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의 몰락…한국 경제까지 악영향 줄까 [조평규의 중국 부동산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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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헝다그룹 사태로 살펴본 中 부동산시장
2022년 중국 부동산 전망…"대비책 필요할 때"
헝다그룹 사태로 살펴본 中 부동산시장
2022년 중국 부동산 전망…"대비책 필요할 때"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부동산 산업은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분야입니다. 중국은 토지도 국가 소유인 데다가 건축에 대한 인허가와 분양가(價)까지도 정부가 정합니다. 때문에 더욱더 그러합니다. 부동산 산업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금융기관도 중국 정부의 강한 통제력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중국의 주거용 주택은 단위(기관, 조직, 기업)의 복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분방(分房)하는 것이 종전의 원칙이었습니다. 1998년 취임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이미 분방한 주택을 사유화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신축되는 주택을 사고팔 수 있도록 상품방(商品房)을 허용하는 조처를 하면서, 중국인의 사유재산 소유 욕구에 불을 붙였습니다.
특히 2007년에는 물권법(物權法 )을 제정해 70년 사용 연한이 지나간 공동주택 토지와 건물에 대해서 자동 연장이 가능하게 하고, 부동산의 담보, 증여, 매매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조처를 했습니다. 이때부터 부동산 업종은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20년간 지속되며 중국의 서민들도 자산 증식의 좋은 수단으로 주택을 활용했습니다.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소유권이 국가인 토지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개발구와 신도시를 개발했습니다. 엄청난 재정 수입을 얻는 기회를 누린 것입니다. 물론 시구진향(市區鎭鄕)의 집체 소속의 주택이나 토지를, 성진촌(城鎭村) 개발 명목으로 강제 수용해 철거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을 겪었지만, 현금 보상과 우대 분양 등 친민(親民) 정책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 덕분에 철거민들의 불만을 해소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은 헝다(恒大)그룹의 채무불이행으로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헝다의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은 제법 오래됐습니다. 2016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집은 거주 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것이 아니다'(房住不炒)라며 부동산을 감독하는 핵심사상으로 제시됐습니다.
또 2017년 중국 인민은행 총재 저우샤오촨(周小川)의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형태의 부동산 버블은 결국 끝날 것'이란 경고에도 불구하고, 헝다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부동산 개발용 토지를 사들이고, 확장하는 무모한 행동이 오늘날 위기를 맞은 핵심 원인입니다.
헝다는 2018년 광둥성정부에 금융 구제 요청을 했으나, 지방정부가 들어 주지 않자, 일반인과 직원을 대상으로 고금리 보장 자산관리 상품을 만들어 유동성을 해결하다가 다단계 금융사기의 양상을 띠게 됨으로써 알려지게 됐습니다. 또한 해외로부터 빌린 달러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급속히 재정상황이 악화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헝다 사태가 부동산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임시방편으로 채무를 연기하거나 대환해 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향후 도래하는 채무가 워낙 커서, 헝다는 중앙국영기업이나 대형 기업에 피인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최근 주택시장은 종전의 투기용에서 주거용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 뚜렷한 추세의 하나입니다. 중국 부동산의 급락은 경제의 붕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중국 당국은 주의 깊게 시장을 관찰하며,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과 지방정부는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하락할 경우, 인하 가격 폭을 정하는 강력한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급락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지속해서 펴 왔습니다. 그러니 원부자재의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보다 상승 압력이 거세질 수 있고, 올해는 동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또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열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해입니다. 때문에 부동산이 폭락하면 민심의 이반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은행보험감독위원회·증권감독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헝다그룹 사태가 의외로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보이자, 부동산 업종의 합리적 자금 수요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앙 국영기업인 보리(保利)그룹, 초상사구(招商蛇口) 등과 건발(建發), 화발(華發 ) 등 지방 국영기업, 벽계원(碧桂園), 용호(龍湖)그룹 등 대형 민영기업 등은 모두 융자가 재개됐고, 연관성(陽光城), 중국오원(中國奧園) ,화양년(花洋年) 등 유동성 위기를 겪은 기업들의 해외채권에 대한 만기 연장을 해주었습니다.
신용과 대출 담보 능력을 갖춘 부동산 기업들은 문제가 없지만,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이나 기존 대출이 많은 기업에는 험난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건전한 기업조차도 일시적으로 신용경색을 불러와 자금흐름이 어렵게 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개발상의 보유 토지나 인허가받은 프로젝트에 대한 인수·합병(M&A) 증가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입니다. 토지나 프로젝트에 대한 인수 여력은 민영기업보다, 부동산업의 선순환과 건전한 발전을 촉진 할 수 있는 중앙국영기업이나 지방 국영 기업들에 피인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을 경계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수십 년간 도시화 과정에서 주거 면적의 확대와 주택구매인구의 증가 등 통일된 방향으로 시장을 형성하였으나, 도시화가 둔화하면서 기능적으로 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2선의 대도시는 수요와 공급이 불안정한 균형을 보이며, 3~4선의 중소도시는 미분양 물량이 점차 증가하는 양극화가 심해질 조짐을 보입니다. 중국에서도 자산의 가치 보전과 투자를 위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여, 3-4선 도시의 부동산을 팔아 1~2선 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부동산 산업의 불황은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부동산 경제가 위축될 경우 우리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리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전략적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한국의 경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중국의 주거용 주택은 단위(기관, 조직, 기업)의 복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분방(分房)하는 것이 종전의 원칙이었습니다. 1998년 취임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이미 분방한 주택을 사유화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신축되는 주택을 사고팔 수 있도록 상품방(商品房)을 허용하는 조처를 하면서, 중국인의 사유재산 소유 욕구에 불을 붙였습니다.
