925명에 불과합니다.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같은 기간 노인복지시설의 입소정원은 18만5103명이 증가한 반면, 노인복지주택만은 2280명 증가에 그친 겁니다. 수요제한 상품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공급하는 사업자도 없습니다. 정부 또한 주택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혈안이 되어 고령화에 따른 주거문제를 대비한다는 의식이 부족합니다. 물론 노인복지주택은 건축부지 취득에 관한 조세를 감면받고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완화된 시설 설치기준을 적용받는 등 보조와 혜택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실버타운을 늘리기는 역부족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고령화는 너무나 급속하게 다가오는 불청객입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8년 고령화율은 14.8%를 기록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예측에 의하면 2050년 우리의 고령화율은 37.4%로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팬데믹 상황으로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고령화율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실버타운과 같은 노인을 위한 주거시설이 지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가장 먼저 일어날 일은 도심회귀입니다. 실버타운은 서비스산업의 특징을 가집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의료입니다. 만 60세가 넘으면 실버타운에 입소할 수 있지만 사실 입소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가 훌쩍 넘습니다. 나이 들어 느끼는 가장 큰 위험은 '건강'입니다. 대형병원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나라는 당연히 노인들이 도심을 떠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직주근접의 중요성이 더 커져 도심에 자리를 잡아야하는 젊은이들이 노인들과 주거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도시 도심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버타운이 지어지지 않으면 아파트 내 서비스 기능이 추가될 가능성 또한 큽니다. 어차피 의료를 제외한다면 중장년층도 필요한 서비스들입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급식인 캐이터링(catering)입니다. 어찌 조식 서비스만일까요. 이미 건강지킴이로 나선 단지 내 헬스클럽 등도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상복합아파트가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최소 1000가구를 훌쩍 넘는 대단지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단지를 방문하면 상업시설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병원도 진료과목별로 모두 입점해있습니다. 아파트 상업시설 내에서 전연령층이 눈에 띄는 것은 이런 편의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노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일 겁니다. 수도권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한 지방의 경우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21년 상반기 지방광역시 주상복합 공급물량은 2545가구로 수도권 공급물량(2297가구)을 뛰어넘었습니다. 광역시의 도심 중심상권 개발과 함께 주상복합의 주무대가 지방으로 이동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들의 신고가 경신 또한 무섭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최근 2개월 동안(2021년 3월~5월) 6억5000만원이 올랐습니다.
일본의 경우 신도시 내 역 주변의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완판 행진 중입니다. 전원생활을 즐기던 노인들이 건강이 악화되면서 도심에 편의시설들이 완비된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과 일본의 이런 추세에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아파트 기능만 있는 곳이 아니라 문화와 상업 등 여러 기능이 결합된 주거복합시설이 필수입니다. 더불어 과거의 대형아파트는 관심이 떨어지고 중소형 면적이 인기입니다. 주상복합은 주상복합이되 새롭게 화장하고 꾸민 주상복합이라는 말입니다.
