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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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운 일을 겪게 됩니다. 이럴 때 가입한 보험이 있다면 재정적으로라도 난관을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니 참 잘하는 일인데 막상 가입하려고 하면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어느 보험회사의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원론적으로 생명보험 상품은 질(質)과 비용, 두 잣대를 가지고 판단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요소들을 가지고 질과 비용을 평가하라는 철칙은 없습니다. 아울러 질과 비용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더 두어야 하는지도 개인마다 다 다릅니다. 결국 상품을 고를 때는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개인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생명보험 상품의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비용으로 조사돼 있습니다. 보험계약에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뿐만 아니라 금액으로 표시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사망보험금과 기타 보험급여, 해지환급금, 해약공제금 및 계약자배당금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제시된 여러 요소에 대해선 수리적으로 분석하는 다양한 기법들은 존재합니다. 계산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손쉽게 비용의 크기를 파악해 상품별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단 어떤 방법으로 계산하더라도 보험 가입 이후 시점에 따라 비용 분석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범하는 실수는 보험료를 '보험 비용 그 자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보험료가 단순히 하나의 비용에 대한 척도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납입하는 보험료의 액수는 낮추고 보장은 늘린다는 '보험 리모델링'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일 때에는 더욱 충격이 클 수 있습니다. 보험 상품은 철저하게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 수리적으로 맞아떨어지도록 설계됩니다. 때문에 보험료의 액수가 낮아지면 계약자의 혜택 중 무엇인가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보험은 중도 해약할 경우 무조건 손해인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모르는 맹점이 있습니다. 저축성보험일 경우에 금리가 하락하거나 저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생명보험 상품의 질을 판단하는 요소로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 경영성 및 효율, 계약자 서비스, 보험계약 조건과 보험급여의 내용 등입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상품의 질적 평가가 실무에서 사용된 적은 없습니다. 경영지표 관련 요소들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할 만큼 재정이 나쁘거나 평판이 형편없는 회사에 대해 당국이 가려내 주니 평가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보험계약과 급여 관련 요소는 자신의 상황과 보험에 대한 필요를 어떤 상품이 가장 잘 충족시켜주느냐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계약자 서비스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평가가 좌우됩니다. 상품별로 질과 관련된 요소들의 순위를 매겨 종합해보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실제로 보험급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적 요소가 있습니다. 반드시 상품의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장기인 보험회사와 다른 금융기관의 연금저축 중 선택할 때는 상품의 차이를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기관별로 운영 방법이나 산정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험 상품의 독보적 특징이지만 다른 금융 상품들에는 존재하지 않아 비교할 수 없는 최저이율 보장제도 등 요소는 반드시 효용과 중요성이 평가돼야 합니다.

보험회사 연금저축 상품에서는 확정된 수수료를 계약 초기 일정 기간(대략 10년) 동안 적용합니다. 반면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연금신탁에서는 납부 원금과 운용수익을 모두 합친 누적액에 끝날 때까지 매년 일정한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보험회사의 상품은 초기에 수수료를 많이 떼니 비율과 누계액이 높아지고, 운용할 원금이 그만큼 적어지니 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금융기관의 상품은 누적액이 점점 불어나니 뒤로 갈수록 수수료로를 떼는 액수가 커지고 수익률도 낮아지게 됩니다. 상황이 완전히 역전될 수 있습니다. 개인은 수수료율과 수익률의 변화과정, 연금을 수급할 시기와 방법 등을 면밀히 살펴 상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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