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 광고.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 광고.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과 건설산업에서 위기론이 잠잠했던 시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전자에서는 상반기까지 지속되던 다주택자의 매물증가가 실현되지 않자 곧바로 집값거품론과 고점론, 금리인상론이 제기됩니다. 후자에선 지난 상반기에 한국은행이 올해도 건설투자의 플러스전환을 예상하며 대세가 확정됐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테이퍼링 등을 언급하며 언젠가는 위험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고수합니다. 분명 몇 년 이내에 수주감소와 미분양주택, 세계경기같은 고전적인 떡밥도 다시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10년 정도만 보더라도 저들의 주장은 들어맞은 적이 없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1년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유사한 위기론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습니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내용은 간단합니다. 금리가 연이어 오를 것이기에 ‘위험’하거나 ‘부담’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이다. 부동산시장은 가격하락의 여지도 있으니 무리해서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고, 건설산업도 앞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기존의 주장으로 회귀합니다.

한때 유행했던 집값폭락론의 핵심트리거는 미국의 금리인상이었지만, 이번에는 국내에서 금리인상이라는 선제조치가 취해졌다는 점은 다릅니다. 변동폭이 얼마든 금리가 인상되면 운용자산이나 대출규모가 큰 주체들부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들은 주로 기업, 자산운용사, PF시행사같은 기관투자들입니다. 개인이라도 큰 빌딩을 매입했거나 사업자금 등의 큰 대출을 안고 있다면 상황은 같습니다. 이때의 부동산자산은 일반주택보다는 상업용부동산일 가능성이 높고, 민간건설투자도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같은 개인대출에서는 대출액 규모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때문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현실에서는 매 월 부담하는 이자가 일부 늘어나는 정도로서 이는 충분히 개별 가계나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금리인상을 이유로 사안을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당분간 금리가 계속 오르더라도 위기론이 우려하는 정도는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기준금리인 2019년의 1.75%를 오늘 당장 적용하더라도,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한정적입니다(이번에 인상된 기준금리는 0.75%). 무턱대고 월등한 고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은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여파를 감안하면 채택하기 어렵습니다. 금리인상은 주택매입 이외의 대출자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금리인상이 부동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꼭 부정적이라고 단정할 수 만도 없습니다. 2018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와 주택가격은 일관된 관계를 보이는 것이 아니며 주택가격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던 것이 한 예시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실제로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지나친 단순논리입니다. 더구나 코로나라는 돌발변수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오른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마땅히 비교할 과거사례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대출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었기에 개인별로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모두 실행할 수 없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여전히 이자부담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대출이 어려워서 집을 못샀다는 사연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간 국내 가계대출의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그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이기에 상환불능같은 위험은 현저히 낮습니다. 여기에 더해 신용대출의 한도도 축소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등의 가계대출규제도 현재로서는 일부 금융기관에 한정된 선제적 조치이기에 과도한 걱정은 불필요합니다.

이런 여건에선 금리인상이 건설산업에 당장의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경기부양에 중점이 맞춰진 현재의 상황을 단순히 과거의 금리인상사례와 비교한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 우려도 큽니다. 만약 금리인상으로 주택부분의 건설투자가 지연된다면 주택공급확대라는 정책기조에 반하는 결과로 연결될 뿐입니다.

물론 장기적인 금리인상에 더해 제2의 IMF같은 위기상황이 도래하면서 대규모 실직사태 등으로 대출자의 수입이 끊긴다면 심각한 상황이 되겠지만, 이때는 금리에 앞서 원금상환 자체를 걱정해야만 합니다. 개인차원을 넘어선 국가적 중대시국이기에, 경기회복을 위한 건설투자는 자연스레 늘어나는 반면 고금리를 유지하기는 오히려 어렵게 됩니다.

이처럼 저금리기조에 이은 얼마간의 금리인상을 빌미로 삼는 위험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고 책임소재도 명확한 위험이기에 현실화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매번 복붙되는 위기론을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정한 위험은 극소수만이 간파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지금처럼 주택시장의 호황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로 확정된 시점에서 실수요자가 주택구입을 주저할 필요는 더욱 없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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