실버타운이 지어지지 않으면 해외 이주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인데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국내 은퇴(예정)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소위 은퇴 이민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들의 개인소득은 2008년 700만원에서 2020년 1558만원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최저생계비 수준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대부분이 휴양지라서 자연환경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국의 은퇴(예정) 계층을 흡수하기 위해 편의시설 또한 우리보다 월등하게 구비 중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노인주거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자금력 있는 은퇴계층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이민을 고민하는 계층이 노인들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잡코리아(Job Korea)에서 성인남녀 48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기회가 되면 이민 갈 생각이 있는가?’란 질문에 ‘있다’는 응답이 무려 70.8%였다고 합니다. 은퇴계층을 포용하지 못하는 나라는 젊은이나 중장년층에게도 희망이 없습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응답자들이 이민가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부의 관심과 정책지원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실버타운, 정확한 법적용어로는 ‘노인복지주택’입니다. 노인복지주택은 주택법이 아닌 노인복지법에 의거 분양, 매매 및 임대에 제한을 받는 준주택입니다.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20개소에 입소정원은 5645명이었으나, 2020년 현재에도 36개소 입소정원은 7925명에 불과합니다.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같은 기간 노인복지시설의 입소정원은 18만5103명이 증가한 반면, 노인복지주택만은 2280명 증가에 그친 겁니다. 수요제한 상품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공급하는 사업자도 없습니다. 정부 또한 주택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혈안이 되어 고령화에 따른 주거문제를 대비한다는 의식이 부족합니다. 물론 노인복지주택은 건축부지 취득에 관한 조세를 감면받고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완화된 시설 설치기준을 적용받는 등 보조와 혜택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실버타운을 늘리기는 역부족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고령화는 너무나 급속하게 다가오는 불청객입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8년 고령화율은 14.8%를 기록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예측에 의하면 2050년 우리의 고령화율은 37.4%로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팬데믹 상황으로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고령화율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실버타운과 같은 노인을 위한 주거시설이 지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가장 먼저 일어날 일은 도심회귀입니다. 실버타운은 서비스산업의 특징을 가집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의료입니다. 만 60세가 넘으면 실버타운에 입소할 수 있지만 사실 입소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가 훌쩍 넘습니다. 나이 들어 느끼는 가장 큰 위험은 '건강'입니다. 대형병원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나라는 당연히 노인들이 도심을 떠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직주근접의 중요성이 더 커져 도심에 자리를 잡아야하는 젊은이들이 노인들과 주거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도시 도심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버타운이 지어지지 않으면 아파트 내 서비스 기능이 추가될 가능성 또한 큽니다. 어차피 의료를 제외한다면 중장년층도 필요한 서비스들입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급식인 캐이터링(catering)입니다. 어찌 조식 서비스만일까요. 이미 건강지킴이로 나선 단지 내 헬스클럽 등도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상복합아파트가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최소 1000가구를 훌쩍 넘는 대단지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단지를 방문하면 상업시설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병원도 진료과목별로 모두 입점해있습니다. 아파트 상업시설 내에서 전연령층이 눈에 띄는 것은 이런 편의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노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일 겁니다. 수도권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한 지방의 경우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21년 상반기 지방광역시 주상복합 공급물량은 2545가구로 수도권 공급물량(2297가구)을 뛰어넘었습니다. 광역시의 도심 중심상권 개발과 함께 주상복합의 주무대가 지방으로 이동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들의 신고가 경신 또한 무섭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최근 2개월 동안(2021년 3월~5월) 6억5000만원이 올랐습니다.
일본의 경우 신도시 내 역 주변의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완판 행진 중입니다. 전원생활을 즐기던 노인들이 건강이 악화되면서 도심에 편의시설들이 완비된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과 일본의 이런 추세에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아파트 기능만 있는 곳이 아니라 문화와 상업 등 여러 기능이 결합된 주거복합시설이 필수입니다. 더불어 과거의 대형아파트는 관심이 떨어지고 중소형 면적이 인기입니다. 주상복합은 주상복합이되 새롭게 화장하고 꾸민 주상복합이라는 말입니다.
실버타운이 지어지지 않으면 해외 이주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인데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국내 은퇴(예정)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소위 은퇴 이민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들의 개인소득은 2008년 700만원에서 2020년 1558만원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최저생계비 수준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대부분이 휴양지라서 자연환경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국의 은퇴(예정) 계층을 흡수하기 위해 편의시설 또한 우리보다 월등하게 구비 중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노인주거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자금력 있는 은퇴계층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이민을 고민하는 계층이 노인들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잡코리아(Job Korea)에서 성인남녀 48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기회가 되면 이민 갈 생각이 있는가?’란 질문에 ‘있다’는 응답이 무려 70.8%였다고 합니다. 은퇴계층을 포용하지 못하는 나라는 젊은이나 중장년층에게도 희망이 없습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응답자들이 이민가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부의 관심과 정책지원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