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4대책 1년을 맞아 목표물량의 60% 수준인 50만호 입지를 후보지로 선정하는 등 전례없는 성과를 나타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는 통계까지 나오면서 정부는 2·4대책이 시장안정 효과를 냈다고 강조했습니다.헌데 2·4대책의 핵심은 ‘신도시’가 아닌 ‘서울 노후도심의 고밀개발’입니다. 주택공급의 성과는 입주가능한 실물주택이 얼마나 유의미한 물량으로 실현되느냐가 관건이었다는 얘기입니다.그러므로 2·4대책이 제시한 ‘3080 공급대책’의 성과를 ‘사업지 발굴’과 ‘지구지정’의 양으로 판단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습니다. 지자체가 추천했더라도 예정사업지들간에 편차가 있습니다. 주민동의율과 이들이 보유한 사업지 내의 토지면적이 비례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정비사업의 전형적인 문제점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2·4대책의 주요 사업유형들도 서울의 대규모 주택공급방안으로 삼기에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도심복합사업’의 강제수용방식은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신규택지와 달리 기존 도심은 이해관계자의 수가 많고 이들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업동의율을 충족했더라도 반대 주민들의 토지를 물리적으로 강제수용하기 어렵고, 과도한 보상(현금청산)은 사업성을 저하시킵니다.‘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은 ‘공공의 개발이익환수’를 전제로 합니다. 용적률 상향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임대주택비율의 상향 등의 반대급부를 요구합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
얼마 전 광주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외벽 붕괴사고 이후 일각에서 부실시공을 방지하는 해법으로 '후분양제'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후분양제로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이상과 현실 만큼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델하우스를 참고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에서는 건설공사가 일정수준에 이른 시점부터 분양자를 모집합니다. 그렇기에 후분양제에서는 소비자가 어느 정도 지어진 실물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양가와 분양권 가격, 입주시점 시세 사이의 가격차이를 줄이는 효과도 냅니다.후분양제의 분양시점을 전체 공정의 60~80% 수준으로 잡는다면 골조공사 등은 완료된 상태입니다만,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현장에 일반인의 접근은 안전 문제상 불가능합니다. 확인하더라도 펜스 너머로 일부분을 볼 뿐이죠. 혹여 공사현장에 직접 들어가 눈으로 본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이미 세워진 주요 구조부 하자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습니다.일반적인 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마감공사는 마지막에 이뤄진다는 것도 한계점입니다. 2015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L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는 그 빈도가 창호와 가구, 도배와 잡공사의 순으로 많았습니다. 80%의 공정 수준에서는 정상시공 여부 파악이 불가능한 부분입니다.입주해서 살아봐야만 확인되는 하자도 적지 않습니다. 발코니 확장시 외벽단열공사의 하자로 발생하는 결로가 쉬운 예시입니다.때문에 후분양제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논리는 ‘건축물의 품질확보’라는 최종 목표를 획득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2021년 종합부동산세 납부인원과 고지세액’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 세간의 논란을 샀습니다. 그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하는 기준금액에는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공시가격을 비롯한 주택가격은 크게 높아졌기에 종부세가 인상된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합니다. 그렇더라도 작년보다 납부인원이 38%가량 늘어난 102만7000명, 고지 세액은 2배 수준인 8조6000억원이라는 수치를 가볍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주택분만 따로 보더라도 납부인원은 94만7000명, 고지세액은 5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 등 작년까지는 종부세 대상주택이 없거나 미미했던 지역에서도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전 국민의 2%가 부과대상자라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우선 종부세가 인별 과세이긴 합니다만, 연령대가 낮은 가족구성원처럼 주택보유와는 동떨어진 인구가 모집단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1가구 1주택자 등이 체감하는 세금 부담을 보다 정확히 평가하려면 다른 기준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 지역으로 한정했을 때 대상주택의 비율’이 하나의 예시입니다. 실수요가 높은 ‘국민평형(전용 84㎡) 주택 중 대상주택의 비율’도 의미가 있습니다.장기적으로는 종부세가 월세 형태로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임차인에게는 전세가 유리하지만, 임대인들은 월세를 선호합니다. 추후 전세자금대출을 원활하게 받지 못하는 상황이 확산되면 반전세 등 월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조세전가현상도 뒤따를 여지가 큽니다.종부세는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고 거주지역에 따른 계층을 고착시킬 우려도 있습
금융위원회가 지난 26일 발표한 가계부채관리방안의 주요 내용은 내년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차주규제를 조기시행하는 것입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금융권에서 실행한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담보인정비율(LTV)에선 담보물인 주택의 가치에 따라 대출액의 상한이 결정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산정시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에 기타 대출의 이자상환액만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전보다 강화된 대출규제입니다. 이번 방안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때 선제적인 제어장치를 두는 것은 미래시점에 언제 발생할지 모를 돌발상황(외국발 경제위기라던가)에 대응하는 포석이기 때문입니다. 상환능력중심의 대출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정책 목표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안입니다. 또한 올해의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고, 실수요자를 제약하는 관리규제의 예외허용과 지원확대, 중금리·서민금융 공급확대가 제시된 것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이런 사안들은 내년에도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의 경우에는 근래의 증가세를 이례적인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간 주택가격의 상승이 꾸준했기에 설령 종전과 동일한 대출건수가 실행되더라도 대출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지기 때문입니다. ‘DSR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의 정책목표와 ‘서민과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일부 상충하는 것도 감
