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펜트하우스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펜트하우스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최근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를 놓고 국내 시공능력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었습니다. 삼성물산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자 세계적인 설계사무소인 UN스튜디오와 협업해 아파트 배치를 차별화한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안했습니다. 층간소음과 리모델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주거기술 '넥스트 홈'을 적용,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장수명 1급 아파트로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거실에 삼중 유리 단창을 적용하여 강북 강변도로의 소음을 차단할 계획입니다.

현대건설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유명한 건축사사무소 '자하 하디드'와 협업해 곡선형 알루미늄 패널 8만8000장을 사용한 국내 최고 수준의 아파트 디자인을 제안했습니다. 단지 명은 '디에이치 한강'으로, 기존 아파트에서 볼 수 없던 2.7m의 높은 층고를 제안해 호텔 수준의 공간감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거실 창호 높이도 2.5m로 설정해 한강의 아름다운 조망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두 회사 모두 최고의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며,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기존 아파트에서는 비싸서 적용하지 못했던 다양한 고급 시설을 한남4구역에 도입하려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22층, 51개 동, 2331가구 규모에 부대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총 사업비는 1조 5723억원에 달하지만, 내년에도 공사비가 오를 전망이기에 건설사들의 수익성 측면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다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도 한남4구역 재개발과 같은 고급 시설을 요구한다면 수주가 가능할지 걱정이 큽니다.
천장 높이 2.7m, 창호 높이 2.5m를 적용한 디에이치 한강 실내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천장 높이 2.7m, 창호 높이 2.5m를 적용한 디에이치 한강 실내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최근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1만2000여 가구의 집들이가 시작되면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열풍이 청년층은 물론 5060세대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건강할 때 단독주택이나 단지형 빌라에서 거주합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해지면 단독주택이나 단지형 빌라에 부담을 느껴 아파트형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슷한 이들이 모여 살면 인건비와 식비 등 비용을 절감하고 안심감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파트형 실버타운도 한국의 아파트에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의 아파트는 비싸서 못 짓는 6성급 실버타운 수준이라고 하네요. 특히 한국의 스마트홈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선진국에서도 비싸서 못 짓는다는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다면 재개발·재건축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이 삼성과 현대 중 어느 회사가 수주하든, 이 단지를 서울이나 1기 신도시 선도지구의 표준으로 삼는 이들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을 표준으로 삼으면 사업성에 발목 잡혀 재개발·재건축을 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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