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린다는데…바이오텍 곳간 좀 나아졌을까 [이해진의 글로벌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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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국내 바이오텍 현금가용년수
작년 6월 0.8년에서 연말 2.1년으로 개선
국내 바이오텍 현금가용년수
작년 6월 0.8년에서 연말 2.1년으로 개선
3월말 매화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대부분 기업들의 주주총회도 마무리되고, 여기서 확정된 2023년 재무제표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속속 나타납니다. 보릿고개와 같은 지난 2년 남짓 힘든 고비를 넘긴 바이오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면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하는 데 현금가용년수 만큼 유용한 지표도 없습니다. 미국 나스닥 기업을 포함한 전세계 바이오텍들의 현금보유 수준을 간단히 계산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사용 가능합니다. 2023년 바이오기업의 재무상태표에 표기된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값을 온기 영업손실 절대값으로 나누면 현금가용년수가 산출됩니다.
2023년말 시점에서 산출된 값이기 때문에 2024년에 들어선 이후의 유상증자나 기술수출 등으로 인한 자금유입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지만, 기업들의 보유현금 수준을 개략적으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나스닥 바이오텍의 평균 현금가용년수는 대략 2~3년 정도입니다. 전체의 약 30% 기업이 매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금을 빌려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바이오텍의 특성상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은 일상적인 재무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난 2년간 자금조달이 원활치 않았습니다. 궁지에 몰린 대부분의 바이오텍이 핵심 파이프라인(신약개발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면서 인력을 줄이는 비자발적 구조조정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작년 6월말 기준 국내 바이오기업의 현금가용년수는 0.8년까지 축소돼 자금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보유 현금으로 1년도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핵심 R&D를 지속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6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졌을까요? 국내 40개 바이오텍의 2023년말 현금가용년수를 산출해 봤습니다. 6개월 사이에 거래정지된 2개 기업(엔케이맥스, 카나리아바이오)과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 3개를 뺀 나머지 34개 기업의 현금가용년수는 2.1년으로 산출됐습니다. 이는 작년 6월말 0.8년에서 상당히 개선된 수치입니다. 계산에서 엔케이맥스와 카나리아바이오를 제외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느끼는 개선은 숫자보다 크지 않을 겁니다.
현금가용년수가 1년 이하로 1년 안에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기업은 34개 기업 중 32%인 11개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6월 말 41%에서 어느 정도 개선됐으며, 미국 바이오텍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부 기업이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나머지 회사들로 자금이 순환되는 효과도 작용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특징적인 건 기업별 자금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 거래가 정지된 엔케이맥스와 카나리아바이의 경우 작년 6월말 시점 현금가용년수가 각각 -1.1년, -10.1년이었습니다. 올리패스, 신테카바이오, 셀리드, HLB, 진원생명과학, 티앤알바이오팹, 앱클론, 제이엘케이, 뷰노, 펩트론 등은 현금가용년수가 작년 6월 말 대비 개선되지 않거나 더 악화됐습니다.
현재 금융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워 유상증자나 CB 발행 가능성이 높아 이들 기업은 주주가치 희석(주식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당 가치가 떨어짐)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들 기업에 혁신적인 임상개발이 이루어져 빅파마와 기술협업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거나 향후 높은 매출성장이 기대된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주주가치 희석과 매출 성장 사이의 균형잡힌 투자판단이 요구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면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하는 데 현금가용년수 만큼 유용한 지표도 없습니다. 미국 나스닥 기업을 포함한 전세계 바이오텍들의 현금보유 수준을 간단히 계산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사용 가능합니다. 2023년 바이오기업의 재무상태표에 표기된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값을 온기 영업손실 절대값으로 나누면 현금가용년수가 산출됩니다.
2023년말 시점에서 산출된 값이기 때문에 2024년에 들어선 이후의 유상증자나 기술수출 등으로 인한 자금유입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지만, 기업들의 보유현금 수준을 개략적으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나스닥 바이오텍의 평균 현금가용년수는 대략 2~3년 정도입니다. 전체의 약 30% 기업이 매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금을 빌려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바이오텍의 특성상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은 일상적인 재무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난 2년간 자금조달이 원활치 않았습니다. 궁지에 몰린 대부분의 바이오텍이 핵심 파이프라인(신약개발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면서 인력을 줄이는 비자발적 구조조정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작년 6월말 기준 국내 바이오기업의 현금가용년수는 0.8년까지 축소돼 자금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보유 현금으로 1년도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핵심 R&D를 지속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6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졌을까요? 국내 40개 바이오텍의 2023년말 현금가용년수를 산출해 봤습니다. 6개월 사이에 거래정지된 2개 기업(엔케이맥스, 카나리아바이오)과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 3개를 뺀 나머지 34개 기업의 현금가용년수는 2.1년으로 산출됐습니다. 이는 작년 6월말 0.8년에서 상당히 개선된 수치입니다. 계산에서 엔케이맥스와 카나리아바이오를 제외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느끼는 개선은 숫자보다 크지 않을 겁니다.
현금가용년수가 1년 이하로 1년 안에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기업은 34개 기업 중 32%인 11개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6월 말 41%에서 어느 정도 개선됐으며, 미국 바이오텍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부 기업이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나머지 회사들로 자금이 순환되는 효과도 작용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특징적인 건 기업별 자금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 거래가 정지된 엔케이맥스와 카나리아바이의 경우 작년 6월말 시점 현금가용년수가 각각 -1.1년, -10.1년이었습니다. 올리패스, 신테카바이오, 셀리드, HLB, 진원생명과학, 티앤알바이오팹, 앱클론, 제이엘케이, 뷰노, 펩트론 등은 현금가용년수가 작년 6월 말 대비 개선되지 않거나 더 악화됐습니다.
현재 금융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워 유상증자나 CB 발행 가능성이 높아 이들 기업은 주주가치 희석(주식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당 가치가 떨어짐)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들 기업에 혁신적인 임상개발이 이루어져 빅파마와 기술협업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거나 향후 높은 매출성장이 기대된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주주가치 희석과 매출 성장 사이의 균형잡힌 투자판단이 요구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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