최근 이슈가 됐던 대출규제는 한시적으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규제한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례로 보면 대출규제, 정확히는 ‘금융기관별 대출한도소진’은 매번 연말이면 등장했다가, 해가 넘어가면 당해연도의 대출한도가 다시 부여되면서 자연스레 해소되던 문제였습니다. 다만 올해는 유독 일부 금융기관에서 한도소진이 먼저 발생하면서 9월부터 얘기가 나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까지 가계대출 총량관리의 대상이 되면서 문제가 크게 불거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간의 매매가격 상승에 기인한 가을의 전세대란, 내년 가을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의 사용이 만료되는 매물들이 신규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의 폭등이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이 차단된다면 자금융통이 어려운 실수요자(세입자)들일수록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가진 돈에 맞춰 타 지역으로 이사가는 정도의 선택지만 남습니다. 또한 신축아파트 등의 집단대출을 막는 것도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민감한 표현인 '서민 주거'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특히 집단 대출의 경우에는 입주 예정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 문화에서 이런 사안들은 당사자들의 요구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와 더불어 생각해 볼 얘기도 있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차주규제를 강화해 주택매수수요를 억제하고 전세자금대출을 줄여 갭
부동산 시장과 건설산업에서 위기론이 잠잠했던 시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전자에서는 상반기까지 지속되던 다주택자의 매물증가가 실현되지 않자 곧바로 집값거품론과 고점론, 금리인상론이 제기됩니다. 후자에선 지난 상반기에 한국은행이 올해도 건설투자의 플러스전환을 예상하며 대세가 확정됐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테이퍼링 등을 언급하며 언젠가는 위험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고수합니다. 분명 몇 년 이내에 수주감소와 미분양주택, 세계경기같은 고전적인 떡밥도 다시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10년 정도만 보더라도 저들의 주장은 들어맞은 적이 없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1년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유사한 위기론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습니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내용은 간단합니다. 금리가 연이어 오를 것이기에 ‘위험’하거나 ‘부담’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이다. 부동산시장은 가격하락의 여지도 있으니 무리해서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고, 건설산업도 앞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기존의 주장으로 회귀합니다. 한때 유행했던 집값폭락론의 핵심트리거는 미국의 금리인상이었지만, 이번에는 국내에서 금리인상이라는 선제조치가 취해졌다는 점은 다릅니다. 변동폭이 얼마든 금리가 인상되면 운용자산이나 대출규모가 큰 주체들부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들은 주로 기업, 자산운용사, PF시행사같은 기관투자들입니다. 개인이라도 큰 빌딩을 매입했거나 사업자금 등의 큰 대출을 안고 있다면 상황은 같습니다. 이때의 부동산자산은 일반주택보다는 상업용부동산일 가능성이 높고, 민간건
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16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의 핵심내용은 민간공급을 포함해서 사전청약물량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사전청약의 확대실시는 상당한 흥행을 거둘 것입니다. 주택공급확대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정책방향을 재확인한다는 의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후분양을 통해서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하고 건설사들이 선분양제로 얻는 부당한 이익을 줄이겠다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기에 자못 아쉬운 느낌은 남습니다. 여기에 더해 다소 유의할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사전청약은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매매시장의 수요를 일부 흡수하더라도 임대시장에 가해지는 부하는 단기에 경감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민간의 임대주택공급이 채운다는 점을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민간 공급물량의 사전청약확대는 추진에 앞서 민간기업의 참여요인을 높여야만 합니다. 앞서 실시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서 향후 본청약시의 분양가를 일정수준 범위에서 결정하겠다는 방침이 있었던 것처럼 사전청약단계에서는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동일하게 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 민간건설사 등의 입장에서는 굳이 사전청약에 뛰어들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처럼 집값상승 전망이 대세로 굳어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분양시점을 늦추는 것이 더 높은 분양가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존에도 택지입찰과정에서 벌어지던 경쟁은 치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우대요건, 가령 이정도를 충족한다면 택지를 주겠다는 정도는 민간기업의 참여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