특히 2007년에는 물권법(物權法 )을 제정해 70년 사용 연한이 지나간 공동주택 토지와 건물에 대해서 자동 연장이 가능하게 하고, 부동산의 담보, 증여, 매매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조처를 했습니다. 이때부터 부동산 업종은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20년간 지속되며 중국의 서민들도 자산 증식의 좋은 수단으로 주택을 활용했습니다.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소유권이 국가인 토지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개발구와 신도시를 개발했습니다. 엄청난 재정 수입을 얻는 기회를 누린 것입니다. 물론 시구진향(市區鎭鄕)의 집체 소속의 주택이나 토지를, 성진촌(城鎭村) 개발 명목으로 강제 수용해 철거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을 겪었지만, 현금 보상과 우대 분양 등 친민(親民) 정책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 덕분에 철거민들의 불만을 해소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은 헝다(恒大)그룹의 채무불이행으로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헝다의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은 제법 오래됐습니다. 2016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집은 거주 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것이 아니다'(房住不炒)라며 부동산을 감독하는 핵심사상으로 제시됐습니다.
또 2017년 중국 인민은행 총재 저우샤오촨(周小川)의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형태의 부동산 버블은 결국 끝날 것'이란 경고에도 불구하고, 헝다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부동산 개발용 토지를 사들이고, 확장하는 무모한 행동이 오늘날 위기를 맞은 핵심 원인입니다.
헝다는 2018년 광둥성정부에 금융 구제 요청을 했으나, 지방정부가 들어 주지 않자, 일반인과 직원을 대상으로 고금리 보장 자산관리 상품을 만들어 유동성을 해결하다가 다단계 금융사기의 양상을 띠게 됨으로써 알려지게 됐습니다. 또한 해외로부터 빌린 달러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급속히 재정상황이 악화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헝다 사태가 부동산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임시방편으로 채무를 연기하거나 대환해 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향후 도래하는 채무가 워낙 커서, 헝다는 중앙국영기업이나 대형 기업에 피인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최근 주택시장은 종전의 투기용에서 주거용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 뚜렷한 추세의 하나입니다. 중국 부동산의 급락은 경제의 붕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중국 당국은 주의 깊게 시장을 관찰하며,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과 지방정부는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하락할 경우, 인하 가격 폭을 정하는 강력한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급락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지속해서 펴 왔습니다. 그러니 원부자재의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보다 상승 압력이 거세질 수 있고, 올해는 동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또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열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해입니다. 때문에 부동산이 폭락하면 민심의 이반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은행보험감독위원회·증권감독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헝다그룹 사태가 의외로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보이자, 부동산 업종의 합리적 자금 수요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앙 국영기업인 보리(保利)그룹, 초상사구(招商蛇口) 등과 건발(建發), 화발(華發 ) 등 지방 국영기업, 벽계원(碧桂園), 용호(龍湖)그룹 등 대형 민영기업 등은 모두 융자가 재개됐고, 연관성(陽光城), 중국오원(中國奧園) ,화양년(花洋年) 등 유동성 위기를 겪은 기업들의 해외채권에 대한 만기 연장을 해주었습니다.
신용과 대출 담보 능력을 갖춘 부동산 기업들은 문제가 없지만,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이나 기존 대출이 많은 기업에는 험난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건전한 기업조차도 일시적으로 신용경색을 불러와 자금흐름이 어렵게 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개발상의 보유 토지나 인허가받은 프로젝트에 대한 인수·합병(M&A) 증가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입니다. 토지나 프로젝트에 대한 인수 여력은 민영기업보다, 부동산업의 선순환과 건전한 발전을 촉진 할 수 있는 중앙국영기업이나 지방 국영 기업들에 피인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을 경계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수십 년간 도시화 과정에서 주거 면적의 확대와 주택구매인구의 증가 등 통일된 방향으로 시장을 형성하였으나, 도시화가 둔화하면서 기능적으로 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2선의 대도시는 수요와 공급이 불안정한 균형을 보이며, 3~4선의 중소도시는 미분양 물량이 점차 증가하는 양극화가 심해질 조짐을 보입니다. 중국에서도 자산의 가치 보전과 투자를 위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여, 3-4선 도시의 부동산을 팔아 1~2선 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부동산 산업의 불황은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부동산 경제가 위축될 경우 우리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리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전략적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한국의 경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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