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노량진 야구장'의 비밀 [김성순의 재밌는 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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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1만명이 운동하는 '노량진 야구장' 숨겨진 뒷 얘기
1만명이 운동하는 '노량진 야구장' 숨겨진 뒷 얘기
긴 장마가 지나고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올림픽대로나 노들길을 지나가다 보면 야간에 라이트 조명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사회인 야구인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노량진 야구장을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회인 야구 리그인 '노들리그'입니다.
팀만 하더라도 총 60개, 2069명의 선수가 등록돼 주중 야간과 주말에 경기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유소년 야구인들과 라크로스팀, 바로 옆 축구장을 이용하는 축구 동호회인들을 합치면 적어도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시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 어떻게 이런 대형 체육 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일까요.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는 곳은 예전 노량진 수산시장이 있던 곳입니다. 기존 수산시장이 현대화 계획에 따라 현재 자리로 옮기고 난 후 기존 건물을 철거한 자리입니다. 최근 서울시가 가결한 '한강철교 남단 저 이용 부지 일대 지구단위계획 지정 및 계획 결정안'에 따르면 이곳은 여의도, 영등포 도심과 연계한 업무, 주거 기능으로 고밀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서울시의 구상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노량진역에서 한강공원까지 걸어서 8분 이내에 갈 수 있는 도로가 놓이게 됩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공동 주택과, 여의도에서 이어지는 업무 단지 시설뿐 아니라 호텔, 컨벤션, 문화시설을 포함한 복합 상업 시설로의 개발도 검토가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지구단위계획 선정 이후에도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변경된 사업 계획으로 인허가를 진행하고 건축 심의받아야 합니다. 이때까지 토지를 빈 상태로 방치하면 토지주는 엄청난 세금 부담에 놓이게 됩니다. 현행 세법에서는 사업에 직접 사용하지 않고 투기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사업용토지에 대해 양도세와 보유세를 중과해 부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지주 입장에서는 투자의 목적으로 토지를 취득한 게 아니라 기존부터 보유하면서 판매 시설 용도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개발 계획 단계에서 임시로 사용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 과도한 세금이 매겨지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땅 주인은 토지를 공공의 목적으로 대여해 주거나, 지역 사회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지어주고 지자체에 무상 임대하면 지역의 편의 증진에 기여하고, 지자체는 세금 혜택을 주는 방식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노량진 야구장, 축구장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후에는 야구장과 축구장은 없어지고 다시 그 자리에 빌딩 숲이 들어서게 될 겁니다. 많은 야구, 축구 동호인들의 가슴속에는 오늘의 풍경이 한장의 추억으로 남아 있게 될 겁니다.
도심 곳곳을 지나다 보면 개발 단계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상태로 방치해 놓은 토지들이 보입니다. 성수동이나 한남동의 팝업스토어처럼 이런 개발 대기 공간들도 개발 계획이 완전히 수립되고 개발이 시작될 때까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팝업 놀이터나 레저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팀만 하더라도 총 60개, 2069명의 선수가 등록돼 주중 야간과 주말에 경기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유소년 야구인들과 라크로스팀, 바로 옆 축구장을 이용하는 축구 동호회인들을 합치면 적어도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시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 어떻게 이런 대형 체육 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일까요.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는 곳은 예전 노량진 수산시장이 있던 곳입니다. 기존 수산시장이 현대화 계획에 따라 현재 자리로 옮기고 난 후 기존 건물을 철거한 자리입니다. 최근 서울시가 가결한 '한강철교 남단 저 이용 부지 일대 지구단위계획 지정 및 계획 결정안'에 따르면 이곳은 여의도, 영등포 도심과 연계한 업무, 주거 기능으로 고밀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서울시의 구상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노량진역에서 한강공원까지 걸어서 8분 이내에 갈 수 있는 도로가 놓이게 됩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공동 주택과, 여의도에서 이어지는 업무 단지 시설뿐 아니라 호텔, 컨벤션, 문화시설을 포함한 복합 상업 시설로의 개발도 검토가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지구단위계획 선정 이후에도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변경된 사업 계획으로 인허가를 진행하고 건축 심의받아야 합니다. 이때까지 토지를 빈 상태로 방치하면 토지주는 엄청난 세금 부담에 놓이게 됩니다. 현행 세법에서는 사업에 직접 사용하지 않고 투기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사업용토지에 대해 양도세와 보유세를 중과해 부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지주 입장에서는 투자의 목적으로 토지를 취득한 게 아니라 기존부터 보유하면서 판매 시설 용도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개발 계획 단계에서 임시로 사용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 과도한 세금이 매겨지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땅 주인은 토지를 공공의 목적으로 대여해 주거나, 지역 사회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지어주고 지자체에 무상 임대하면 지역의 편의 증진에 기여하고, 지자체는 세금 혜택을 주는 방식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노량진 야구장, 축구장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후에는 야구장과 축구장은 없어지고 다시 그 자리에 빌딩 숲이 들어서게 될 겁니다. 많은 야구, 축구 동호인들의 가슴속에는 오늘의 풍경이 한장의 추억으로 남아 있게 될 겁니다.
도심 곳곳을 지나다 보면 개발 단계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상태로 방치해 놓은 토지들이 보입니다. 성수동이나 한남동의 팝업스토어처럼 이런 개발 대기 공간들도 개발 계획이 완전히 수립되고 개발이 시작될 때까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팝업 놀이터나 레저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