최근 이슈였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신임 사장 인사청문회는 김현아 후보자 자진사퇴로 마무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부각됐던 이슈는 부동산 4채(상가, 오피스텔, 주택 2채)를 가진 다주택자는 공직자로서 자질미달이라는 것이었습니다.서울의 주택공급 확대가 당면과제인 현 시점에서 인사청문회 기능이 후보자 실무능력에 대한 검증에 맞춰지지 못한 것은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게다가 정작 낙마로 이어진 후보자의 부동산 내역을 들여다보면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우선 상가는 주거시설이 아닙니다. 상가 보유자도 실거주를 위한 주택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다주택자 범주에 상업용 부동산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통념에 비춰보면 부모 자식간에 임대료를 꼭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아버지가 보유한 건물의 1층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자녀가 이 상가를 무상 사용하더라도 지탄받을 사안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소형 오피스텔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용어사전은 오피스텔을 '건축법에 의한 용도구분상 업무시설 중 일반업무시설에 포함된다'고 정의합니다. 최근 들어 주거용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 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 이미 취득한 오피스텔은 다주택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같은 상업용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까지 모두 나쁜 소득으로 간주하는 시각은 옳지 않습니다. 원하는 장소에 본인 소유 상가가 없는 사람들이 임차인으로서 상업활동을 영위한다는 것까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지역에서 작은 오피스텔을 임대해 거주하
얼마 전부터 '집값 고점론'과 '집값 조정론'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양쪽이 의도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무리해서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등장한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시장에 내놓으면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그간의 논리가 사실상 무력화된 올해 상반기말부터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시작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의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금리인상론도 공공부문에서 부각됐습니다. 이것도 내용이 간단합니다. 무리해서 주택을 구입하면 추후에 오를 금리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과 테이퍼링도 유사한 맥락으로 보면 무리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때 유행했던 집값 폭락론의 핵심트리거가 미국의 금리인상이었다는 것이 새삼 기억납니다. 앞으로 집값이 폭락하니까 빨리 집팔고 전세가야한다던 무지함이 확산됐던 때도 이 시기였습니다. 미국 연준(Fed)이 금리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전 세계가 들썩이는 것을 보면 중요한 사안인 것은 맞습니다. 이때의 반응주체들은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입니다. 운용자산이 커질수록 소폭의 금리변동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운용자산이나 대출규모가 크다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때의 부동산자산은 일반 주택보다는 상업용부동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통념으로 1주택 실수요자로 간주되는 개인에게도, 금리인상이 주택구입을 주저할만큼의 심각한 위험요소인 것일까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누군가가 10억짜리 집을 사면서 LTV(담
정부의 정책기조는 작년부터 주택공급의 확대로 돌아섰습니다. 태릉과 상암, 과천 등지의 유휴부지를 주택부지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8·4대책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도 가시적인 진척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대규모의 신규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김포공항 부지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이관하고 현재의 자리에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실현만 된다면 엄청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서울안에 커다란 신도시가 등장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청사진을 구체화하기에 앞서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시설을 리모델링이나 증축, 재건축, 철거 등으로 재정비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수요감소로 기존 시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시설이 노후되거나 여건변화로 수용능력이 부족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인천공항의 기상악화 등을 대비한 백업기능같은 전문적인 내용은 이번에 다루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포공항의 수요는 여전합니다. 2019년에는 영국의 항공교통시장 조사기업인 OAG가 전 세계에서 항공기 운항편이 가장 많은 구간으로 ‘김포-제주’를 선정했을 정도입니다. 이 구간의 비행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만약 제주를 포함한 모든 항공편을 인천공항에서 탑승해야한다면 국내선의 이용도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인들이 1년에 1~2번 해외관광을 가는 수준에서는 영종도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여행의 한 과정으로
