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열린 ‘도심항공교통(UAM) 비행 시연 행사’에서 멀티콥터형 2인승 드론택시 볼로콥터가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열린 ‘도심항공교통(UAM) 비행 시연 행사’에서 멀티콥터형 2인승 드론택시 볼로콥터가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
얼마전 행안부에서 공식적으로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 고시하였습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인구가 너무 빨리 감소하여 소멸될 위기에 처한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이 지역들을 살펴보면 전라남도 16곳, 경상북도 16곳, 강원도 12곳, 경상남도 11곳, 전라북도 10곳으로 대부분 지역거점도시와 교통이 어렵습니다. 대형병원, 어린이집, 쇼핑몰, 문화센터 등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신혼부부 등 청년층이 생활하기가 어렵고 귀농귀촌을 통한 인구 증가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나마 있는 청년들도 수도권으로 나가기 바쁩니다. 지역 내 충분한 일자리가 없는 탓입니다. 청년들이 빠져나가니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지겠죠. 결국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개정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이러한 문제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방 곳곳까지 도시기반시설인 철도나 도로를 설치하고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기는 재정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용할 사람이 드물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헌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형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과기부에서 추진하는 5G 특화도시, 즉 메타버스를 통한 '스마트스쿨'이나 '메타버스 마켓' 등은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많은 교류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물론 교통망에 대한 해결책은 필요하죠.

비용 때문에 철도나 도로를 설치할 수 없다면, 그런 것 없이도 빠르게 다닐 방법을 찾으면 되겠죠? 최근 서울 김포공항에서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K-UAM(도심항공모빌리티)의 첫 실증실험이 개최됐습니다. UAM은 사람을 태우고 하늘길을 통해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이동체입니다. 드론택시라고도 불리는데, 현재 개발된 제품으로도 김포공항에서 삼성동 코엑스까지 10분이면 날아간다네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개한 UAM 형상. 사진=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개한 UAM 형상. 사진=KAI
국토부는 지난 9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운용개념서 1.0'을 공식 발표하면서 2025년부터 서울과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UAM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2030년에는 수도권과 광역권을 중심으로 착륙장(버티포트)을 구축하고 무인 비행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성숙기인 2035년부터는 전국 운영으로 확대하고 자율주행인 자동운영까지 도입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기술인 만큼 단계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당연하긴 합니다만, 굳이 서울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까요? 건물도, 사람도 많은 도심에서는 다양한 위험요소 때문에 지정된 노선 위주로 운영해야 하지만, 지방에서는 더욱 다양한 시범운영이 가능합니다. 더 시급하기도 합니다. 도심에서는 차가 막히니까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는 수단이지만, 지방에서는 불가능하던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이 될 테니까요.

가령 UAM을 이용하면 동대구 KTX 역사에서 20분 만에 경북 영덕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간다면 2시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갑작스레 아프거나 다쳐 큰 병원에 가야 하는데 2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20분이면 대부분 납득하실 수 있을겁니다. 청년들의 출퇴근이나 귀농귀촌인들의 인프라 이용, 관광객 유치 등 다양한 상황에서 UAM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주관한 '국가비전포럼'에서 제가 발표했고, 국내 일부 지자체에서도 강연을 통해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지방 지자체의 관심도 높습니다. 예를 들면 전라남도 신안군에는 섬이 1004개 있는데, 이 가운데 유인도는 76개 뿐입니다. UAM이 도입 된다면 나머지 무인도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겠죠.

UAM은 열악한 교통망 때문에 고립돼 소멸 위기에 처한 인구감소지역에 활기를 넣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입니다. 거점 도시와 연결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그간 이용할 수 없었던 사양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고, 관광객도 유입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이게 국가균형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이런 내용을 잘 검토하여 서울과 인천국제공항으로 예정된 UAM 시범운영 지역을 보다 확대했으면 합니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운영하면 많은 효과가 입증될 것이고 국가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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