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죽어도 주식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을 잃어서일 수 있겠지만 돈을 번 투자자들 중에서도 힘들다는 이유로 주식을 그만두는 이들이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예금과 달리 주식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주는 존재는 바로 변동성입니다. 주가의 변동성은 그 폭이 클뿐더러 실시간으로 나타납니다.

변동성이 고통을 안기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단기적인) 주가 변동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지 못하면 인간은 무력감과 혼란을 느낍니다. 다음으로 보유한 주식이 떨어지면 손실의 고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위로의 변동성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미국의 은행가 JP모건은 "시장은 오르내릴 것입니다"라는 말로 변동성의 불가피함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위로의 변동성이 늘 좋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내가 어제 판 주식이 오늘 오른다면 자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변동성이 극악한 코인시장의 활황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인기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야말로 변동성을 좋아하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팔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작은 수익률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욕심이 빚어낸 유인의 결과일 뿐입니다. 실제로 그 판에 들어가 아래로의 큰 변동성(소위 떡락)이나 위아래가 번갈아 나타나는 변동성을 겪어보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자는 변동성이 너무 싫어서 예금만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주식투자를 하게 만들거나, '나는 자신 있으니 큰 변동성이 가능한 자산에의 투자만 즐기겠다'는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 자신은 없습니다. 대신 주식투자는 하고 싶지만 변동성을 어떻게 대해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건네는 조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변동성을 주식시장에 입장하기 위한 입장료라 생각하길 바랍니다. 주식투자의 결과는 변동성을 이겨낸 데 대한 보상이 되는 셈입니다. 워런 버핏은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을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이동시키는 도구"라고 말합니다.

둘째, 투자 대상에 대해 많이 알고 확신의 정도가 높아야 변동성을 견딜 수 있습니다. 월미도의 명물인 디스코팡팡은 기구를 위아래로 튕기며 앉아있는 이용자들을 바닥으로 밀쳐내려 하는데 악력이 약하면 의자에 붙어 있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집니다. 투자 대상에 대해 잘 모르면 당나귀를 짊어지고 가는 아버지와 아들이 되기 십상입니다.

셋째, 변동성을 반복할수록 수익률이 올라갈 수 있는 투자법을 장착해야 합니다.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을 확립한 고수들은 변동성 하에서 저가매수 고가매도를 통해 수익을 쌓아갑니다. 반대로 투자판단의 기준이 불분명한 하수들은 변동성이 반복될수록 고가매수 저가매도로 계좌가 녹아 내립니다. 고수가 큰 파도를 즐기는 실력 있는 서퍼라면 하수는 파도 위에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다가 바다에 휩쓸려간 서퍼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시구처럼 이 글을 읽는 투자자들도 변동성을 멋지게 이겨내 꽃을 활짝 피워내길 기원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준철 VIP운용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