최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확정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온통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으로 쏠렸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속칭 ‘김부선’이라고 이름지어진 김포와 부천간의 노선이 서울도심의 어디로 연결되느냐, 용산으로 이어지는 계획은 합리적인가, 추후 변경될 가능성이 있느냐 등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매우 중요한 사안같기도 합니다.막상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신규사업목록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사안이 부각되지 않습니다. ‘운영효율성 제고사업’과 ’주요 거점 간 고속연결 사업‘이 더 우선순위인 것은 물론 ’부수도권 광역철도 확대사업‘보다도 뒤에 위치합니다. 사실 GTX-D는 ’수도권 교통혼잡 해소사업‘에 포함된 15개 사업 중 하나일 뿐입니다.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요? 이번 계획의 핵심은 지방의 광역철도망 확충을 통해 철도로 1시간 내에 인접도시를 오갈 수 있는 광역경제권을 조성하는데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메가시티라는 개념도 여기서 더욱 현실화됩니다. 참고로 메가시티는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한 대도시권,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도시입니다다. 하지만 지방에서 넓은 권역을 하나로 묶어 메가시티를 충족하는 인구규모 등을 채우더라도 물리적인 거리는 여전합니다. 바로 여기서 광역교통망이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는 수단이 되어 메가시티로서의 기능을 가능케 합니다. 지금도 지방의 인구가 많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광역지자체(도)의 전체 인구가 수도권에 위치한 도시 2개보다 적은 곳도 여럿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의 인구편중이 지속된다면 언젠가
지난 4월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민간정비사업의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선거 직후부터 재건축단지들의 가격이 올랐습니다. 사실상 기대심리말고는 다른 요인을 찾아보기 힘든 결과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4월 말에는 서울의 주요 4개 정비사업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습니다. 이런 조치는 탁월한 전략적 판단으로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재건축 안전진단처럼 서울시의 권한을 넘어서는 사안들이 여럿이지만, 내년으로 예정된 대선과 지방선거가 지금의 여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잠시 템포를 늦추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종전과 달리 이번 토지거래허가제의 목적은 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후 5월26일에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 6대 재개발 규제완화’가 발표됩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공공재개발 등과 대립각을 세울 것 없이 ‘민간정비사업에 공공의 참여가 믹스(mix)된 방식의 재개발(정비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정비사업이 더욱 필요한 노후·낙후지역은 아무래도 ‘재건축 단지’보다는 ‘재개발 지역’이고, 멸실주택수를 넘어서는 주택공급확대에는 재개발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에 이런 내용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재건축단지보다 재개발지역의 주거환경여건이 악화된 경우가 많기에 우선순위로 보더라도 적절한 판단입니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기획’의 도입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왔던 공공재개발의 서울시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간정비사업에 공공이 참여하는 기존 공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이 좁혀지면서, 부동산에 관련된 선거공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시된 공약들의 상당부분은 작년의 8.·4대책을 기점으로 공급확대로 돌아선 정부정책과 방향을 같이 합니다. 어떻게든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얘깁니다.이들 공약간에는 중첩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략적으로는 3가지로 짚어볼 수 있습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재개발과 재건축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여당과 야당에 따라 정도와 강약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후보별 과거성향 등에 따라 당선 이후 얼마나 적극적일지, 공공과 민간공급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가 달라지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유사합니다.특히나 이번 보궐선거의 임기는 1년 남짓이기에 재개발과 재건축이 경시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서울 재건축의 상징이 된 주요 단지 등의 사업추진실적이 금새 다가올 4년 임기의 시장선거를 위한 가시적인 성과로 준비될 수도 있습니다.다음은 지역개발과 관련된 사안들입니다. 경제축이나 거점 등을 설정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특색있는 건축물의 짓는다거나 국공유지 및 사유지를 임대형식으로 하는 주택유형 등도 넓은 의미에서 포함할 수 있습니다.특히나 이런 사안들은 대부분 종전에 없거나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기에, 도입되더라도 즉각적인 전면 적용은 어렵습니다. 때문에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롭고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간주한다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적절한 피드백과 보완만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시도와 시행착오의 과정이 가진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마지막은 주요 도
이번주에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논란이 한창입니다. 작년 11월에 수립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적용되면서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비중이 높고 고가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자체 등에서는 진작부터 이슈가 되었던 사안이기도 합니다.당국의 공식입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공동주택의 92.1%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이고 현실화율은 전년보다 1.2%포인트 바뀌었다는 보도자료의 타이틀부터 그렇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본문에는 '서울의 공동주택 중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구성비율이 70.6%'라는 표도 있습니다.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지난해 9억원을 넘어섰고, 올해에는 1가구1주택자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의 대상이 되는 아파트도 작년보다 약 70%(서울은 47%)가 늘었습니다.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금액기준이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대상주택은 늘어난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가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얘기는 주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렇기에 6억원 이하 공동주택의 수치는 어딘가 현실에서 멀어져 보입니다.