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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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니 정부가 부랴부랴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습니다.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를 분양하고, 24만2000가구가 입주하니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고 전셋값도 내려갈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담합니다. 기존 공급대책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왜 박한 평가가 나올까요. 이미 발표한 내용에 조금 보완한 수준이라 그렇습니다.

정부의 공급대책은 모두가 알고 있던 3기 신도시 건설과 수도권 신규 택지 개발 내용입니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선도지구는 2030년에 입주한다는 계획도 이미 알려진 내용입니다. 여기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2만 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를 선정하고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개발하겠다는 정도가 추가됐습니다.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 당장 전셋집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해 반토막 난 착공 실적은 올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장기 대책이 잘 진행되리라 믿고 아파트를 사지 않은 채 기다렸다가는 또 '벼락 거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당장 부족한 공급을 늘리려면 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영업이 어려워져 상업 공간의 역할을 잃어버린 아파트 단지 상가나 도로변 상가 건축물들을 임대형 기숙사와 같이 저렴한 주거 공간으로 바꾸면 빠르게 공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상점가 폐업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상점가 폐업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이미 일부 공간들은 고급형 고시원이라는 형태의 '공유주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 공식화해서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청년들이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임대형 기숙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실이 급증한 지식산업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가나 중소형 오피스, 지식산업센터를 임대형 기숙사로 리모델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두 달입니다. 아주 빠른 전세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상업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둬도 좋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온라인 쇼핑 비중이 커지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도 속속 폐점하는 추세입니다. 유튜브까지 쇼핑 사업을 시작한 마당에 한국에서 상가 수요가 늘어나긴 어렵습니다.

말이 많은 생활형숙박시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들은 장기 투숙형 호텔에서 1년 또는 2년씩 살고는 합니다. 취사가 가능한 생활형 숙박시설을 놓고 처음 공급 조건이 숙박시설이었으니 거주는 하지 말라고 강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소한 이미 분양받은 생활형 숙박시설은 본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는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과 같이 전입신고를 하고 1주택자가 되도록 하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 혜택을 받았으니 실거주 5년 이상, 전매 제한 10년 등의 조건을 걸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신규 공급분만 숙박시설로 분양하도록 하면 됩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계획이라고 신규 부지 확보나 재건축에만 치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비어있는 공간이 많으니 규제를 조금만 완화하거나 조정한다면 지금 당장 모자라는 임대용 공간이나 내 집 마련 수요를 맞출 수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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