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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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생활비는 식비, 주거비와 같은 일상적인 지출을 생각하기 쉽지만 세금, 건강보험료, 경조사비 등 비소비지출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비소비지출은 고정비용의 성격을 갖고 있어 노후생활에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2022년 가계동향조사(통계청)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 월 평균 비소비지출은 약 60만원, 연간 700만원이 넘습니다. 직장인의 경우 은퇴 후 건강보험료 부담이 높아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97.2%에 해당하는 국민이 건강보험을 통해 의료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을 퇴직할 때 일어나는 주요 변화 중 하나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건강보험입니다. 직장을 그만두면 급여에서 자동으로 공제되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더 이상 안 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60세 직전까지 내면 되는 국민연금과는 달리 건강보험료는 평생 납부해야 합니다. 또 직장에 다닐 때는 건강보험료를 고용주와 반반 납부하면 되지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 및 재산을 기준으로 모두 본인이 납부해야 해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료는 가족 중 직장가입자가 있고, 자격 요건을 충족한다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해 면제받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 의해 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배우자(사실혼 포함), 직계 존속(배우자의 존속 포함), 직계비속(배우자의 비속 포함) 및 그 배우자, 형제자매 중 일정 연령의 소득제한이 있는 대상자를 말합니다.

예전에는 자녀가 직장에 다니면 피부양자로 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인정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소득, 재산, 부양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소득 기준은 △연간 소득합계가 2000만원 이하 △재산과표 5억4000만원 이하이거나 △5억4000만원을 초과하면서 9억원 이하인 경우 연간소득 1000만원 이하인 자만 가능합니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부과 요소(소득·재산·자동차)별 합산한 점수에 점수당 금액(201.5원)을 곱한 값입니다. 부과 점수 기준에는 이자소득·배당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연금소득·기타소득을 포함한 97등급의 소득점수와 주택·건물·토지·선박·항공기·전월세 등을 포함한 재산점수 60등급, 그리고 자동차의 11등급이 있습니다.

소득 가운데 근로·연금소득은 보험료 산정 시 30%만 반영됩니다. 은퇴 후 재취업을 하거나 노후 자산을 연금 중심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건강보험에 유리한 이유입니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올랐다면 '직장가입자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퇴직 전 근무 기간을 통산해 1년 이상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자격을 유지했다면 최대 36개월 동안 이전에 내던 직장보험료 수준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료는 개인 환경이나 소득을 잘 파악하고 조정하면 충분히 절약할 수 있는 고정지출입니다. 국민건강공단 홈페이지에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모의 계산해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은퇴 후 건강보험료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가 될 것입니다.

NH WM마스터즈 김진웅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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