그 이유는 이번에 발표된 것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기 때문입니다. 건축법은 용도별로 공동주택을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로 분류합니다. 기숙사는 사회통념상의 주택이 아니니 제외하면 공동주택의 종류는 3가지나 됩니다.이 때문에 공시가격 기준의 구성비율을 공동주택의 종류별로 재분류한다면 어떤 결과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결과, 가령 주택유형별 가격차이가 두드러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여기에 더해 면적기준으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이전에도 유사사례가 종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번 사안이 부각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우선 왜곡된 부동산시장을 바로잡겠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투기세력에 대한 강력한 규제’라는 기존 프레임에,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공부문 임직원들의 사적이익 수취’라는 허점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지금껏 간과된 유형의 투기세력이 등장하면서 규제중심의 부동산정책에 보완이 필요해졌습니다.또다른 이유는 현재의 주택공급대책이 공공의 주도로 계획됐기 때문입니다. 민간 재개발과 재건축의 대안으로 공공 주도가 나왔던 겁니다. 여기에는 아마도 민간보다 공공이 청렴하고 공정하다는 식의 전제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심지어는 실명으로) 부동산투기에 참여한 것이 밝혀지면서, 공공과 부동산정책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광명·시흥지구에 대한 3기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지금까지의 공식자료마다 투기우려가 있으면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등의 문구가 있었기에 일면 타당한 주장입니다.현재로서는 광명·시흥지구의 주택공급이 변함없이 추진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7만 가구라는 공급규모는 지난 2.4대책의 일부에 불과하기에, 현실화되더라도 단순히 주택공급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단기실현도 어렵습니다.때문에 저런 수치보다도 ‘공공부문이 연관된 잘못된 관행에 대한 엄중한 대처’같은 구체적인 이벤트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시점입니다.
지난달에 발표된 2·4 대책은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그렇지만 ‘단기에 대량의 주택공급’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하기에는 일부 미진한 부분들이 보입니다.가령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순환개발이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단기에 대량의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동시에 다수의 사업장을 발굴하고 추진합니다. 그렇다보니 2025년이라는 사업기간이 설정된 상황에서는 순환식 정비사업이 어렵다는 평가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정비사업방식을 제시했지만, 민간기업 등의 이익에 상한캡이 설정됐습니다. 발생수익의 초과분은 공공에 환수됩니다. 반면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만약 민간과 공공이 위험을 공유하더라도 세부적인 사항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민간기업의 자발적·적극적 참여요인이 제한이 있는 겁니다. 이를 반영하듯 2·4 대책의 발표일에 주요 건설주들의 주가는 파란색이었습니다.‘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미적용’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전면 면제’가 아닌 ‘일부 경감’으로 보는 것이 더 유력합니다. 재초환은 공공주도의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재건축아파트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사안입니다.이후 발표된 사업예정지의 선정(7월) 및 발표기한(연내)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습니다. 원칙적으로 국가정책의 예측가능성이 신뢰도에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사안입니다. 여기에 ‘선의의 피해자는 어쩔수 없다’는 식의 방향성이 더해지면 혼돈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2025년이라는 사업기한이 명시됐지만, 이
정부는 2018년 12월에 발표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 이어 2020년에는 도심의 고밀도개발을 담은 8.4대책을 통해 주택공급의 확대방침으로 적극 돌아섰습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의 인구집중도 심화와 국가균등발전과의 상충 등을 우려하지만 그간의 정책방향이 달라졌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입니다.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공급부족을 공급으로 풀겠다는 시도기에 긍정적입니다.그렇지만 대규모 재개발과 재건축은 여전히 논외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참여정부로부터 계승된 정책기조이기에 쉽사리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최근 수년간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정부가 제시한 대안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이지만 공공의 이익환수라는 개념을 수반하기에 단기에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공공재건축을 택하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식의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부여될 가능성도 낮습니다. 공공재개발의 장점이라는 빠른 사업추진은 극히 추상적입니다. 새로 짓기만 하면 사실상 완판이 예정된 지금의 부동산시장에서 이들이 채택될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이처럼 재개발과 재건축이 배제된 채로 도심의 고밀도개발이 진행된다면, 그 결과물은 1~2동짜리 주상복합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람들이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가 세대별 주거공간만이 아닌 여러 부대시설과 편의시설, 인근의 환경변화 등이라는 점에서는 수요와 동떨어진 주택형태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더 나아가 난개발의 양상이 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는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