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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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달 28일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이씨가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자금 담당 업무를 맡으며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고 공적 자금을 개인 은행 계좌나 주식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회사 자금 2215억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에섭니다. 이는 이씨가 2020년 4분기와 작년 각각 100억원과 235억원을 출금한 뒤 반환했다는 회사 정정공시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각종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먼저 작년 3월부터 9월까지의 기간 동안 550억원을 횡령해 이 중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100억원만 회사에 반납했습니다. 그러다 10월 1일 반도체 회사인 동진세미켐을 대기업이 인수하려고 한다는 허위 정보에 회삿돈 400억원을 증거금으로 미수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수거래를 할 경우 주식을 팔아 이틀 안에 미수금을 갚아야 하는데 주가가 떨어지자 이씨는 회삿돈 1400억여원을 추가로 빼돌려 미수금을 갚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즉 횡령이 일어나는 범행 기간 동안 회사 곳간이 일정 기간 비어 있다가 다시 채워졌거나, 그 이후에는 회사 자본금의 대부분이 빠져나가 텅텅 비어 있었음에도 회사는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회사의 주가는 2020년 3월께 기록한 최저가 2만2800원에서 작년 8월께 16만6000원까지 올라갔다가, 횡령 공시로 올 1월 3일 14만2700원에서 거래정지된 상태입니다.

주주들은 이런 횡령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임플란트 1위 기업으로서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성 등을 보고 투자했다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입니다. 회사의 곳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회사의 주식을 사지 않았을 것이고, 주가도 훨씬 더 낮은 가격에 형성됐을 겁니다.

조금 더 법적으로 풀어 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을 산 사람들은 각종 매출지표, 이익 등이 기재된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분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등을 보고 주식을 매수했는데 알고보니 그 사업보고서 등에 허위표시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런 경우 해당 주식 매수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2조입니다.
제162조(거짓의 기재 등에 의한 배상책임)
① 제159조제1항의 사업보고서ㆍ반기보고서ㆍ분기보고서ㆍ주요사항보고서(이하 “사업보고서등”이라 한다) 및 그 첨부서류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이 발행한 증권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그 취득 또는 처분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1. 그 사업보고서등의 제출인과 제출당시의 그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의 이사(이하 생략)


그런데 곳간이 비어 있다고 모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나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혹은 표시되지 않아야 하는데요. 이 때 중요사항의 의미에 대해서 대법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자본시장법 제47조 제3항)을 말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투자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에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가령 횡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금액이 수억원이라면 중요사항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 회사 직원의 횡령배임액이 자기자본의 5%이상일 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20년도 4분기에 이미 235억원(회사의 자기자본이 약 2000여억원 정도이므로 자기자본의 10%가 넘어가는 액수임)의 횡령사실이 확인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중요사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금액의 횡령에 대해 내부통제시스템 부재로 중과실로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중요사항으로 기재·표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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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20년 4분기 재무제표가 기재된 사업보고서가 제출된 2021년 3월 이후 취득한 주주들에 대해서 주주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회사가 상당한 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그 배상책임을 면하기는 합니다. 회사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여부는 이모 씨의 횡령의 방법, 회사의 당시 내부통제시스템이 어떻게 갖추고 있었느냐에 따라서 결정되겠습니다. 하지만 상장 회사가 어떻게 일개 직원이 수천억씩 횡령해도 이를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아 회사의 면책 주장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무튼 피해를 입은 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했다고 합니다. 이제 주사위가 던져진 것 같습니다.

필자가 금융 전문 변호사인 저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히자면, 주식을 매수한 분들이 주식거래정지가 돼 답답하겠지만, 차후 소송에서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고 봅니다. 이씨에 대한 형사사건 경과와 관련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여부·감리내용을 살펴보고 소송을 제기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성우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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