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본동과 화곡8동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화곡본동과 화곡8동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우리에게 '전세'라는 단어는 친숙하고 자가주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과거에는 전세 사기를 당해 일가족의 삶이 어려워지는 얘기가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최근에는 역전세가 불거지면서 전세가 이슈가 되었습니다만, 역전세와 전세 사기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전세는 시장가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반면, 전세 사기는 타인의 재산을 편취하려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범죄이므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전세 사기 방지대책이 갖는 의미는 큽니다.

현실적으로는 개인과 개인 간의 계약 같은 사적 계약을 모두 공공이 통제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전세 물건과 관련된 정보(시세 등)의 투명한 공개,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호감시나 책임 부여, 엄격한 처벌 같은 내용 등은 정책에 담을 수 있지만, 완벽하게 전세 사기를 차단하라는 식으로는 정책 입안은 어렵습니다.

제약으로 인해 발표된 대책도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제시된 내용들은 모두 긍정적입니다. 계약단계별 정보제공(안심 전세 앱, 매매계약 시 임차인에게 고지 등)과 공인중개사 등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들은 물론,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도 제시됐습니다. 임차인이라면 일단 실거주 수요로 전제하더라도 무리가 없으니 이들에 대한 주거지원과 피해복구를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발표된 대책에는 '전세금 반환보증대상 전세가율'의 조정도 있습니다. 이는 위험물건을 인수해야 하는 보증기관의 입장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위험이 높은 가입자가 우선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을 감안하면 실무적으로는 보증기관에 무조건적인 위험보유를 강제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량물건이라면 시세 변동에 다른 '역전세' 정도가 문제 될 가능성이 있지만 위험물건이라면 역전세에 더해 전세 사기의 가능성까지도 커진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덧붙여 '무자본 갭투기=전세 사기'로 간주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들은 서로 다릅니다.

전세 사기나 역전세를 근거로, 앞으로 전세는 없어져야 하는 특이한 제도이며 선진국처럼 월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무리가 있습니다. 전세금이 오롯이 본인의 돈이라면 여전히 임차인에게는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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