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한달에 3-4회 외출 시내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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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9일 대한항공(KAL)858기를 공중폭파시킨 북괴대남공작원 김현희(26)가 사건발행 1년만에 사법처리를 위한 조사를 받기위해 2일 상오 서소문검찰청사로 송치됐다. 김은 그동안 국가안전기획부의 "보호"아래 불구속입건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김은 안기부가 마련한 "안가"에서 여자수사관들과 생활해 오면서 한달에 3-4차례 외출해 시내구경을 하는등 비록 제한적이나마 남한생활에 적응하기위한 교육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 사건발생후 바레인에서 검거돼 한국에 소환될때부터 지금까지 여자수사관들과 "한몸처럼" 생활해 왔기때문에 이제는 여자들끼리만 나누는 남모르는 애로사항도 터놓고 얘기할정도록 친숙해졌고 담당수사관을 "언니"라고 부르면서 몹시 띠르며 좋아한다는 것이다. 김은 바레인당국으로부터 우리측에 신병이 넘겨질 당시에는 "한국에 가기를 죽기보다도 싫어했다"고 전해졌으나 그동안 자기방에 설치된 TV와 라디오등을 통해 우리의 발전된 경제상, 자유로운 생활모습등 한국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보고 들어온데다 잦은 외출기회를 이용,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 특히 TV프로중에서 인현왕후전과 같은 사극물과 한국농촌의 따뜻한 인 정과 애환을 담은 홈드라마 "전원일기"등을 즐겨 시청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김이 비록 북한에서 태어나고 김일성종합대학을 중퇴한 인텔리이긴 하지만 미혼으로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그동안 남한의 사회상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후 스스로 마음을 돌린 것 같다"면서 "지난 대통령선거때에는 선거열기를 TV를 통해 간접적으로나 느끼고는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 9월에 열린 88올림픽 개막식광경을 보기위해 김이 잠실종합경기장에 직접 갔었다는 일부 외신보도는 근거없는 낭설"이라고일축하면서 "그때 김은 직접 가서 보았으며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으나 보안상 이유로 어렵겠다고 난색을 표하자 TV를 통해 개막식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뒤 올림픽을 유치한 남한의 잠재력에 재삼 놀라는 기색이었다"고말했다. 김은 특히 잠실경기장의 웅장함과 개막식때의 화려한 연출 및 구성에 시종탄성을 연발했다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과 같이 항공기폭파를 위해 8년이란 장기간동안 공작훈련을 받은적은 세계첩보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그간의 고된 훈련때문인지 김의 발바닥은 마치 곰발바닥처럼 딱딱했다는 것이다. 김은 그동안의 조사결과 머리회전이 놀랄정도로 빨라 처음 해보는 일에도금방 익숙해졌으며,외국어실력도 일본어는 일본인만큼 유창하게 구사하고 중국어도 읽고 쓰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밝혀졌다. 김은 항상 낮게 깔리는 음성으로 조용조용히 우리말을 하는데 이같은 방식으로 말할때는 체포당시에 비해 상당히 정확한 우리말 발음을 내지만 목청을높여서 큰 목소리로 얘기할때는 우리말 같지않게 다소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의 김일성이 가장 괴롭게 여기는 것이 바로 김현희가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라며 "조사결과 북한이 김의 미모를 이용, 대남공작을 위한 미인계로 사용할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레인공항에서 바레인수사관에게 체포되기 직전 음독자살한 김승일(70)과부녀간으로 행세했던 김현희는 지난 2월께 일부 대학가에 "KAL기 폭파사건은현 정권의 조작이며 안기부, 보안사요원들로 편성된 팀에의해 자행됐고 수사결과발표는 이미 작성된 시나리오에 따라 연출될 날조극"이라는 내용의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전제한 대자보와 유인물이 나돈다는 보도를 들은후 수사관에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데려와 직접 확인시켜주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이없다는 듯 말하기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김현희는 1년간 일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채 생활해 오는 동안 체중이 체포당시보다 약 6kg가량 늘어나는등 다소 살이 불었으나 검찰송치를 앞두고부터 다이어트등으로 감량, 원래의 체중인 54kg으로 줄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검찰은 지난 11월25일 김의 피의자신문조서, 자술서, 우리측의 요청으로 인터폴을 통해 입수한 바레인당국의 김에 대한 신문조서, 김과 자살한공범 김승일이 소지했던 일본위조여권에 대한 일본경시청의 조사보고서등 모두 5,000여페이지에 달하는 관련서류 일체를 안기부로부터 넘겨받아 일단 서류검토작업을 마친 상태이나 김의 최종적인 사법처리여부를 놓고 고심하고있다. 이는 법의 관용을 바랄수 없는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김을 법정에 세우지도않은채 처리한다는 것은 국민감정이나 실정법정신에 크게 배치되는데다 국가반공정책상의 국익여부, 이 사건에 쏠린 국민과 세계 각국의 관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검찰은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종합검토 한 결과 국가보안법, 항공법,형법등 위반혐의로 입건돼있는 김을 일단 불구속기소한후 1심선고를 받고 항소를 포기, 조기에 형을 확정시키거나 대법원까지의 3심을 거쳐 형을 확정한후 사면조치를 통해 구명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